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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수술사고의 교훈

유방암 수술사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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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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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훈(동아일보 기자)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을 오가며 유방암 진단과 수술을 받은 40대 환자의 이야기가 누리꾼 사이에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한 신문에서 '유방암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멀쩡한 사람의 가슴을 잘라냈다'는 기사를 보도한 게 시작이었다. 이 사건을 이해하기 위해 먼저 이 기사의 첫 번째 문장을 다시 읽어보자. 기사의 리드 문장은 항상 그 기사의 모든 내용을 대변하니까.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과 서울대병원이 뒤바뀐 조직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멀쩡한 사람한테 유방암 진단을 내린 뒤 가슴을 잘라내는 수술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첫 문장을 접한 독자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이 병원들은 누구나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병원이다. 그런 병원에서 멀쩡한 사람을 잡다니….   

기사에 따르면 이 수술의 '피해자'인 환자는 2005년 11월 건강검진에서 오른쪽 유방에 손톱 크기의 혹이 발견됐다. 그는 세브란스병원에서 초음파와 조직검사를 받았고 혹이 암이라는 진단이 떨어졌다. 그는 '더 큰 병원'을 찾아보자는 주변의 권유에 따라 서울대병원을 찾았지만 서울대병원에서도 암으로 진단했다.

12월 서울대병원에서 오른쪽 유방을 4분의 1이나 잘라내는 수술을 했다. 그런데 보름 후에 환자는 떼어낸 조직에서 암 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야말로 청천벽력이었다. 환자는 결국 두 병원과 담당 교수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냈고 의사들은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병원의 자체 조사결과 세브란스병원은 환자의 것이 아닌, 다른 환자의 슬라이드를 보냈고, 서울대병원은 재검사를 하지 않고 그 슬라이드만 보고 수술을 결정했다.

여기까지가 기사의 내용이다. 기사대로라면 분명 엄청난 의료사고다. 국내 최고의 대학병원에서 이런 상식 이하의 진료가 이뤄졌다면 '최고'란 타이틀을 내놔야 한다. 각 병원의 해명자료를 들여다보았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서울대병원이 세브란스병원에서 보낸 슬라이드만 가지고 수술했을까가 가장 궁금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자기공명영상(MRI)촬영과 유방초음파 등의 기본 검사를 실시했으며 그 결과 유방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양성유선증식증'이 발견됐기 때문에 수술했다고 해명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슬라이드만 보고 수술을 결정했다는 보도와 다른 부분이다. 서울대병원은 매우 격앙돼 있는 것 같았다. 환자에 대해 재검사를 실시하지 않고 세브란스병원의 슬라이드만 보고 수술을 했다고 보도한 매체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의문이 남는다. 어쨌든 암이 발견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은 '소신진료'임을 강조한다. '양선유선증식증'은 암의 바로 전 단계이며 수술 후 떼어낸 조직에서 이 병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당장 암은 아니지만 암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당연히 수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이다.

이젠 세브란스병원의 해명을 보자.

세브란스병원이 서울대병원에 다른 사람의 슬라이드를 보낸 것은 사실로 밝혀졌다. 병리과 직원의 실수로 다른 사람의 슬라이드가 넘겨진 것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그 직원은 징계를 받았으며 해당 의사에게는 책임이 없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 해명이 사실이라면 세브란스병원은 사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개 직원의 실수라고 넘길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병원 고위인사들이 만약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다면 마음을 고쳐먹기 바란다.

이 사건은 당분간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양측의 주장이 너무 달라 사태가 더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태에서 의사들이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야 할 게 있다. 바로 '설명'이다. 충분히 설명했다면 이런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환자와 의사의 소통이다.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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