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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23 17:54 (화)
DIY! 직접 만들어가는 의료정책

DIY! 직접 만들어가는 의료정책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2.20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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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봉옥(충남의대 교수 재활의학)

오늘 아침에 배달되어 온 공문 때문에 마음이 아프진 않으셨는지요? 배운대로, 소신껏 매일 시행해 온 의료행위가 어느 날 갑자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급여기준에 따라 불법인 양 매도당한 경험이 있으십니까? 새로운 규정 또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그 법안이 국회를 통화하면 절대 안된다는 것을 알고 당황하여 허겁지겁 막으려고 해 보신 경험은 없으신지요?

필자가 재활의학전문의가 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당시 보건사회부의 서기관이었던 모 인사가 "재활의학 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합니까? 선생님 전공분야의 정책을 몇 개나 만드셨습니까?"라고 물었다. "정책은 당신 같은 행정부 인사들이 만드는 것이지 그것을 나처럼 환자 진료하기 바쁜 의사가 할 일입니까?"하고 반문하였다. 바로 이어진 그의 대답에 난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전문가들이 지향하는 바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행정부에서 일하는 우리는 당신의 그 전문영역을 모릅니다. 그러니 현행법이나 규정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또는 어떤 새로운 법이나 규정이 필요한지를 제안하는 책임은 전문가들에게 있고, 그것을 우리가 정책으로 또는 법안으로 만들어가도록 끌고 가는 것이 전문가들의 역할입니다." 그동안 옳지 않은 규정을 바꾸거나, 입법을 저지하고, 또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면서 여러 벽에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그 중 가장 큰 벽은 가까이에 있는 동료 의사들이었다. 선례가 있는지, 그렇게 하면 된다는 문서를 받은 적이 있는지, 왜 그 일을 네가 해야 하는지 또는 그 일에 대한 RFP(Request for Proposal)가 나와 있는지 따져 물으며.

의과대학 교육과정에서 이미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시키는 대로 사는 데 너무나 길들여진 의사들, 전공의 수련과정에서도 제도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의견을 제안하거나 옳지 않은 관행에 도전할 기회가 있다 해도, 그대로 참고 지내는 것이 미덕이라고 학습된 전문의들이 우리의 모습이라면 과언일까? 문서를 받아 시행하고 요구가 있을 때만 대응하는데 익숙해진 우리들이 먼저 문서를 만들고, 먼저 요구하고, 협상을 이끌어 가는 위치로 돌아설 때 비로소 진정한 전문가이고,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닐까?

늦었지만 절박한 마음으로 의협이 주관하는 의료정책최고위과정(13기)을 수료했다. 보다 많은 회원들께서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실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그 대안을 같이 만들어 가는 내일을 희망한다. 우리가 당면한 어려움을 그대로 관망하거나 불평만 하고 있다면 결코 이겨낼 수 없다. 우리가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없으며, 의권이 존중되고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바른 정책이 필요한데, 그것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은 바로 우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감히 이렇게 외쳐본다. Do It Yourself, DI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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