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부처의 이름
새 부처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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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1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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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가 차기 정부에서 통합될 것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필자는 복지부 출입기자로서 이런 통합 방향에 대해 원론적으로 동의한다.

여성가족부가 원래 복지부의 전신인 보건사회부 소속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물론 환경부와 노동부 또한 그보다 오래 전에는 보건사회부의 한 부서였다. 여성가족부가 복지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통합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부처도 복지부로 통합해야 하지 않겠는가.

환경부와 노동부는 이미 나름대로의 존재의미와 역할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의 경우 복지부의 업무와 중복되는 것이 너무 많다. 게다가 '정치적 배려' 차원에서 여성가족부가 만들어졌다는 추측은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사실상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의 통합을 인정했으며 전문가들도 이에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로 새로 통합되는 부처의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조율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모처럼 보건의료계 단체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협회, 대한약사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계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여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차기 정부가 그동안 주창해 온 선진의료의 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보건복지 관련 조직 개편작업에서 부처의 명칭에 '보건'이라는 용어를 반드시 주된 명칭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3개 시민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건강복지공동회의도 성명을 통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보건 담당 부처에 'Health'가 들어가지 않은 나라는 한 곳도 없다"며 "보건복지부의 명칭이 바뀌더라도 '건강'이나 '보건'이란 용어는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성 단체들은 여성가족부의 폐지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근 진보성향의 7개 여성단체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부처 통폐합을 반대하며 여성가족부를 존속하는 게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들은 이어 "만약 통폐합할 수밖에 없다면 그 대신 '여성'이란 단어는 새 부처의 명칭에 꼭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 단체의 입장에서야 있던 그릇을 빼앗기니 열 받을 수도 있겠다. 그래서 대등한 통합을 주장하는 것이리라.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새로운 통합 부처는 '여성복지부'나 '복지여성부'가 될 것 같다. 현재 물망에 오르고 있는 명칭은 '가정복지부' 또는 '사회복지부' 정도이다.

그러나 보건을 강조하게 되면 부처의 명칭은 달라져야 한다. 이 경우 '여성보건부'나 '보건여성부'가 될 수도 있으리라. 이 명칭에 대해 만약 복지단체에서 반발하면 이름이 또 바뀔까? 그렇게 되면 아예 '여성보건복지부'나 '보건복지여성부'라는 식의 황당한 부처가 탄생하지도 모르겠다.

인수위는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과거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익단체나 관련단체들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현재의 보건복지부, 그리고 여성가족부의 업무 등을 모두 고려해서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과연 어떤 기능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를 봐야 한다는 얘기다.

건강복지공동회의가 주장했던 것처럼 'Health(보건)'는 분명 가장 중요한 기능일 것이다. 필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견해에 동의한다. 보건은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될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성, 복지, 가족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한다. 이 중 가장 큰 범주가 무엇일까를 따지면 되지 않을까? 여성이 일방적으로 차별을 당하는 권위주의 시대는 거의 소멸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과 가족은 복지의 한 범주일 것이다. 그러나 복지를 그대로 차용하면 여성계의 반발은 심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의 '보건사회부'는 어떤가. 더 좋은 대안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다. 인수위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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