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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dated. 2024-04-19 21:53 (금)
[신춘대담]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신춘대담] 문경태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03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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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산업 발전 위해 '투명성' 확보 절실"
지정기탁제 시행 의·약 상생 첫 단추될 것

제약기업과 의학계의 '관계'를 완전히 재정립 할 것으로 보이는 '지정기탁제'가 26일부터 시행된다. 이 제도는 업계의 요구가 학계에 전달되면서 현실화된 것이다. 배경은 이렇다. PPA, 생동성 파문 등으로 제약회사에 대한 국민 정서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리베이트 조사'로 카운트 펀치를 날렸다. 약제비절감안, 한미FTA 등 외부 정책변화도 감당하기 힘든데 '구태를 못벗어난 업계'란 오명은 제약업계를 '패닉' 상태로 몰아넣었다. 뭔가 바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고 제약회사들의 종주 단체인 제약협회는 '투명성 확보'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논의는 모든 제약사가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을 거쳐 지정기탁제 실시로 모아졌다. 제약사가 의료계에 기부금을 전달할 때 반드시 제3자를 통하도록 해, 투명성을 재고하는 동시에 거품도 없애겠다는 취지다. 지정기탁제를 기획하고 마침내 26일 의학단체와 양해각서 체결을 이끌어 낸 문경태 제약협회 부회장을 만났다.

 

제약업계가 의료계 특히 학술단체와의 관계에 많은 변화를 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근본 취지와 방향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 의료기술, 제약회사의 능력은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이것을 관리만 잘 해주면 큰 경쟁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분야를 잘 '엮는' 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정기탁제와 같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의료계와 제약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모멘텀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체계화 되면 의학·제약업계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계 뿐 아니라 제약계도 기존 질서에 안착하려고 하는 데 있습니다. 의료계만 봐도 개원의들의 경우 당연지정제 같은 제도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요소임에도 그냥 익숙하게만 느끼고 목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건강보험에 경쟁요소를 넣으면 추가재원도 만들 수 있는 데도요.

업계 역시 그동안 뒷 돈 주는 능력에 따라 경쟁력이 정해지는 관행에 매몰돼 있었습니다. 이대로는 발전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을 더 나은 품질과 시설을 위해 투자하고 사회적 공헌활동에 분산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지정기탁제가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 외에 규모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군요.

일단 우리는 학계로 들어가는 자금의 규모를 모릅니다. 그래서 이것을 줄여야 하는지 여부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거품은 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정기탁제 시행과 함께 드러날 것입니다. 좀 더 현실적으로는 학술행사가 최고급 호텔에서 중급으로, 대학강당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학술단체 본연의 목적인 연구활동에 지장을 줄 수 있단 우려가 있지만 쓰는 사람 입장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업계에서도 정말 필요한 만큼만 제공하는 현실적인 모양새가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다만 규제가 생기는 것인 만큼 양쪽 모두 조금은 위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멍석을 깔아주면 잘 안하려는 경향과 같죠. 그래서 협회는 수시로 제도 시행을 점검해서 새로 생긴 채널을 적극 활용하도록 회원사들을 독려할 것입니다. 의학계도 그래야 하고요. 그것이 협회의 역할입니다. 일본의 경우 지정기탁제도 아니고 완전 무기명 기탁임에도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사례를 좀 더 참고하려 합니다.

지정기탁제. 어디까지 해당되고 어떤 것은 제외되는 것입니까.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3자간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앞으로 차차 논의할 것입니다. 우선 당장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학술지 광고와 학술대회장 부스임대는 상거래로 보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데 학계와 의견을 일치했습니다. 제약사가 자사 제품을 설명하는 '런천·위성 심포지엄'도 마찬가지 입니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외자사 본사 주최 학술행사 지원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연구대상입니다. 이에 관해선 공정거래위원회의 해석대로 좌장·연자의 여비 제공 정도만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방침입니다.

그리고 학술대회에서 제약사들이 '메인스폰서' 자격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패키지'는 자연스레 세분화되고 투명화 될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면 1년에 1억원 내고 부스·심포지엄·광고 등 여러 혜택을 보는 것들은 내용별로 쪼개지게 될 것입니다.

양해각서 내용에도 포함돼 있지만 학회가 학술대회를 하면서 일정 부분은 스스로 충당하기로 한 것도 큰 변화입니다. 또 지정기탁된 기부금을 해당 학회로 보낼 때 제3의 기구가 간접비 5%를 떼도록 했는데 이는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는 기초분야 연구단체 지원에 쓰일 것입니다.

학회 입장에선 그동안 들어오던 금액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지 않겠습니까?

일단 기부금을 받으려면 학회는 사용 용도를 명기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심사는 대한의학원과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대한의학회 산하)에 이미 설치돼 있는 기금배분위원회가 합니다. 전문가들이 심사하는 것인 만큼 부풀린 사업계획서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결과보고서도 내야 하고요. 그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또 제약협회에서 1명을 선정해 대한의학원과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 이사회에 참가하도록 했습니다. 제도가 활성화 되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입니다.

의학계와의 논의 중 의견이 부딪힌 경우는 없었나요.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공정위의 시각이었습니다. 지정기탁제가 자금세탁에 불과하지 않냐며 비지정기탁제 의견을 고집했지요. 이를 설득시키는 과정 때문에 예정보다 도입이 늦어진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앞으로 입니다. 지정기탁제가 수면위로 떠오르면서 여러 곳으로부터 저항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대한의학원과 한국의학학술지원재단이 학계를 잘 설득하고 이해시켜 주기를 기대합니다. 제약사들 역시 회원사마다 이해관계가 다른데 이를 중재하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제약협회 비회원사들에 대한 설득도 진행될 것이고 그들 역시 이 틀안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수익은 '부스임대'와 '광고료' 정도가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부스의 경우 제약협회가 제시하는 200만원이 과연 현실성 있는 수치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매우 아픈 지적입니다. 일단 200만원은 공정위의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가이드라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차피 부스임대료의 원가를 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식선에서 판단하셔야 할 것입니다. 다만 고급 호텔에서 진행하는 학술대회라면 200만원이 너무 싼 가격이겠지만 대학강당으로 자리를 옮긴다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의료계에 더 바라는 것이 있으면 말씀해 주십시요.

아직 논의할 게 너무 많습니다. 판단해야 할 사례가 너무 다양합니다. 하지만 첫 발을 내딘 만큼 이런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의약산업이 더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26일 있을 양해각서 체결식에 기쁘게도 공정위, 의사협회, 투명사회실천협의회 등 관련 단체들이 모두 참여해 축하해주기로 했으니 든든합니다.

모든 것은 자율적으로 진행될 것이며 잘 될 것이라 믿습니다.

문경태

1953년 부산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미국 조지아대 대학원 사회사업학과
행정고시 18회
보건복지부 기술협력관, 연금보험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 기획관리실장
한국제약협회 상근부회장 (2006. 2 ∼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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