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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닥터스의 꿈
그린닥터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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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5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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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두(그린닥터스 이사장 부산광역시의사회장)

2004년 11월 23일 그린닥터스 일행은 처음 북한의 개성 땅을 밟았다. 정부가 개성공단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때 그린닥터스가 개성공단 의료지원팀으로 선정되어 현지답사를 위해 방문했다. 허허벌판에 중장비들이 열심히 땅을 고르며 먼지를 일으키는 개성공단을 처음 방문한 우리는 병원 개원에 대한 초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또 미래의 종합병원 설립에 대한 기도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해인 2005년 1월 그린닥터스는 관리위원회 옆 조그만 장소에 진료소를 마련하고 무료진료를 시작한지 만 3년을 맞아 지난 1월말 개성공업지구 그린닥터스협력병원에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위원장과 북측진료원장 등과 함께 조촐하게 그러나 아주 뜻있는 개원 3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서울 그린닥터스가 준비해 온 생일케익과 과일들 그리고 샴페인에 종이컵으로 축하의 잔을 높이 들었다. 이날 개성공단 시장인 관리위원장의 "우리나라 문화 관습에 3년이란 뜻이 담긴 내용이 많은데 이는 3년이 지나면 모든 일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본궤도에 오른다는 뜻을 가진다"는 축사에 그동안의 모든 어려움을 잊고 새로운 힘을 얻었다.

3년전 1월 8일 추운 겨울밤 앰뷸런스 1대와 현대택배 대형 트럭 한대가 한반도의 남쪽 부산에서 조용히 출발해 밤이 새도록 북으로 달려 휴전선을 넘어 북한의 개성공단에 짐을 내렸다. 남측의 많은 독지가로부터 기증받은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정리해 병원 문을 열었고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흐른 것이다.

부산에서 시작한 의료봉사 단체인 그린닥터스가 개성공단에 진출해 북측과 남측의 수많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북측과 남측의 환자들을 돌보며 지난 하루하루 순간순간들이 묶여져 3년이 되었으며 말 못할 무수한 일들이 역사의 뒤로 지나간 3년이었다. 공장을 건설하다 사고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연탄가스 중독 환자를 살리기도 하고, 또 말라리아 환자발생으로 서로 긴장하기도 하고, 중환자는 후송하는 등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많은 환자들이 이곳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와 약을 통하여 감사한 마음을 갖기도 하고 뭔가 부족해서 서럽기도 하고 남북이 함께 사는 이곳에서 그야말로 긴장감과 안도감 그리고 희로애락의 연속으로 새로운 남과 북 진료실의 의료 역사를 만들어 오고 있다.

그린닥터스는 처음 20평 정도의 개성진료소를 통해 2년간 봉사하다가 이제 120평의 그린닥터스 협력병원으로 발전하게 되어 남북 의료진이 같은 건물 아래서 서로의 근로자들을 진료하고 어려운 환자는 함께 보는데 까지 달려오게 되었다. 근로자 가족까지 합한다면 수많은 남북 환자들을 진료한 곳이 바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이며 의료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북측의 주민과 환자들에게 남측의 수많은 약품과 의료가 진실로 필요한 곳에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곳이 바로 개성병원이다.

또한 분단된 조국에서 남북측의 의료진이 흰가운을 입고 매일 서로 보며 인사하며 함께 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한반도의 유일한 곳이 바로 그린닥터스 개성병원이다.

이곳은 단순히 환자들만 진료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 의료이외에 남과 북의 문화와 사상과 모든 제도가 서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곳이고 또 개성은 북한의 땅이기에 항상 서로 조심하며 상대방의 인격과 자존심을 생각하며 일을 해야하는 외교관의 역할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늘 무언가 스트레스가 가해지는 가운데 살아가는 곳이 바로 이곳 개성병원이다.

3년전 보다 지금은 북측의 사정도 달라진듯 하다. 많은 북측의 근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건강한 모습으로 변했음을 알 수 있었다. 병원도 처음보다 많이 달라졌다. 굳어있던 남북측의 의료진은 이제 서로 자주 만나고 서로의 의료와 의학전반에 대해서 토론하고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는 책을 건네주기도 하면서 의료정보를 서로 나누고 함께 공부 하는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어려운 환자는 함께 보고 또 X-선 검사와 초음파검사도 하고 수술도 하고 고가의 현미경 등 검사실 장비가 병원에 들어오고 기본적인 검사가 되고 결핵검진 장비와 치과 장비 등이 들어와 진료를 하고 있어 그야말로 이제 병원다운 모습으로 차츰 변해가고 있다.

평양에는 좋은 병원들이 있다고 하지만 이곳 개성에는 큰 병원이 없다고 한다. 그린닥터스는 이제 종합병원을 세우고자 한다. 한국토지공사 사장을 방문하여 병원부지를 요청한 바 있었고 토지공사 개성지사장도 분명히 그린닥터스에 의해 개성공단에 병원부지 3000평이 새로이 만들어져 있다고 했다.

개성지역 뿐만 아니라 해주 등을 포함한 황해도 전지역의 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발전해  질병으로 고통당하는 북한 동포를 도와주는 훌륭한 병원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 그린닥터스의 비전이며 목표이기도 하다. 개성공단에 종합병원을 만들어가는 이 일은 북한지역과의 의료 격차를 줄이는 것은 물론 남북한 관계개선 및 남북통일의 밑그림에도 중요한 역할이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린닥터스 개성협력병원 개원 3주년을 맞아 이러한 목표를 위하여 더 열심히 하자는 각오를 다시 다지고 돌아온 것이다. 이제 부산·서울·울산·대구 등 전국에서 함께 한 그린닥터스가 북한땅에서 펼치는 이러한 의미있는 의료봉사활동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의 어려운 의료환경을 돕는 이러한 일들을 위해서 의료인은 물론 많은 사람이 의료봉사 단체인 그린닥터스와 함께 해주기를, 또 많은 성원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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