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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KRPIA로…'뜨거운 감자'를 어쩌나

공은 KRPIA로…'뜨거운 감자'를 어쩌나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2.2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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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외자사 단체, 지정기탁제 받아들일까?

제약협회와 의학단체가 지정기탁제 실시에 합의했다. 이제 제약협회 소속 제약사들은 원칙적으로 한국의학원과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을 통해서만 학회에 지원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됐다.

이러면서 업계의 시선은 자연스레 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로 향하고 있다. KRPIA 소속 외국계 제약사들도 이 제도 안으로 들어올 것인지 모두들 궁금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내사와 외자사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진퇴양난 KRPIA, '고민 또 고민'

제약협회는 이미 KRPIA를 향해 '지정기탁제 틀 안으로 들어올 것'을 정식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KRPIA는 "제약협회와 논의한 바 없다"며 '언급'을 피하고 있다. 논의된 바 없는 내용을 두고 "좋다. 아니다" 말할 수 없단 얘기다.

KRPIA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정기탁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자니 의도와 상관없이 '투명성'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칠 공산이 크고, 그렇다고 '같이 가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회원사들의 반발 때문이다. 지원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만한 자체 지침이 있는 만큼 새로운 제도가 꼭 필요한가에 대한 의구심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논의하지 않아서'란 변명으로 일관할 순 없는 처지다.

26일 양해각서 체결식이 '제약사가 투명해지기로 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로 각 언론에 소개되면서, KRPIA는 어떤 식으로든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나 무슨 입장을 내놓더라도 지정기탁제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투명성을 거부하는 외자사들'이란 오명을 피해가기 힘들기 때문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KRPIA는 26일 오후 지정기탁제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려다가 이를 수일 째 미루고 있다.

느긋한 제약협회 "잘 되리라 믿는다"

선수를 치고 나서며 확실한 명분을 챙긴 제약협회는 "이제 KRPIA의 선택만 남았다"며 느긋해졌다. KRPIA 참여문제보다는 외자사 특유의 여러 마케팅 도구들에 관심을 더 쏟는 분위기다.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은 최근 KMATimes.com과의 인터뷰에서 "외국 본사가 지원하는 학술 행사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가 좀 더 복잡한 문제"라며 공정위의 힘을 빌어 이런 '편법 사례'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지정기탁제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만큼, 자연스레 틀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믿는다'는 취지의 전망도 내놨다.

하지만 '지정기탁제'가 협회 소속과 상관없이 모든 제약사가 따라야 하는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 제도라면 지나친 'KRPIA 몰아부치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일단 KRPIA가 지정기탁제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이유 중에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얹기'는 싫다는 심정도 있는 만큼, 몰아부치기 보다는 참여할 만한 명분을 찾아주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란 의미다.

또 하나의 관건은 KRPIA가 시간을 끄는 동안 지정기탁제가 제대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확인시켜 주는 일이다.

일단 춘계학술대회가 제1평가 시점이다. 지정기탁제에 영향을 받는 소위 '메인스폰서'들은 작년 말 쯤 이미 정해진 상태지만, 아직 학술대회까지 여유가 있어 실제 집행은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현재 메인스폰서들은 지정기탁제 시행 후 학회측으로부터 이렇다할 지침을 받지 못해 헷갈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학회들이 지정기탁제와 상관없이 '그대로 집행하면 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말하는 제약사들도 있어, 시행 초기부터 잡음이 일 가능성도 많아 보인다.

한편 3월 18일 대한의학회가 전 소속 학회 대표들에게 제도에 관한 설명회를 가질 예정이어서 학회들의 최종 입장은 이 후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학회들의 호응도 필수적이지만 제약사들의 역할 역시 중요하다.

제약협회만 목소리를 높이고 정작 제약사들은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단 단서가 잡힌다면 KRPIA 참여는 고사하고, 계속되는 회원사 탈퇴와 특정 제약사 선호 논란으로 '대표성'에 위협을 받고 있는 제약협회는 치유하기 힘든 타격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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