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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계와 새 정부의 역할 분담
시론 의료계와 새 정부의 역할 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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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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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성구(경희의대 경희의료원 종합기획조정실장)

최근 국민들 입에 자주 회자되는 말은 '잃어버린 10년'이다. 이 말에는 각자의 입장에서 보면 여러 가지 담론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의료계는 의료계 나름대로 잃어버려서 되찾고 싶은 일들이 다양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효율성에 걸맞지 않고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사회주의 의료제도의 철폐'일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의료계는 정말 참혹한 일상 속에 애를 끓이면서 살아 왔다.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의 권력의 전횡 속에, 때로는 전 국민 앞에 발가벗겨진 채로 망신을 당해야 했고, 의료계의 정당한 요구 또한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에서 출발한 추악한 욕심으로 폄하되기도 하였다.

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하는 정부 관료들의 행태는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도 많았던 한 시대의 족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무리 온당한 주장과 건설적인 건의 내용이라도 의료계의 '의(醫)'자만 들어가면 정부의 실무 부서에서는 여기저기 위아래 눈치를 살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참혹한 과거지사에 연연하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향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법이다. 새로운 국가 지도자로 출발할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정치 철학은 지극히 실용주의적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국가 운영의 형태도 구태를 과감하게 벗어던지기 위하여, 상징적 의미이겠지만 탈여의도적 행보가 진행될 것이라는 정계의 예측이 우세하다.이것은 이론적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을 중시하는 시각을 바탕으로 국민에게 접근하겠다는 정치 철학으로 이해된다.

보건의료 정책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같이 현장을 보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는 문외한들이 모여 앉아서 정치적 견해와 정략적 논리로 정책을 결정할 일이 아니라 의료의 현장을 중시하고 판단하여 정책을 결정하여야 한다.

단 한 명의 환자도 진료해보지 않은 의사가 천하의 명의로 거론된다든지, 의료 현장에 몸담아보지 않은 인사들이 보건의료 정책의 전문가로 행세하는 시대착오적인 일은 사라져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부딪히면서 보건의료 정책에서 무엇이 부족하고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지를 잘 아는 '실무형 의료인'이 정책 입안자로 나서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새 정부는 국민을 위한 보건 의료 정책을 펼쳐나감에 있어서 의료계와의 역할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의료계는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전문가 집단이며 정부의 파트너로서 정부가 추진하는 대국민 보건의료 정책의 효율적인 수행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이렇게 되었을 때 정부 정책은 효율성 면에서 큰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또한 정부와 전문가 단체 간의 소통이 원활해져, 그동안 잦았던 불협화음을 해소해 사회적 낭비를 줄이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다.

의료계 또한 과거와 같은 자세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의료계의 입장을 일반 국민에게 홍보해 이해를 촉구하는 노력이 없다면, 또다시 의료인들의 이익에만 앙앙불락하는 모습으로 비춰질 것이고 결과적으로는 과거의 참담함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될 것이다. 의료계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그 입장이 국민건강과 어떻게 결부돼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해석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더불어 새 정부가 대국민 보건의료 향상을 위한 합리적인 정책을 수립하도록 지속적으로 건의해야 한다.중요한 점은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정책이 '합리적인 정책'이라는 설득력을 가지려면 의료계의 입장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 입장이 담겨야 한다는 점이다.

정책에 보편타당성이 함축돼 있지 않으면 한낱 자기 이익만을 내세우는 이익집단의 요구안이라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정부가 보건의료 정책을 세울 때 의료계가 진정으로 국민의 대변자가 되어 정책을 건의해 그러한 빌미를 애초에 근절해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의료계 역시 합리적고 미래 지향적이며 시대정신에 맞는 정책이라면 어느 정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의 책임 있는 동반자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이렇게 되었을 때 정부는 정부대로 또한 의료계는 의료계대로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으며 이러한 대국민 신뢰는 향후 의료계가 국민과 함께 갈 수 있는 진정한 전문가 단체라는 명성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료계 운신의 폭 또한 넓어질 것이다.

정부는 전문가 단체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전문가 단체는 국민을 위한 진정한 역할을 할 때 국민들의 행복 지수는 높아질 것이다.이는 전문가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길이기도 하다.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잃어버린 10년'이 저절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정부와 의료계의 지속적인 대화가 있어야 올바른 의료정책을 세울 수 있다.

대화를 위해서는 우선 의료계가 국민 건강을 이끄는 전문가단체임을 명확히 하고 정책 건의를 할 때도 이를 끊임없이 강조해야 한다.

이제 의료계의 전문성을 높여 의료사회주의 시대를 종식시켜야 한다.정부와의 파트너십을 회복하고 이를 충분히 활용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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