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건보공단의 견강부회, 그 끝은 어디인가?
시론 건보공단의 견강부회, 그 끝은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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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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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훈정(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견강부회(牽强附會)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 송나라 정초(鄭樵)의 '통지총서(通志總序)'에 나오는 말로서 본래 견합부회(牽合附會)라고 쓴 것이 그 유래다. 그는 자연현상의 변화가 다단하고 인간사의 화복을 예측할 수 없는 법인데도, 사관(史官)들이 예컨대 일식(日蝕) 등 순수한 자연현상의 이변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길흉의 조짐 따위로 해독하여 붙이는 것을 비판하여 말한 데서 이 말이 탄생하였다.

결국 이것은 전혀 가당치도 않은 말이나 주장을 억지로 끌어다 붙여 도리나 이치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옳다고 고집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에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는 사람을 가리킬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사회 어디서나 견강부회가 있을진대, 올바른 논리와 정당성이 없음에도 오직 자신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이 이에 뛰어난 경우가 많다.

지난 1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전국 병·의원 3만 7000여 곳에서 2006년 3월 한 달 간 환자 진료 후 발행한 원외처방전 3382만여 건을 실제 환자가 약국에서 조제한 내용과 대조 확인한 결과 12.2%가 불일치한다고 발표했다. 건보공단 측은 '병·의원이 과잉처방 등으로 인한 삭감을 피하기 위해 실제 처방명세와 다르게 특정 의약품을 빼거나 일일투여량을 축소해 청구하는 등 허위청구행태를 보이는 것 같다'고 병·의원의 부도덕성을 지적했다. 과연 그럴까.

우선 이 발표가 기사화된 뒤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자. 다수의 국민들은 이번 보도에 대해 '건보공단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비판적인 자세를 보였다. 병·의원 처방과 약국 조제내역이 다를 경우 약국에서 처방 입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또는 마음대로 의사의 처방을 다른 약으로 바꾼 뒤 의사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석하는 것이 더 합당하지 않느냐는 얘기다.

즉 의사가 처방 후에 삭감을 피하기 위해 처방전을 변경해봐야 어차피 약국이 조제 내역을 청구하면 병·의원과 약국의 불일치가 드러날 텐데 얼마 못 가 들통 날 일을 왜하느냐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자료를 어떻게 의사가 처방 후에 처방 내용을 바꿔치기 했다고 해석하는지, 또 이를 근거로 왜 병·의원의 부당청구 운운하는지, 건보공단 발표의 의도가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그런데 발표 상 드러난 유형별 분류를 보면 건보공단의 주장이 더욱 석연치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유형별로는 의료기관 처방금액보다 약국 조제금액이 더 큰 경우가 160만 4000여 건, 약국 조제명세는 있으나 의료기관 처방 후 공단에 진료비를 청구한 명세가 없는 경우가 136만 5000여 건, 약국 조제금액이 처방금액보다 더 작은 경우가 109만 1000여건, 의료기관 처방 명세 전체가 누락된 경우가 7만 2000건 등이었다. 즉 처방금액이 병·의원과 약국이 서로 다른 것은 대체조제 시 변경 누락 등으로 인해 그렇다고 보더라도, 약국 조제명세는 있으나 의료기관 처방 후 진료비 청구가 없는 경우가 136만 5000여 건이라는 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 또 이러한 경우들에 있어 관리를 맡은 심사평가원이나 보건복지부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왜 결론이 없는 걸까.

아니 심사평가원의 반응은 있다. 진료비 및 약제비 등의 심사와 평가를 맡은 심평원에서는 이번 발표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대부분의 경우 처방 또는 조제 내역을 잘못 입력하거나 누락하는 등 병·의원이나 약국들의 착오청구라고 해석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억지로 부당청구로 끌어다 붙이는 건보공단의 의도는 다음 기사에서 명명백백히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건보공단은 과잉 원외처방 약제비를 의료기관으로부터 환수할 수 있게끔 건강보험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건보공단은 심사를 통해 확인된 과잉처방 부분에 대해 진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지만 2006년 12월 대법원은 법적근거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이 같은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전국 43개 대학병원은 이에 근거해 최근 건보공단을 상대로 100억 원대의 진료비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해놓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병의원에서 횡행하고 있는 편법적인 원외처방에 대해서 약제비를 환수토록 법에 명시할 계획"이라며 "법이 통과되면 논란의 소지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3개 대학병원들의 소송금액만 해도 100억 원대이다. 지난 5년 간 전체 의료기관들의 원외처방 약제비 환수 금액은 무려 1000억 원을 웃돈다. 사실상 억지로 빼앗아간 원외처방 약제비가 소송 결과에 따라 도로 내어놓게 생겼으니 건보공단의 마음이 급해질 만도 하다.

그래서 오죽하면 사실 관계가 뻔한 '병·의원과 약국의 처방전 내역 불일치'라는 사안마저도 부당청구로 끌어다 붙이고 열심히 의료계를 매도하기 바쁘랴, 하고 동정하고 싶기는 하다.

그러나 그 정도의 견강부회에 국민들이 속아 넘어가길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기대가 아닐까. 작금의 건보재정 파탄 위기가 바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실패한 의료정책들 때문이며 또 의료계를 근거 없이 매도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지금 정부도 알고, 새로 들어설 정부도 알며, 이제는 국민들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새 정부는 인수위에서부터 불합리한 건강보험 제도를 근본적으로 수술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리고 그 첫 단추로서 건보공단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분권화하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진정으로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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