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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속에 핀 꽃 한송이가 주는 행복

진료 속에 핀 꽃 한송이가 주는 행복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3.1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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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현옥(경남 진주·권현옥산부인과)

행복의 열쇠는 남을 진정으로 도와주는 것이고 사랑은 주는 자의 것이라는 말처럼, 환자와 의사로 우연히 만난 아름다운 인연을 통해 삶의 작은 기쁨이 시작되었고 남을 돕는 것이 삶의 축복이라는 것도 실감했습니다.

3년전 봄 어린 세 딸이 있는 가냘픈 엄마는 환자에서 차츰 가까운 이웃으로 다가오게 되었고, 이제는 이 엄마의 아이들을 보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 내게 딸이 없는 탓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에게선 추운 겨울에 아픈 상처를 이겨낸 아름다운 꽃에서 나는 향기가 납니다. 지난 번 '법정에 가보셨습니까?'라는 글을 기억하십니까? 이 아이들이 그 때 친부에게 성폭행 당한 아이들입니다. 처음에는 상처받고 두려움에 떠는 어린 새같은 눈빛을 가졌는데, 지금은 이웃의 따뜻한 정과 엄마의 눈물어린 용기와 사랑으로 아픔을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처음 일년간은 한달에 한 번씩 치료 겸 놀러왔습니다. 이제는 상처가 다 나아 다른 친구들과 똑같다고 세뇌교육을 시켜서인지 마음의 깊은 상처는 알 수 없지만 내 말을 진짜로 믿는 것 같았고 다른 어린이처럼 표정이 한결 밝아졌습니다.

내 아이나 조카들은 어린이날 선물을 줘도 당연한 것으로 받는데, 이 아이들처럼 그렇게 기뻐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오히려 가슴이 뭉클하게 감동받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같은 돈이라도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는 더 큰 의미의 행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더욱이 큰 아이는 얼마나 장한지 공부도 반에서 일등이고 엄마가 일을 나가면 동생들 뒷바라지도 한다는군요. 커서 의사가 되어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겠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런 아픔을 겪으면 세상이나 운명을 원망하기 쉬운데, 바르게 자라주는 것도 모자라 불쌍한 사람을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 아이는 커서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경제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지역의사회의 불우이웃돕기를 신청하기도 했는데, 다행히 여러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온실 꽃보다 더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볼때마다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오만"이라고 마음에 위로와 채찍을 가합니다.

자식에 대한 욕심을 해결해주었고 행복에 대한 시각을 바꾸어 놓았기에 제가 받은 행복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삶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할 때 아픔 속에서 더 넓고 더 따뜻한 세상이 보이며, 척박한 고뇌속에서도 아름다운 세상이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배고플때 사과 한 개가 정말 맛있듯이, 잘난 자식이 잘하는 것보다는 부족한 자식이 조금 잘할 때 더욱 대견하고 고맙듯이, 부족함에서 채워지는 기쁨이 더욱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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