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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8 21:27 (목)
True Co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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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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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애경(서울 강서·WE클리닉)

12월 어느 아침 출근길, FM 어느 주파수에서 신디 로퍼의 노래 'True Color'가 흘러나온다.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흘러간(?) 노래다. 어느새 콧노래로 따라 부르기까지. 한 때는 마돈나에 버금가는 팝가수였던 그녀. 이제는 아줌마가 되었으려니 생각하니 별 수 없지 싶어 큭큭 웃음이 절로 난다. 강렬하고 또 싱싱한 젊음의 노랑이 연상되던 그녀.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나의 true color는 무엇일까? 시시각각 바뀌는 색채를 묘사하려고 여러 색채로 해 뜨는 수련을 묘사했던 모네, 고갱에게 선물하려고 강렬한 터치의 노란색 해바라기로 벽면을 채웠던 고흐는 술집 작부에게 귀를 잘라 보내면서까지 어떤 색을 보여주려 했던 걸까? 

학창시절 우리의 강렬함은 항상 제약을 받아왔다. 회색빛을 띄도록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은연 중 교육 받았던 것 같다. 가정을 위해, 부모를 위해, 자식을 위해, 우리에겐 자신의 안위보다 돌보아야 할 주변이 너무 많다. 나를 잃고 주변의 색채 속에 묻혀버린 채 우울한 무채색의 퇴색한 사회인으로 그렇게 변해버린다.

아무렇지도 않다. 무어라 하는 이 하나 없다. 아프지 않다. 다만 자신을 돌보지 않아 내 자신에게 미안하다. 가끔은 남을 위해 비겁했음을 인정한다. 가야할 길이 너무 멀었다. 내 감정을 속이고 나의 희망과 욕구를 묻어둔 채, 해야 할 일들에 묻혀 숨죽이며 살았다. 이것이 40년 넘는 인생을 지내온 나의 모습이고, 당신의 모습이며, 무거운 어깨를 구부정히 늘어뜨리고 걷고 있는 빛바랜 우리 기성세대의 모습이다.

또 한해의 끝이다. 다사다난 했던 한 해를 돌아본다. 회상할 일도 많고 아쉽고 부족한 점도 많다는 건 그만큼 많은 의무와 욕심 때문 아니었을까? 이제 또 새로운 새해의 아침을 맞는다.

지금 난 남아 있는 내 인생의 새로운 출발의 시작에 서있다. 새 하루이든 새 해든 내 남은 날의 첫 하루하루일 뿐이다. 이제 난 무채색 빛깔을 버리고 나의 컬러를 찾으려 한다. 무엇이든 다 잘 해야 한다는 의무를 어깨 위에 한껏 지어 나를 너무 누르지는 말아야지. 여태 잊고 살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단 한 사람-나 자신을 위해 가장 고귀한 선물과 가장 중요한 시간과 가장 정성스럽고 맛깔나는 음식을 준비해보련다.

더 이상 빛바랜 회색의 텁텁한 먼지는 툴툴 가볍게 털어버리고 이제 눈부신 초록의 내 빛깔을 찾아야겠다. 초점을 잃고 하루하루 지쳐 살아가는 자신을 흔들어 스스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되어보고 싶다. 나 자신의 행복은 바로 나의 가족과 동료, 친구, 주변 사람들과 또한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의 행복의 시작이니까. 갑자기 배부른 미소가 입가에 걸린다. 둔탁한 도시의 밤공기를 타고 또다시 신디로퍼의 'true color'가 경쾌하게 울려 퍼진다. 오늘 밤엔 빛나는 초록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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