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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움직이는 의료시장과 새로운 등장인물의 시사점

시론 움직이는 의료시장과 새로운 등장인물의 시사점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3.17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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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진희 전 뉴욕 프루덴셜파이낸셜 금융서비스팀 담당자(보건경영·정책학 석사)

 한국에서 영리의료법인 설립을 주장하는 이들의 이유를 보면, 우선 영리법인이 세워질 경우 기업과 자본가로부터 자본을 조달받기 쉬워 병원의 내·외적 개선으로 경쟁력을 높이기가 쉬울 것이라는 점, 또 경영개선과 자유로운 경제활동으로 산업이 활성화 된다는 점, 셋째로 개인사업으로라면 개인소득세율이 매우 높은데 법인이 되면 각종 법인경비를 인정받아 내는 세금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이에따라 앞으로 있을 의료시장 개방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이다.   

 한편, 영리법인 의료기업들이 줄 영향을 우려해서 영리법인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영리의료기업들의 적극적인 이윤추구 행위로,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꼭 필요한 의료 또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저소득층 환자 진료에 차질을 빚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의료혜택에 대한 빈부격차로 의료전반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 일어나고, 의료비에도 영향을 줄것이며, 차별화된 의료서비스를 위한 민간보험이 활성화되면서 부유한 계층이 공공성을 띤 건강보험으로부터 이탈함으로써 공공 건강보험의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보장성에도 힘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니냐고도 지적한다. 한마디로 시장성이 활성화되면 '있는 자와 없는 자 사이의 차별적인' 색채가 의료시장을 휩쓸어 공공성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시장성과 공공성 사이에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공방이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는 올해 안으로 영리의료법인 허용 등을 골자로 의료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리법인의 허용이 가시화될 듯한 소식에, 의료 산업에서 그간 권위를 지켜온 의료인들과 병원은 시장 변화의 방향이 기회가 될지, 혹여 그들의 권위와 이익에 손상을 주진 않겠는지 등에 대해 기대와 염려를 가질 것이다.

 의료산업의 등장인물 중 의사는 휴일에도 응급대기하며 아픈 이의 삶을 구하는 건강수호자이자, 사람을 살리는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독점적으로 지닌 지적 독점자이다. 분명 시장에서 그 권위를 인정받을 자격이 있는 의사는 의료시장이라는 무대에서 스타급 인물이다. 그러나 의사가 지적 독점자라고 해서 실제 이익을 나눠갖는 현실의 의료시장에서도 독점적 패권자가 되겠는가? 현실의 의료시장에선 지적 독점자가 시장의 패권자가 되는 것은 서로 별개의 문제다.

 한국 의료산업이 영리를 허용하게 되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은 무엇보다 그동안은 한국의 의료산업에서 존재자체가 미미했던 경영자, 즉 의료산업 전문 투자자들이 새로 무대에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고, 또한 이들의 목소리와 시장에 대한 간섭이 커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큰 목소리가 생기면 나타나는게 무엇인가? 기존의 목소리와 생기는 갈등이다. 갈등이 활기를 가져온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분명 의료산업의 시장화가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긴 할 것이다. 한편 환자를 돌보기 위한 지식을 쌓고 수련하는데 오랜시간을 보내 그 권위를 인정받음으로써 지적권위를 행사하는데 대한 댓가와 존경을 동시에 받아왔던 의사들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세상에서는 서비스 생산자, 혹은 지적 노동자로 몰락해 그 권위에 손상이 생긴다는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의사인 제프리 M. 사스톤은 자신의 저서에서 관리 의료가 발전하면서 변질되어온 의사와 환자 관계에 대한 위기감을 담아 "나는 전에는 의사였다. …… 지금은 의료 서비스 제공자(Medical Service Provider)라고 불린다"라고 고백한 바 있다.

 또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의사 출신이 전문 경영인이 나타나는 등, 의사 그룹의 정체성이 더 다각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가 산업화될수록 복잡해져가는 책임과 얽힌 제재 및 견제 아래에선 의사가 더 자유로워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환자에게 주어진 선택의 권리와 인권이 자라나는 현실, 그리고 정책 및 시장의 변화에 의사들이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야 한다.   

 시장화 정책이 가시화되면서 생길 변화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이 마지막이다. 시장원리에 따르겠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효율성 즉 적게 들여서 더 많이 남기는 데에 가치를 두겠다는 뜻이다. 의료시장이 시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정도의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면, 의료의 질을 소홀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비교적 시장원리에 충실한 미국의 의료 시스템 아래에 살면서 한국을 바라봤던 필자로서는 급변하는 환경에 불안해 하는 한국 의료계가 혹여 선진 시스템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경영 방식을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다. 합리적인 미국의 의료체계 전체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아니지만, 미국이 시장원리를 따르면서 겪어온 애로사항들에 대해 충분히 알아보고 적어도 해외 제도의 무비판적 수용은 경계할 수 있으면 한다.

 대치된 듯 공통성이 없어보이는 시장성과 공공성의 두 흐름은 의료산업의 경제학이라는 거대한 숲을 조망하면서 각기 다른 측면에서 현실의 한 단면을 반영하고 있으며, 양쪽이 모두 나름의 진실된 답을 갖고 있다. 이번 시장화 정책과 아울러 이번 기회에 의료시장에서 우리에게 맞는 프로그램과 방향을 세우되 우리가 가진 좋은 점까지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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