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환자·건강보험 힘 합쳐야
의사·환자·건강보험 힘 합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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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5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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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중(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지구상에 의료 체계나 건강보험 재정 및 운영 문제 등으로 고민하지 않는 나라가 있을까? 우리나라 국민들 가운데에도 공보험의 존재나 현행 의료체계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도 많지만 반면에 불만이 없는 사람도 별로 없다. 몸이 아프거나 질병이 있어 이용의 필요성이 있지만 경제적 능력이 부족해 의료 이용에 제한을 당하는 저소득층이 있는가 하면, 경제력이 충분한 사람들도 좀 더 고급 의료를 독립된 공간에서 줄 서지 않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불만이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이른바 '경제적 상위층'에 속하는 한 인사도 의료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불만의 요지는 '다른 분야는 돈을 더 건네면 귀빈 대접을 받는데, 왜 병원과 의료 서비스는 돈을 더 주겠다고 하는데도 똑같이 대접하냐'는 것이었다.

국내 최고의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다른 환자들처럼 똑같이 대기하고, 줄 서서 검사 받고, 다른 환자와 마찬가지로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와서 피 뽑고 처치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돈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합당한 치료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는 의사들이 설명을 제대로 해 주지는 않고, 고압적인 자세로 대한다는 것도 불만이었다. 거칠게 정리하면 돈 있는 사람은 백화점에서 명품 사고, 돈 없는 사람은 시장에서 '짝퉁'을 사는 격과 마찬가지로 의료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몇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가 될지 모른다.

건강보험 치료보다 더 질이 좋은지는 모르겠지만 최근에 나왔고 가격도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지 않아도 되고, 이런 기관은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는 민간의료보험과 계약하는 시나리오다.

경제적 여유가 되는 사람들은 줄 서지 않아도 되고,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건강수준과 건강 위험요인에 따라 별도의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경제적 상위 계층이 바라는 그런 의료 시장일 수도 있겠다.

건강보험의 당연지정제 완화는 경제적 수준에 따라 환자를 나누겠지만, 문제는 의사를 나누는 데에도 있다. 지금도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를 마친 많은 의사들은 개원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동종 업계 의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당연지정제 완화로 민간보험과 계약할 수 있는 병·의원은 더 성업하고, 그렇지 못한 곳은 경영난에 더 시달릴 수 있다. 자본력이 약한 동네의원들은 더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 병원 의사들도 수익을 쫓도록 떠밀려, 의학적인 양심과 소신에 따른 진료는 더욱 '이상'이 될지 모른다.

의사들이 건강보험과 수가 협상 등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기 위해 건강보험공단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완화 또는 폐지 등을 주장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건강보험공단 안에서도 부당 또는 허위 청구를 많이 하는 곳은 계약하지 말자며, 당당하게 받아들이자는 말도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아프면 적절한 치료를 공급해야 하는 의료 영역마저도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지금, 환자들과 의사들, 건강보험이 협력해 함께 가기에도 '의료의 상업화'라는 거대한 물결을 헤쳐가기 힘든 때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 낮은 수가로 많은 환자를 봐야 하는 진료 문제 등 여러 의료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의사·국민·건강보험이 먼저 힘을 합쳐야 할 때다.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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