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 한국의학교육의 미래인가

의학전문대학원, 한국의학교육의 미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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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1.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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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는 의학교육 전문가 4명을 패널로 초청해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은 과연 한국 의학교육의 미래인가'라는 주제로 21일 서울역에 위치한 '티원'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새로운 의학교육체제로 2004년 도입돼 27개 의대가 운영하거나 운영 예정인 의전원의 기대효과는 물론, 도입 방식까지 의전원과 관련된 모든 이슈들을 논의 대상으로 삼았다. 좌담회 시작부터 패널들은 모든 의대들을 의전원 체제로 전환한다는 정부의 논리에 반대한다는 쪽으로 의견 통일을 봤다. 의대들이 자율적으로 각 의대에 맞는 체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국 의학교육의 문제점을 보는 시각과 그 대안으로서의 의전원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렸다(편집자주).

 

사회: 곧 출발하게 될 이명박 정부가 교육 자율의 원칙을 천명하면서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의전원 체제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의전원과 관련 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어떻게 전망하나.

 

 

 

 

허갑범: 각 의대들이 2010년 현 의대 체제와 의전원 체제 중 어떤 체제로 갈 것인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전문대학원 체제로 간다고 할 수 있고 일본은 9개 의대가 예과와 본과를 합쳐 6년 통합과정의 의학석사 제도를 운영한다. 국가가 통합과정 졸업생들을 의과학자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추진되는 것으로 안다. 중국은 5·6·7·8년제 등 4가지 학제를 운영하고 있다. 북한도 4년과 6년 반 과정을 동시에 갖고 있다. 우리도 보다 다양화된 체제를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 과정을 무엇으로 할지는 의대가 자율적으로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적인 생각이다.

 

왕규창: 의대가 자율적으로 원하는 체제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100% 찬성한다.

 

 

 

 

 

이순남: 하지만 여태까지 없었던 의전원 체제를 왜 도입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학부 교육은 대학이 맡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교육은 전문대학원에서 하자는 큰 그림에서 추진된 것이 의전원 도입이다. 두 체제 모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의학 교육의 메인 체계는 정해져야 하고 의전원 체제가 메인이어야 한다.

 

 

 

의학교육만 반대 방향으로 가려한다

허: 약학대학도 6년제로 바뀌고 한의대도 전문대학원체제로 가려하는 것이 전반적인 사회적 분위기다. 지금 우리 사회의 트렌드가 전문가 교육은 전문대학원에서 맡는 체제로 가는 게 아닌가 싶다.

의료계만 이런 흐름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이겠는가.

사회: 의전원을 의학교육계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라 거시적으로 한국고등교육 개혁이라는 큰 틀에서 봐야하지 않겠나. 의사와 함께 한국의 대표적인 전문직인 법률가 양성체계가 2009년부터 전문대학원 체제로 간다. 의대와 의전원 체제 두 가지 트랙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는 하지만 결국 의전원 체제로 가지 않겠는가.

서덕준: 의학교육 체제를 다양화하고 차별화·특성화해야 한다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 한다. 단지 다양화와 차별화로 나아가는 방법에 있어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이나 한의학전문대학원과 의전원은 다른 점이 있다. 변호사나 한의사는 전문 직업교육 과정에서 자격을 인정받으면 현장에 바로 투입되지만 의사는 졸업생의 90%가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또 거친다. 즉 기본의학교육체계에 한정된 특정 과정을 타 전문가 교육 과정과 단순비교해서는 안된다. 의전원은 기본의학교육 과정이지 의사를 완성하는 모든 과정은 아니라는 거다.

그런 면에서 4+4년인 의전원을 도입해 전체 의사교육과정의 틀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면 그냥 현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맞다. 의학교육계가 2004년 의전원 도입과 관련해 내놓은 안은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기본의학교육은 그냥 가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다. 다양한 사람을 뽑기 위해서는 학사편입 등을 도입하면 된다. 대학이 학사편입 비율을 100%로 하면 그게 의학전문대학원이다. 10%만 뽑을 수도 있다. 대학 자율로 정하면 된다.

허: 의전원과 의대는 완전히 다른 체계이다. 의전원 학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학생들을 대학 자율적으로 뽑아 업그레이드시키는 거다. 전혀 다른 얘기다. 의전원은 임상의사 뿐 아니라 의과학자를 만드는 좋은 과정이 될 수 있다.

서: 의전원의 긍정적인 역할을 모두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모든 의대를 의전원으로 전환시키려고 강제하지는 말아야 한다. 교육부는 2010년까지 두 체제를 운영해 보고 어느 제도가 좋은지 선택하자고 해놓고 의전원을 선택하도록 몰아 부친 경향이 있다. 보다 시간을 두고 두 체제의 효율성을 따져 봤으면 한다.

