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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와 의료사변
참여정부와 의료사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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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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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상(광주 북구·미래아동병원장 광주·전남 행복발전소 고문)

노무현 정부는 별개의 성향을 가진 정부였다. 전문성을 앞서는 참여정부의 감성적 발언이 계속 되었을 때 여러 분야에서 경종의 비상벨 소리를 들었지만 정권의 힘은 막을 수 없었다.

의료계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사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보건복지부 김화중 장관이 한의학 육성을 언급했다. 이어서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한방 주치의를 임명했다. 의료계는 의례적 수사가 아니라 무언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감지했으나 손을 쓸 수도 없이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가 현대의학계와는 코드가 맞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근원적 문제는 코드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깊은 곳에 있었다. 한방 주치의를 언급했다는 영부인은 이해한다고 쳐도 적어도 일국의 장관만큼은 과학적 개념을 파악하고 있으리라는 의료계의 기대는 점차 큰 걱정으로 변했다.

건국 후 국가 발전 및 세계와 발을 맞추어 비약적인 노력으로 큰 과학적 발전을 이룬 현대 의료계를 불인정한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의료사변적 사건이 한방 주치의 임명이었다. 당시 의료계는 그 실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수동적인 반발에 그치고 있었다.

격한 반론과 비유는 이제 접어두자.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불거져 나온 국립 한의과대학원 설립 추진은 여러 분야의 근대사를 부정하는 참여정부의 이념과 코드를 그대로 웅변하고 있었다. 의학이 철학과 함께 발전해 온 것은 사실이나 생명의 연장이라는 의학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은 철학과 결별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부터가 아닌가. 그런데 노무현 정부는 철학은 둘째로 하고 민족·자주·전통의 이념으로 의학을 재단했다. 이는 김일성의 주체이념이 북한의 주체의학을 지배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과학 정책에 대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다는 참여정부가 과학의 첨단인 현대 의학계에 가한 이념적 경원과 한의학에 대한 일련의 배려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참여정부는 2006년 의학계의 강력한 부정적 의견제시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전문대학원을 밀어붙임으로써 우리나라의 의료정책과 의학 발전은 또다시 역주행하고 의료이원화는 이제 한층 더 굳어질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라는 말이 있다. 모든 계획과 실행이 완벽한 성공을 가져 올수는 없고 어떠한 경우에는 혼신의 노력에도 처참한 실패로 끝나는 수가 많다. 즉 모든 노력을 경주하기만 하면 성공이 보장된다는 말이 전부 옳지는 않다는 말이다. 이러한 실패의 원인은 실행과정에서의 잘못에도 기인하지만 무엇보다도 목표가 달성 가능한 것이었는가 아니면 애시 당초 실현 불가능한 것이었는가의 판단 오류에 기인하는데 그 기준은 그것이 존재하는 자연법칙이냐 혹은 존재하지 않는 자연법칙이냐 하는 것이다. 죽지 않는 자연 법칙은 없다. 따라서 생명의 연장은 자연법칙에 어긋나지 않지만 죽지 않는 것은 자연법칙에 어긋난다. 쇠를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도 자연이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과 실행 방법이 자연에 존재하는 법칙에 어긋나는지에 대하여 철저한 사전조사가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의학 전문대학원의 설립은 이러한 문제정의를 정확히 파악해 본적이 없이 정치적 코드에 의하여 추진된 일련의 정책이다. 한의학은 고대의 철학에 근거한 관념체계로서 실증적 지식이 아니며 그 병리·해부 생리 등 기초이론들이 성취 가능한 자연 법칙이 아니라는 것은 루신 이후 중국의 수많은 학자들이 주장하였으며 일본은 이미 150년 전에 이를 정리하면서 동양의 관념을 탈출하여 근대화의 기틀을 구축하였다. 중의학을 없애고 현대의학으로의 의학통일을 주장하는 중국의 과학기술원 장국야오 교수는 "한의학의 번성은 나라가 퇴보하는 것이고 한의학이 쇠태하는 것은 나라가 발전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제 새 정부가 탄생했다. 조선 후기 실학자들이 꿈에 그리던 실용을 통한 선진화를 드디어 그려볼 수 있는 이때 엄청난 갈등과 문제정의의 오류를 내포한 한의학 전문대학원의 출범과 방향은 한시라도 빨리 재검토·재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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