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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과거에 대한 성찰이 의료제도 개선 첫 걸음
시론 과거에 대한 성찰이 의료제도 개선 첫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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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2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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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행식(한국의료바로세우기추진위 실행위원장)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국가의 근간으로 하는 대한민국에서, 환자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의사도 이 나라의 국민이다. 의료제도라는 잣대를 가지고 이 나라의 국민으로써 환자도 의사도 과연 행복한가 하는 질문에 거의 모든 이가 '그렇지 않다'라고 답할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표현의 내면을 따져보면 환자와 의사 사이에 불만의 정도와 이유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존재함을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누구나 질병없이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을 가지고 있으며 한 국가의 구성원으로써 성실한 생활을 하고 있는 국민은 누구나가 의료의 혜택에서 소외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가가 의료보험제도나 의료보장제도를 운용하여 국민의 의료비용을 공적부조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의료보험이나 의료보장제도 둘다 그 재정의 한계 때문에 근원적인 충족을 줄 수는 없는 구조인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저부담-저수가-저급여의 악순환은 날이 가면 갈수록 심화될 것이고 선진복지국가를 추구하는 행정부로서도 국민의 의료비용은 점점  더 큰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는 어떠한가? 의사란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인이다. 전문인들의 자긍심이란 그들의 지식과 경험과 기술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발휘되어 그 효과를 확인하는 순간 순간에 느껴지는 보람에서 솟아나는 것이다. 그러한 자긍심이야 말로 그들의 행복과 직결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심각한 규제와 틀에 박힌 진료만을 허용함으로써 의사로서의 자긍심이란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려운 구조다. 뿐만 아니라 아예 공공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부쳐 그 자존심의 손상은 이루 헤아리기 힘든 지경에 있다. 결국 헌법에 보장된 '행복추구권'이 환자에게 있어서는 그 행복의 보장이 미흡한 것이지만, 의료계에 있어서는 기본적 '행복추구권'이 침탈된 상태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제도의 올바른 개선을 위해서는 우선 현행의 의약분업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제로 시행된 우리의 의약분업제도는 지난 기간동안 많은 무리수를 노출시켜 왔는데 그 핵심은 급격한 재정팽창이다. 여지껏 의약분업제도가 가져온 문제점에 대하여 제대로된 평가작업이 없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분업 이후 재정은 6~7배까지 증가하였으나 급여율은 47%에 정도에 머무르고, 늘어난 보험료와 불만족스러운 의료혜택에 대해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이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해 나가야 하는 지에 대한 수많은 논란들 속에서 정부당국자는 그 해법에 대해 눈감아 온 것이 사실이다.

국민이 원하는 곳에서 조제를 받게 하자는 '국민선택분업'은 당장 모든 시스템을 정상화 시키고 기존 의약분업의 모든 취지를 잘 살려나갈 수 있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의 정부에서는 애써 회피해 왔던 것이 아닌가 한다. 국민을 위한 의료제도가 정권의 정략적 음모하에 진실을 묻어두어야 했던 어두운 과거는 이제 청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급여제도의 기본적인 틀도 다시 재정비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급여제도는 비급여 항목을 정하고 그 외의 모든 의료행위에 대하여 급여를 명시하고 있으나, 결코 비급여를 제외한 모든 의료행위가 급여되고 있지 않고 있다. 그것이 얼마나 모순된 일이며 현실과 맞지 않는지 정부 당국자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암이나 만성질환, 난치성질환, 희귀질환 등은 한 가정을 경제적으로 너무나 괴롭히고 있는데 국민들은 언제까지 겨우 감기약이나 할인받는 급여제도에 만족하고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약값은 보험이 안되고 밥값은 보험이 되는 이런 해괴한 급여정책은 분명히 재고되어야 한다.

질환의 경중과 비용의 과다와 효율성의 고저에 따라 급여대상을 우선적으로 정하고 그 외에는 급여의 비중을 낮추거나 비급여로 전환하여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된 급여의 정신이다.

또한 저소득층과 차상위계층에 대하여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생활보호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저소득층에 대하여는 보다 철저한 관리를 통해 모럴해저드라고 할 만한 재정누수를 줄여야 할 것이고 차상위층은 과감하게 국가의료급여의 제도권으로 수용할 것을 권유해 본다.

요즘 회자되고 있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의 선택지정제로의 전환문제도 이러한 급여제도 틀의 변화 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모든 계약에는 상대적 손실에 대한 배려가 뒤따라야 하며, 그러므로 당연히 선택지정을 원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하여 자유시장 경쟁체제에 걸맞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지나온 정부가 범했던 과오를 뒤따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출발점은 지나온 과거에 대한 성찰과 분석에 기초하여야 하며, 지나 세월 동안 간과되고 억압받던 목소리에서 찾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

보건행정이나 복지제도의 전문가가 의료 일선의 제반 문제점들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복지의 문제나 요양의 문제도 마찬가지로 어찌 의료와 동떨어져서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겠는가. 이제라도 의료전문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것이야 말로 올바른 보건의료제도 정착의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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