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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 되기

외과 의사 되기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3.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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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영(강남성모병원 R1)

나는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외과 의사다. 가슴에 달린 명찰에 그렇게 쓰여 있다. '외과 신현영' 이렇게 말이다. 의대생 시절부터 많이 고민하고, 그동안 이리저리 많은 시간을 돌고 돌아온 끝에 외과로 왔다.

5년 전, 임상과목을 배우기 시작하고 병원 실습을 하면서 외과의 매력에 빠졌던 나였다. 하지만 "외과에 관심 있다"고 하면 주변의 반응은 대부분 냉소적이었다.

"지금 관심있어도 인턴되고 막상 닥치면 생각이 바뀔 걸?", "그것은 이상일 뿐이야!", "편한 과를 선택하는 것이 어떻겠니?" 등.

당시의 나는 편안한 삶에 안주하려하거나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을 우선시해서 마이너 과를 선호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의견을 따랐다. 이리저리 삶의 질이 좋다는 진료과에 들어가길 바랐다. 그것이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라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매일 당직을 서고, 힘들게 전공의 과정을 거치고, 전공의 과정이 끝난 후에도 외과 본연의 수술과 진료를 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썩 내키지는 않지만 차선책으로 차라리 다른 과를 전공해보는 것은 어떨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그 길은 내 몸에 맞는 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외과 의사가 되기로 한 나에게 주변 사람들을 여러 이야기를 해주었다. "어쩌다가 그렇게 됐냐?"고 안타까워하는 사람들부터 "그래 잘 됐다. 열심히 해라!"하며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사람보다는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나도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안타깝다고 말하는 소수의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사실 의사가 꿈인 중고등 학생들과 예과 학생들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갖는 분야가 외과와 흉부외과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갈수록 이러저러한 타협을 하게 되고, 급기야는 그때그때 제일 잘 나간다는 진료과를 선택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등학생이 수능 점수대로 대학과 전공을 선택하는 과정이 다시 의사가 되고 전문의가 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사회를 부정하는 것도, 거기에 지나치게 순응해서 사는 것도 현재를 사는 나에게는 푸념에 불과하다. 다만 나는 앞으로 4년을 열심히 수련할 것이고, 푸념하는 사람이 아니라 비판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리고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소신있게 과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일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접지 않고 지낼 것이다.

나는 외과 의사다. 이제 배를 열고 매캐한 냄새를 편하게 여기면서 졸린 눈과 헝클어진 머리를 하고 다녀도 생명을 구한다는 자부심과 인류에게 줄 이익을 생각하는 외과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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