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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잘 풀기가 해법이다

매듭 잘 풀기가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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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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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아직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물론 새 정부가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평온하게 호수에 떠 있는 오리들도 물 밑에서는 분주하게 발을 움직이지 않는가.

새 정부가 무엇부터 '칼'을 댈 지가 관심사다. 보건의료계에서는 새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안정을 위한 개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시장원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새 정부의 속성상 이 예측은 틀리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정부 출범 이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당시 인수위는 하루에 13억 원의 '잠재적자'가 발생할 정도로 건보재정이 심각한 상태라며 건강보험개혁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보건복지부에 지시했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에는 현재 TF가 구성된 상태다.

새 정부에서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필자는 이에 대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언제까지 의료서비스를 공공의 영역에만 매어 둘 수는 없다. 새 정부의 이념처럼 시장원리를 도입해 의료계도 경쟁과 효율의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그렇게 되면 의료서비스도 개선되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돌아간다.  

그러나 시민단체의 반발이 만만찮다. 보건의료시민단체들은 새 정부 취임 후 성명을 내고 공공의료의 대폭 확충을 주장했다. 이 단체들에 따르면 국내 공공의료기관의 의료공급비율은 전체 병상의 9%, 외래환자의 7.4%에 불과하다. 이는 미국의 33%, 일본의 36%, 유럽연합의 90%보다 훨씬 낮다는 게 이 단체들의 주장이다.

물론 보건의료시민단체의 주장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공공의료 영역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야 한다는 지적은 틀리지 않다. 새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내길 바란다.

의료기관의 영리법인화가 허용된다고 해도 당연지정제까지 당장 폐지되지는 않을 것 같다. 복지부의 관계자도 이 점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된다면 평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우리나라 국민의 정서상 상당한 혼란이 올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관 후보 인사 청문회에서도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내정자는 "기존 건강보험의 기본 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운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는 당연지정제를 당장 폐지하지는 않겠다는 뜻과 같다.   

그러나 이 쟁점은 당분간 꾸준히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의료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의료계는 당연지정제가 의료 선택권을 가로막고 있을 뿐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 악화의 원인도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는 오히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연히 시민단체는 당연지정제의 폐지는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새 정부가 양쪽의 입장을 잘 조율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것 같다.

당연지정제의 폐지가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민영의료보험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영의료보험의 보장 한도는 건강보험과 충돌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헬레니즘 세계를 건설한 알렉산더는 전쟁 도중 고르디온이란 지역에서 기둥에 단단히 묶여있는 매듭을 발견한다. 전설에 따르면 그 매듭을 푼 사람이 세계를 정복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 누구도 그 매듭을 풀지 못했다. 알렉산더는 피식 웃고는 칼을 꺼내 매듭을 잘라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한다. "이제 매듭을 풀었으니 세상은 내 것이다."

알렉산더가 그랬던 것처럼 산적해있는 보건의료계 현안을 명쾌하게 해결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현안들이 서로 얽혀있기 때문에 해결하는 게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의 정부가 매듭을 풀지 못한 것이다.

더 이상 알렉산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매듭은 하나씩 풀어가는 게 순리다. 새 정부의 현명한 정책 운영을 기대한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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