왕: 교육부가 모든 의대가 100% 의전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밀어붙이지 말았으면 한다. 4+4년제로 불리는 의전원 도입을 가장 앞장서 주장한 그룹이 서울의대이다. 의전원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당시 서울의대의 생각은 의학교육 입문생 3500명 모두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또 교육부가 이번 의전원 체제를 추진하며 사회적 합의를 얻지 않은 것도 문제다. 일선에서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학장들의 의견이 무시됐다. 의전원을 도입하지 않으면 나라가 망할 것처럼 밀어 부쳤다. 하지만 의전원 체제는 세계적으로 봤을 때 절대 주류 체제가 아니다. 고 이종욱 WHO사무총장은 한국이 왜 의전원을 도입하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말리기도 했다. 어느 나라도 의전원을 강제하지 않는다. 미국 의전원 중 20~30%를 뺀 나머지 의전원은 반드시 학사 학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그냥 권고사항일 뿐이다. 우리나라 의전원만 반드시 학사 학위를 가져야 지원할 수 있는 경직된 체제를 갖고 있다. 세계적인 트렌드와는 다른 체제를 운영하려 한다. 솔직히 전환하려는 이유는 돈에 의한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전환하면서 의대들이 국가로부터 지원금을 받았고 등록금도 자율적으로 올릴 수 있었다. 법학전문대학원을 지정할 때 불이익을 줄까 우려해서 간 데도 있다. BK21 지원금 때문에 간 곳은 없다. 지금 의전원으로 가고 싶어서 간 곳이 얼마나 되는지 세어보라.

의전원 가고싶어서 간 곳 얼마나 되나

이: 서울의대가 의전원 체제로 가자고 해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서울의대는 쏙 빠졌다. 미국은 지난 몇 십년간 의전원을 운영했던 결과를 평가했는데 다양한 특성을 가진 인간적인 의사들을 배출할 수 있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론이다. 혹시 서울의대가 의전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기존 체제에서 이미 최고 영재들을 100% 뽑아갈 수 있었는데 의전원이 도입되면 그러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닌가. 의전원을 운영해보며 학부 4년간 열심히 살다 온 학생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의전원생들은 배경도 다양하고 공부도 잘한다. 선발과정에서 행정적으로 힘든 면이 있지만 힘들게 뽑은 만큼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더욱 애착을 느끼고 있다. 운영해 볼 만한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

왕: 서울의대가 최고 영재를 100% 뽑지 못해서 그런 것 아니냐는 것은 결코 그렇지 않다. 의전원 체제를 도입해도 서울의대는 최고의 영재들을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 오늘 이 자리는 찬반 논쟁의 자리는 아니다. 이미 27개 의대가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했고 내년이면 의전원 출신의 의사가 배출된다. 현재까지 나타난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

서: 의전원 체제 도입에 따라 나이 많은 의사를 배출하는 것이 문제다. 교육부는 처음 의전원 논의가 있었던 당시 의사의 군복무기간을 줄여 교육 연한을 단축하는데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통해 서브인턴제 등을 도입하고 전문의 과정도 줄이겠다고 했다. 특히 의전원 전환 의대에 현금 지원 등 여러가지 지원책들을 제시했었지만 지금 그런 약속들이 얼마나 이행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의학교육계가 의대와 의전원 체제를 두고 논란을 계속하다보니 구심점을 잃고 힘 있게 그런 것들을 요구하지 못한 면이 있다. 의학교육의 메인 체제가 결정돼 논란이 줄면 의학교육 주체들이 뭉쳐 그런 것들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전체를 의전원 체제로 묶어두면 정원의 일부를 학석사 통합 6년 과정으로 선발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

왕: 의사를 만드는데 학위가 크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메인 체계는 기존 의대체제가 돼야 한다. 서울의대는 기존 의대 체제로 가고 20~30%를 4+4체제로 가겠다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 그런데 그게 안된다면 전체가 의전원 간판을 달지만 과정은 학석사 통합과정인 6년제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으면 한다. 정원의 20~30%를 4+4년제로 운영하면 의전원의 취지도 살릴 수 있다. 결국 교육부가 통합 6년제를 얼마만큼 인정할 것이냐가 핵심이다.

독점력 약화가 서울의대 반대 이유 아닌가

이: 서울의대의 안은 결국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말밖에 안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2001년 이후 의대 반이 의전원으로 갔다. 영국도 15%의 의대가 의전원으로 갔다. 의전원을 하면서 현 의대의 학생 선발방식으로 정원의 일정 부분을 뽑을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의전원을 의학교육의 메인 체제로 삼고 정원의 일부를 학석사 통합 6년 과정 등으로 뽑으면 된다. 늘어난 교육연한에 대해서는 인턴제를 없애고 군복무를 단축시키는 등의 논의를 활성화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왕: 의전원 체제를 도입하지 않더라도 지금 의대 체제에서도 논의해야 하는 이슈들이다. 반드시 의전원을 도입해야만 인턴제 등을 없앨 수 있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와 같이 한 대학이 의전원과 의대 체제를 동시에 운영하는 체제는 동의할 수 없다.

