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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 문제있다

시론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 문제있다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3.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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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회(부산의대 교수)

오는 4월부터 한방병원을 제외한 6만 3267개의 모든 전산청구 요양기관은 의약품처방조제시스템(DUR)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보건복지부 고시 120호, 2007. 12 17).

DUR은 의약품의 처방조제 과정중에 약제의 병용금기·연령금기등을 점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의약품 처방 조제 시 중요한 약품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를 통해 국민건강 보호와 불필요한 약제비 절감을 이루려는 관리방안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측면 외에 DUR의 시행은 여러 위험과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초기 추진단계에서 준비기간이 짧고, 제도 시행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DUR을 사용하게 되는 의료인의 이해가 대단히 부족하고, 시행에 따른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기 위한 시범운영 혹은 시범사업이 부족하였다는 문제점 외에도, 의료공급자인 의사나 수요자인 환자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환자 정보의 비밀 누설금지 조항에 따라, 업무처리 중 알게 된 환자의 정보를 타인에게 누설하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DUR을 통해 환자의 정보를 주고받는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정보의 누출이나 다른 용도로 환자의 정보가 이용될 수 있는 부정적인 측면에 관한 고려를 어느 정도 하였는지 궁금하고, 기술적으로 환자의 정보가 병의원과 심평원 사이를 오갈 때의 정보 보안은 완벽하게 보장되는지 등 확인해야할 부분이 너무 많다.

이미 헌혈자가 특정 헌혈 금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심사평가원의 진료기록을 환자나 의료인의 동의 과정없이 열람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는 비밀이 보장되어야 하는 환자의 의무기록을 필요에 따라 임의로 편법으로 이용하는 좋지 않은 선례로 생각된다.  DUR 역시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더 나아가 DUR의 정보가 다른 목적으로 오용되는 심각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정보의 활용과 공유는 필수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이를 시행함에 있어서는 규정과 법적 검토, 윤리적인 측면의 논의와 기술적인 지원을 고려해서 진행하여야한다. 또한, 정보를 관리하는 주체는 쉽게 다른 용도로 이용하고자하는 유혹을 이겨내는 높은 윤리의식은 물론이며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명확한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심평원은 자기 진료내역 정보조회 서비스, 환자 개인진료정보 일반공개, 건보 개인질병정보 공유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많은 부분에서 현재보다는 더 빠르게 의무기록을 전자적으로 이용하고, 기관 간 정보를 공유하는 부분이 확대되어 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앞서 말한 여러 제도적, 기술적 장치를 먼저 정비하지 않은 채, 또한 환자와 의사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은채 위험하게 달려나가고 있다는 우려를 감출 수 없다.

현재도 병용·연령 금기, 급여 중지, 저함량 배수 처방 조제 관리, 1일 최대 투여량 등 추진하고자하는 주요한 내용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힘든 DUR도입을 통한 실시간 관리 시스템의 도입으로 무엇을 더 얻을 수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충분한 시간과 논의를 갖고 진행되어야할 '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DUR)' 제도가 긍정적인 효과에만 집착한 나머지 불충분한 검토와 준비상태에서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의료인도 환자도 자신의 진료정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 알지 못하고 진행되는 현재의 많은 제도에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안을 제시할 수 있는 체계가 절실하다. 부디 일방적인 진행이 아니라 깊이 있는 논의 과정이 필요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환자의 정보를 최후까지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은 의료인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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