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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풀어야 할 3대 과제

시론 풀어야 할 3대 과제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1.28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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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병구(부산시의사회 부회장)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여 대통령 당선자와 차기 정부를 향해 사회 각계각층으로부터 다양한 요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의약분업을 비롯해 정책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10년 세월을 보낸 의사들의 기대도 사뭇 어느 때와는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뀐다고 일시에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아무리 불합리한 정책이나 제도라 해도 이미 시행 중인 것을 갑자기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합리적인 접근을 통해 무너진 의료정책의 근간을 바로세우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첫째, 의료재정의 확보에 관한 문제다.

2006년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OECD국 중 최하위인 GDP(국민총생산) 대비 4.48%의 보험료율(독일 14.2%, 프랑스 13.55%, 일본 8.5%, 대만 9%)에도 불구하고 OECD국 중 5위의 보건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의료가 얼마나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인지를 알 수 있다. 다른 OECD국가들에 비해 건당 진료비가 매우 낮다는 의미이며 행위별 수가 역시 평균 1/3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와 공단은 약제비의 비중이 높다는 식으로 주장하여 왔지만 사실 약제비는 외국과 비교하여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임을 감안하면 진찰료를 비롯한 의료수가만 턱없이 낮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빈약한 재정형편은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선심성 의료혜택의 폭을 넓혀왔다. 그로 인해 해마다 의료비(건강보험료)는 물가상승률 이상으로 인상하고, 의료수가는 그 절반 이하로 묶어두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 재정적자는 메울 수가 없다. 여기에다 의료공급자의 자연 증가율이 의료비 인상률과 비슷한 형편이니 의사들의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그동안 정부는 급여확대와 재정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방편으로 의사들을 매도하는 수법을 사용하고는 했다. 매년 의료비를 인상할 때마다 그 이유가 마치 의사들의 부도덕한 행위에서 비롯된 것처럼 호도해 왔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의료비 인상은 의사들의 배만 불려주게 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어주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의 재정절감을 꾀할 수단도 거의 바닥이 나고 또 재정절감만으로 의료문제를 풀어간다는 것 또한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사실을 정부는 알고 있다.

추가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의료비를 다른 OECD국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려야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가 견지해 온 잘못된 접근방식 때문에 의료재정 확보의 근본적 해결을 불가능하게 만든 것이 문제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의료정책의 변화가 쉽지 않은 이유이다.

1, 2차 의료기관들의 붕괴 후에도 과연 국민건강은 보장될 수 있을까? 아랫돌 뽑아 윗돌 괴는 지금의 방식으로는 국민건강을 보장할 수 없다. 낮은 의료수가를 보전하기 위해 많은 수의 환자를 보아야 하는 현재의 의료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적정 수의 환자를 보아도 경영이 가능한 적정수가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그것이 위기에 처해있는 의료기관들의 도산을 막고 의료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비결이다.

둘째, 공정하고 사실에 입각한 언론보도의 문제다.

지난 10년간 다른 모든 정책들에 대해서는 비판적 태도를 견지해온 언론들조차도 유독 의료정책에 대해서만은 비판적 시각을 잃어버렸던 것을 볼 수 있다. 그 동안 언론은 의료에 관하여 사실을 바로 알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였을 뿐 아니라 정부나 일부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을 그대로 기사화해왔던 것이다. 언론의 이 같은 태도는 분배의 논리에 밀려 목적이 좋으면 방법은 잘못되어도 상관없다는 안이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온 모든 의료정책이 제대로 걸러지지도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어왔으며, 모든 의사는 기득권이라는 이름 아래 이 사회에서 가장 부도덕하고 이기적인 존재들로 국민들에게 각인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국내에 뿌리를 내린지 100돌을 맞는 현대의학이 국민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서 국민에게 얼마나 많은 신뢰와 사랑을 받아왔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최근 수년 사이에 엄청난 정책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이제 그 이유는 무엇이며, 그 진행과정은 정당하였는지, 그리고 아직도 공개되지 않은 의료의 실상은 어떠한지를 국민 모두가 알게 해야 한다.

언론은 그 동안 소홀히 다루어왔던 의료정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국민의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선도적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

셋째, 의사들 자신의 문제다.

의사들 스스로 바람직한 진료풍토를 조성하고 잘못된 의료관행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이다. 그 동안 열악한 여건들로 인해 진료풍토가 심각하게 허물어졌고 많은 의사들이 기본진료에서 더욱 멀어지고 있다. 의사들은 각자, 또 함께 더 이상 진흙탕 속으로 빠져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배운 의학적 지식과 수련과목 중심의 기본진료만으로 생계가 보장되고 의사로서의 소신을 지키는 동시에 보람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의사가 되는 것이 부를 누리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가난한 의사가 되어 환자들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은 더구나 용납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순수 환자만 보는 것이 대부분의 의사들에게 주어진 천직이고, 의사들이 이 땅에서 누릴 수 있는 삶의 보람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내부적으로 의사들 자신의 변화를 찾는 노력이 대외적으로 알려질 때 의사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한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가능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좋은 것일수록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평범한 경제원리가 의료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을 인정받는 날이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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