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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는 '놀이'요, '마라톤'은 축제다"

"달리기는 '놀이'요, '마라톤'은 축제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7.12.27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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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두 원장(서울 송파·이경두정형외과의원)

분명히 뭔가 있다. 의사와 마라톤 사이에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풀코스 마라톤 국내 최다완주 기록을 보유한 사람이 바로 대구의 한 개원의이고, 마라톤 100회 완주자 가운데 상당수가 의사인 것을 달리 어떤 이유로 설명할 수 있으랴. 외국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날린 마라토너나 달리기에 대한 전문서적의 저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의사들이 많다.

마라톤과 의사는 찰떡 궁합?
얼마 전 여기에 한 가지 기록이 추가됐다. 이경두 원장(서울 송파·이경두정형외과의원)이 2일 국내에서 네 번째로, 의사로서는 두 번째로 '풀코스 마라톤 200회 완주'란 대기록을 세웠다. 이 원장을 비롯 100회마라톤클럽 회장을 지낸 사람들 중에는 유독 의사가 많았다. 마라톤 분야에서 의사들의 활약은 참으로 놀랍다. 이경두 원장에게 들어본 그 이유는 이렇다.

"마라톤이야말로 혼자하는 운동 가운데 대표적이지요. 의사들은 보통 진료실에서 혼자 일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른 동료들과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죠.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이 주어지는 마라톤과 의사는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마라톤은 그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쉬운 운동이다. 어떤 이는 중독성이 강하다고도 하고, 또 어떤 이는 외로운 운동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나칠 수 없는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마라톤은 그 어떤 운동보다도 첫 걸음을 떼기 어려운 운동임에는 틀림없다.

첫 출전에 완주…겁없는 주자
이 원장이 처음 달리기 시작한 건 1999년, 밀레니엄을 눈 앞에 둔 때였다. 누구나 새로운 시대를 맞기 전에 금연을 시작하거나 독특한 경험에 도전해 보듯이 그는 마라톤 완주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마침 산을 자주 찾던 그는 체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새벽 꾸준히 달리기를 해왔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무모한 일인데, 그 때는 겁도없이 처음부터 마라톤을 완주하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당시엔 마라톤 인구가 많지 않아서 어떻게 연습을 해야 하고, 어떻게 뛰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이렇다할 안내서적이나 조언자가 없었거든요. 하프 마라톤이란게 있는 줄도 몰랐으니까요."

영어로 된 원서를 구해다 혼자 공부하고 매일 2~3시간을 공원에서 뛰며 본격적인 마라톤 연습에 들어갔던 그는 그해 7월 1일 조선일보 춘천마라톤대회에서 생애 첫 풀코스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다.

"사람들이 그러대요. 첫 완주는 첫사랑과 같다고.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그 순간을 떠올리면 가슴이 벅차오르니까요. 저 역시 첫 완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페이스 조절을 잘못한 나머지 너무 힘이 들어서 마지막엔 고개조차 들지 못했으니까요. 그 때 친구들만 없었어도 완주는 힘들었지 않았을까요?"

당시 친구들이 마라톤 도전에 나선 이 원장을 응원하겠다며 춘천까지 동행했고, 4시간쯤 뒤에 도착점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뛰었던 것. 3시간 58분 54초만에 도착지점에 골인했으니, 결국 친구들과의 약속은 지킨 셈이었다.

달리기는 본능…욕심은 금물
"달리기야 말로 인간의 본능이지요. 어린 애들을 자유롭게 두어 보세요. 뛰는 아이는 있어도 걸어 다니는 아이는 드물걸요? 건강에 좋은 것이야 더 설명할 필요도 없지요. 달리기가 '본능적인 놀이'라면, 마라톤은 '축제'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분위기만으로도 에너지를 얻고 정신적인 피로를 풀 수 있으니까요."

정형외과 의사인 덕분에 그는 유난히 마라톤과 건강의 관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달리기에 대해 쉽게 씌여진 책이 드물어 일반 사람들을 위해 여러 편의 책을 번역했다. <달리기와 부상의 비밀, 발>, <나를 향해 달린다>, 달리기 백과사전 격인 <달리기의 제왕>(공동번역) 등이다.

"마라톤을 오래하면 관절이 상한다는 오해를 하기도 하는데, 전문 선수가 아닌 이상에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가 직접 실천하고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까? 달리기는 나이와 관계가 없어요. 특별한 질환이나 신체에 이상이 없다면 70세가 넘어도 마라톤을 시작하기에 늦지 않은 나이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운동이지요. 단, 욕심은 금물이에요. 다리가 아프거나 힘이 들면 쉬어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 좋고, 활기차게 살 수 있어서 좋고, 뛰기 위해 평소에도 열심히 운동할 수 있어서 좋고……. 달리기 예찬론자답게 시간만 허락한다면 얼마든지 달리기의 좋은 점을 풀어 놓을 수 있을 것만 같다. 그가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바로 이것이다.

"같이 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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