이: 물론 현 의대 체제에서도 군복무 단축이나 서브인턴제가 논의돼야 한다. 그러나 의전원 체제를 도입하면서 전체 의학교육 체계 전반에 대한 개선을 함께 노력해야만 개선에 힘을 더욱 효율적으로 보탤 수 있다.

사회: 교육부가 의전원 전환에만 급급하다보니 특별한 기준없이 신청한 모든 의대들을 받아들인 점은 아쉬운 점이다. 소위 한국 의학교육을 이끄는 리더 의대들과 좋은 교육여건을 갖춘 의대들은 의전원으로 가야하지 않겠나.

허: 안타까운 일이다. 법학전문대학원의 경우는 선택을 받기 위해 각 대학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지만 의전원은 거꾸로 가고 있다. 교육부는 41개 의대들 중 어떤 의대들을 교육중심 기관으로 유도할 것인지 아니면 연구중심 기관으로 끌고 갈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교육 중심으로 가는 기관은 현 의대 체제에서 임상 의사를 배출하는 것에 운영의 무게를 둬야 하고 연구 중심으로 가는 기관은 의전원 체제로 전환해 교육과정을 특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리더 대학이라고 하면 좀 그렇지만 교육여건이 좋은 의대들이 의전원으로 우선 가야할 필요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일부에서 의전원으로 전환하면 예전 예과 출신보다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이 있다. 특히 의대에 들어올 성적이 못됐던 학생들이 의전원 체제가 돼서 들어온다는 말도 있다. 의전원 자체가 여러 시각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학생 고령화에 대한 걱정도 있지만 제도가 정착되면 학부를 일찍 마친 학생들도 많이 지원하는 등 시간이 지나면 일부 해소되는 문제들이 있는데 침소봉대되는 면이 있다.

예과생 보다 못할것이란 생각 '잘못'

허: 지금 갖고 있던 선입견으로 앞으로의 문제를 예단해서는 것은 안된다. 의전원 생기면 의대를 가기 위해 재수하고 삼수하는 학생들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의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의전원의 M.D-Ph.D 프로그램이 있다. 이를 1964년부터 운영한 존스홉킨스 의대가 30년 만에 과정 수료생들을 평가했다. 수료생의 85%가 기대한 대로 의과학자가 돼서 자기 분야에서 일정한 성취를 한 것으로 나왔다. 기존 제도의 시각으로 단점부터 따지기 보다는 시각을 전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단지 한 대학이 두 제도를 병행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 의전원이 정착하기 위해 추진해야 할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왕: 우선 한 대학이 두 가지 체제를 병행하는 것은 기형적이다. 의대가 학석사 통합 6년 과정으로 고등학교 졸업생을 뽑는 비율과 학사 학위자를 뽑아 의전원 체제로 교육하는 비율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한다면 의전원 체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걸리는 일이 많아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은 건 현 의대 체제로 남고 싶은 의대는 그렇게 하고 의전원으로 전환하고 싶은 의대는 그것대로 하면 된다.

서: 의전원 체제도 필요한 면이 있다. 그렇지만 전부 다 의전원으로 가자는 것은 반대다. 연구나 진료를 특화하고자 하는 의대들은 자신들이 정한 방향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 지금 자율이 아닌 강압에 의해 어쩔 수없이 의전원으로 간 의대도 있을 것이다. 아무튼 자율적으로 의전원으로 전환한 의대들은 자신들에게 맞는 합당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차별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도 약속한 지원을 해야 한다.

이: 의대와 의전원 체제 중 한 체제 안에서 교과 과정을 통해 다양성을 끌어내고 같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의전원으로 메인 체제가 정해질 것으로 생각한다. 해보지 않고 너무 나쁜 점만 보지 말고 열린 시각으로 의전원 제도를 봤으면 한다. 등록금 문제도 의학교육을 위한 정당한 코스트(비용)를 받기 위해 한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의대도 의전원 체제가 도입된 것을 계기로 발전을 위한 도전을 해야 한다. 의전원으로 전환하지 않았다고 그대로 머물러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의전원 강제는 우리나라 뿐…

허: 1964년 의대를 졸업할 당시 한국의 1인당 GDP 100달러에 불과했다. 지금은 2만달러로 늘었다. 의학과 의료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현재 의전원 도입을 두고 얘기되는 담론들은 굴뚝산업이 중심이던 산업사회의 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이제 경제특구제도도 도입되고 BT산업도 발전할 것이다. 의료계와 의사도 산업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태국 의료기관을 찾는 외국인이 한해에 139만명이 넘는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전원을 도입해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의사들을 지원하고 인성적인 부분들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다시한번 강조하고 싶다. 과거지향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봐야 한다.

사회: 토의를 종합해보니 의전원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전환 대학뿐 아니라 비전환 대학의 힘을 보태야할 것 같다. 장시간 진지한 토의에 감사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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