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ATimes.com은 올 한해 산업적, 사회적 혹은 학술적으로 화제를 모았던 의약품 10개를 선정해 매일 1개 씩 발표한다. 발표는 가나다 순이며 의협신문 지면에는 12월 17일자부터 4회에 걸쳐 게재된다.
10. 프리그렐(혈전용해제·종근당)
"개량입니까 개량이 아닙니까"
지난 10월 2일 종근당과 건강보험공단 사이에 벌어진 마지막 약가협상이 결렬됐다. 약가를 받지 못한 개량신약 '프리그렐'은 비급여 처리됐다.
국내 제약사가 수십억원을 들여 개발한 '개량신약'이 세상 빛도 보지 못하고 사장되는 순간이었다. 더불어 수년간 국내 제약업계의 화두가 돼 온 '개량신약 전략'에 빨간 불이 켜진 순간이기도 하다.
제네릭에서 신약개발로 가는 길목이라 불리던 개량신약. 정부도 이를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올 초 보건복지부가 개량신약에 대해 오리지널 약가의 80-120%를 쳐주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상황은 이렇지 않았다.
문제는 개량신약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말 그대로 '개량'을 뜻했다. 개량은 약효를 개량한 것일 수도 있고 복용법을 개선한 것일 수도 있다. 혹은 특허가 끝나지도 않은 오리지널에 도전해 특허무효를 받아냄으로써 약제비 절감에 기여한 것도 개량으로 바라본다.
제약사들은 조금 달랐다. 그들에게 개량이란 '돈이 투자됐음'을 뜻했다. 기존 약과 별반 차이가 없어도 만드는 데 돈이 추가로 들어갔다면 이를 인정해 달라는 의미다. 정부가 개량신약을 지원하기로 했으니 국내사에게 일종의 특혜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약효 개선을 인정하기 어려운 데다, 시장에 값싼 제네릭들이 많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굳이 프리그렐에 비싼 값을 쳐 줄 이유가 없었다. 당시 복지부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국내 제약사 육성 자금을 보험재정으로 지원하란 얘기냐."
프리그렐 사례의 교훈은 간단하다. 개량신약이 되려면 정말 개량해야 한다. 억울하겠지만 칼자루를 쥔 쪽은 결국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