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인생을 배우다'
'도로에서 인생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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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2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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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은경(광주 중앙아동병원)

토요일 오후, 익숙치 않은 먼 길을 혼자 운전하며 가게 되었다.  서서히 차가 막히기 시작하자 평소 대한민국 고속도로 운전이라면 자기가 전문가라고 큰 소리를 치는 이 과장의 말을 따라 우선 일차선을 타 보기로 했다.  한동안 일차선이 가장 진행속도가 좋아서 역시 세상살이에서는 전문가의 말을 듣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되었다. 내가 가볍게 촐랑대는 사람은 아니라고 스스로를 달래며 차선을 고수해보지만 재역전될 기미가 쉬이 보이지 않자 이내 마음이 흔들리고 만다. 차선을 바꾸고 이차선의 좋은 흐름에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쉰다.  그러나, 어디 눈 달린 사람이 세상에 나 뿐일까. 많은 차들이 곧이어 이차선으로 끼어들고 차선의 흐름속도는 재차 뒤바뀌고 만다. 차라리 얼른 행동했더라면 좋을 때의 이차선 흐름이나 탔을 것을. 결국은 남 따라할 것이면서 괜히 뭉기적거리다가 좋은 때만 놓치고 오히려 그냥 일차선에 머무르니만 못하게 된 형국이다. 전문가의 말을 믿기로 했으면 의심하지 말 것이며 제대로 믿지 않을 양이면 차라니 후회나 없게 스스로 결정해야한다.

해는 저물어가고 갈 길은 바쁜지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약삭빠른 결정을 해가며 목적지 근처에 이르렀다. 그래도 오늘은 그럭 저럭 크게 줄을 잘못 선 것은 면했나보다 생각하며 톨게이트를 나온다. 그제서야 '지금은 라디오 시대'에서도 '세상의 모든 음악'에서도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통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는 생각에 이른다. 먼 길을 운전할 때마다 라디오가 있어서 웃기도 하고 가끔은 눈물 한 방울도 떨구다 보면 어느 새 도착지에 가 있곤 했는데 오늘은 차선 바꾸는데 신경 쓰느라 운전 중 큰 즐거움 하나를 놓치고 말았다. 바쁘단 생각에 운전의 커다란 즐거움까지 놓치고 스트레스 엄청나게 받아가면서 죽기 살기로 달려왔는데  목적지에 도달하고 나서야 빨리 도착해야 했던 이유가 아주 사소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 실소를 한다. 운전대만 잡으면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치던 것이 바로 엊그제 같지만 벌써 운전을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다. 요사이는 제법 멀리 보는 눈이 생겨서 멀찌기부터 내가 타고 있는 차선 저 앞에 멈춰 서서 흐름에 방해를 주고 있는 차를 발견하고 미리 차선을 바꿔 유유히 지나갈 줄도 알게 되었다. 안락함을 포기하고 높은 차체라는 이점을 가진 지프차를 타는 것도 멀리 보는 눈을 가진 이유이지만 역시 연륜이 아닌가 한다.

연륜이 쌓이면 막히고 짜증나는 고속도로에서도 인생을 읽는다. 하기는 가슴을 열고 두 눈을 크게 뜨고 보면 세상의 어느 것 하나 인생살이 모습과 다른 것이 없다. 혹자는 고스톱에서도 인생을 배운다고 하지 않는가. '낙장불입'은 순간의 실수가 큰 결과를 초래함을 일러주는 교훈이며 '비풍초똥팔삼'은 인생에서 뭔가를 선택하고 또 포기해야 할 때 우선순위를 정하는 지혜를 준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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