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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도를 위하여

새로운 시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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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0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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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혁(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기획이사)
법률용어 중에 '거증책임'이라는 것이 있다. 소송 과정에 있어서 거증책임을 지는 자는 충분한 증거자료를 제출하여 자신의 주장을 설득해 나가지 아니하면 불이익을 받게 된다. 어느 쪽이 잘못했는지를 끝까지 알아낼 수 없는 경우에는 이러한 거증책임을 지는 쪽이 패소할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잘잘못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거나 사실관계의 입증이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러한 거증책임을 누가 지게 하느냐의 문제는 매우 중요하며, 사회를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이 어떠한가에 따라 나라별로, 분야별로 서로 다르게 정해지고 있다.

하지만 깊은 고려와 철학적 판단의 결과물인 '법률상의 거증책임'과는 달리, 우리 일상생활에서는 이러한 유형의 책임이 기준없이 배려가 부족한 상태로 어느 한쪽으로 떠넘겨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학문이나 실무 등 다양한 영역에 있어 새로운 실험이나 변화를 추구하는 쪽에서 이러한 거증책임을 일방적으로 부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새로운 방식이 기존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충분히 그리고 확실히 증명해 내지 못하면 기존에 해오던 것에 안주하고 머무르려는 분위기가 아직까지 사회에 만연하는 것이 사실이다.

세상은 변한다. 사람도 변하고, 우리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도 다양하게 바뀐다. 얼핏 보기에 그렇지 않게 보이는 것들도 사실은 그 속도가 매우 느려서 사람의 눈에 띠지 않을 뿐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변화가 있을 때마다 세상은 서로에게 서로를 조화시켜 나가며 동적 평형의 상태를 맞춰가고 있다. 이처럼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는 발전은 차지하고서라도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때, 진정한 의미의 보수란 진보를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 현재의 것이 더 좋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연구와 진보적인 변화를 시도한 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해야 한다. 때로는 보수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더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필요한 것이다. 과거의 기억이나 관행의 틀 속에 들어앉아 있으면서 거증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긴 채 현재의 것을 고수하려는 태도는 그것이 자신에게는 이득이 될지라도 전체의 발전을 가로막는 것은 물론이고 진정한 보수의 이념을 실천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변화 시도에 따른 결론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항상 새로운 생각들을 제시하며 변화를 추구하며 열심히 연구하는 과정은 보수나 진보 모두에게 필요한 공통의 과정이다.

거증책임은 변화를 원하는 자들끼리만 져야 하는 짐이 아니고 발전을 위해 서로 배려하며 나누어 가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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