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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약, 과연 안전한가?

시론 한약, 과연 안전한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2.04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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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훈(의협 의료일원화특별위원회 위원 인천 부평·푸른솔신경과의원장)

최근 MBC 드라마 '뉴하트'에서 수술 전 한약을 먹는 환자에게서 한약을 빼앗는 장면에 한의사들이 발끈하여 이른바 '한의사 신용 훼손'으로 고소까지 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근거 없이 한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게 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 오히려 그 이후에 한약의 안전성과 부작용에 대한 논의가 봇물 터지 듯더욱 나오고 있다.

현대의학의 모든 약은 부작용과 독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의사라면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의사들은 항상 독성과 부작용을 숙지하면서 처방하고 조절한다.

그에 반해 대한민국의 한약은 어떠한가. 의사라면 누구나 임상에서 '기운 차리게 한약 먹어도 되나요?' 혹은 '이약, 한약과 같이 먹어도 되나요?' 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럴 때 한약은 흔히 말하는 부작용 없는 안전한 생약이니까 그냥 드셔도 된다고 말할 수 있는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2003년부터 시작하여 2006년 최종 연구결과가 나온 '독성 간 손상의 진단 및 보고체계를 위한 다기관 연구'에 의하면 총 314예의 독성 간 손상 증례조사에서 추정 원인물질로 '한의사에 의한 한약'이 82예로 가장 많음을 지적하였다. 사회적 파장을 우려해서인지 이 연구의 최종보고서는 전문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

2006년 6월15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1999년 4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한의약 관련 의료분쟁 피해구제 신청 중 약해 사고 31건 중 22건은 간세포가 파괴되는 독성간염에 의한 것으로 발표하였다. 심지어 한의사협회에서  2005년~2007년 의료사고 유형을 정리해 발표한 백서에서도 약물 사고가 129건이었고 이에 대한 주요 사례로 피부염 환자의 구토·비만 환자의 황달·임산부의 유산·호흡곤란 등 한약 복용 후 발생된 의료사고가 소개된 바 있다.

최근 한약재의 중금속·농약 검출 보도도 끊이지 않고 있다. 2007년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한 '2006.4∼2007.4 생약중 중금속 검사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산과 수입 한약재 309품목 1949건 가운데 8.5%인 166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중금속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한약문제의 배경에는 기본적으로 한약에 대한 독성 및 안전기준이 현대의약보다 턱없이 관대하다는 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현대의약의 경우 독성시험 외에 임상시험을 여러 단계 거치고 이후에도 주기적인 검증이 이루어지지만 한약의 경우 공식적으로 기존 고서에 의한 처방이라면 임상시험을 면제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성 시험 및 안전성 시험도 현대의약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최근 한의계 측에서 안전성 문제를 의식, 십전대보탕을 KGLP(비임상 시험관리기준)에 의한 '최초'의 한약 독성 검사를 시행 후 안전하다고 나왔다며, 이것이 한약 안전성 문제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바 있다.

그러나 검증된 제약회사에서 한약을 만들어 공급하는 형태라면 모를까 한의원에서 제각각 사용하는 한약재의 질이 동등하지 않고 안전성이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실험쥐에 대한 독성시험을 통과했다고 한약이 안전하다고 주장한다면 아직도 한약의 안전성 문제는 갈 길이 멀다는 걸 뜻한다.

결론적으로 현재의 한약은 부작용과 독성이 없다고 말할게 아니라 분명히 존재하며, 세부사항은 아직 잘 모른다고 하는 게 정답이다. 부작용과 독성이 없는 것과 잘 모르는 것은 분명히 다르며 한약의 안전성, 독성 기준이 현대의학 수준이 되지 않는 한 이 논란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국민들에게는 '현대의약은 부작용이 많지만 한약은 안전하다' 라는 소위 '믿음'이 있어 왔다. 정확히 말하면 이는 현대의약은 부작용과 독성 연구가 활발해서 널리 알려진 것이고 한약은 그렇지 않아 안전해 보이는 착시 현상일 뿐이다. 이러다 문제가 생길 경우 그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무방비 상태에 있던 국민들이 질 수밖에 없다. 이야말로 환자의 건강을 위해야 하는 의사로서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하는 제일 큰 이유이다.

최근 비단 한약의 안전성 문제뿐만 아니라 한방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치료법 등 여러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방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의사의 인성과 도덕성에 기인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한의사라고 해서 특별히 비양심적일리도 없거니와 일부의 사례를 일반화 시켜서도 안 된다. 한방 문제는 어디까지나 법과 제도, 한의학 학문 자체의 문제에서 그 원인과 해결책을 찾아야 하며 그렇기에 더더욱 실제로 환자를 보는 의사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그동안 한방에 대해서는 민족주의에 편승해서 알게 모르게 옹호해 온 면이 있는 게 사실이며 현대의학과 한방간의 문제 대해서도 이익집단의 충돌쯤으로 생각해서 가급적 관여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학을 추구하는 의사로서 한방 문제에 있어서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라고 하는 건 어렵더라도 당연한 의무이며 그럼으로써 대한민국의 오랜 숙제인 의료일원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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