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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학·관 협동…3중나선구조
산·학·관 협동…3중나선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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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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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동현(한국애보트 전무이사)

필자는 지난 연말 구성된 '국가 임상시험사업단'의 한 분과 위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국가가 투자하는 사업인데, 이 사업의 성공이 대학·병원·제약회사 모두에게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산·학·관 협동의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는 소망을 가지고 참여하게 되었다.

제약기업에서 일하면서 산·학·관이 함께 일할 기회가 종종 있었다. 아쉬웠던 점은 산·학·관 각자의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목표가 아주 다르거나 조금씩 달랐던 것이었다. 때로는 기업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비즈니스적 시각에 대해 불편함이 표시되거나, 무시되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 때론 같이 열심히 일한 보람도 없이 정부의 입장만이 반영된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였고, 결과 없이 프로젝트가 없어지기도 하였다.

이 참에 벤처형 산·학·관 협동의 매우 성공적인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생태계(Habitat)를 떠올려 본다. 스탠포드 공대 학과장이었던 테르만 교수가 자신의 제자들이 팔로알토 지역에 마땅히 취업할 기반이 없어 동부로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해 개인적으로 추진한 작은 프로젝트였다. 동부에서 활약하고 있던 빌 휴렛과 데이빗 팩커드를 고향으로 불러들여 1937년 설립하게 한 휴렛-팩커드사의 성공이 실리콘밸리의 형성에 디딤돌이 되었고, 그 후 그 유명한 '8인의 배신자'들이 팔로알토에 세운 쇼클리 반도체 연구소가 실리콘밸리의 시작이 되어 차츰 실리콘밸리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대학과 벤처투자가(VC)들이었지만, 기업가 정신 및 첨단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이들이 마음껏 기업가 정신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준 정부의 역할도 빠뜨릴 수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세 조직이 함께 일하는 동안 각 기관 본연의 기능이나 사명과 관련된 역할들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다른 기관의 역할을 가져오는 식으로 그 역할이 변모된 것이다. 즉 정부는 생태계가 잘 돌아갈 수 있게 제도와 법률을 정비하고 개혁하는 역할 외에도 세금혜택 등을 통해 R&D를 지원했을 뿐 아니라 벤처가 만든 제품이 규모의 경제를 갖출 때까지 구매자로서의 역할, 나아가서 투자자의 역할까지 담당하였다. 기업들도 대학의 역할로만 생각되던 훈련과 연구에 있어 대학과 필적하는 수준으로 기여하기도 했다. 대학은 훈련된 인재들을 지원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 창업의 근원지가 되었다. 이 관계를 어떤 학자는 "산·학·관 관계의 3중나선구조"라고 하였다.

현재 국내에도 생명과학 분야에서 산·학·관의 협동이 양적·질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협동에 있어 이러한 모델들을 따라가는 것 뿐 아니라, '신기술의 개발과 이 기술들의 신속한 산업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에 대한 존중과 유연한 사고를 통해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 3중나선구조의 세 가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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