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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겟 "ACE+ARB 병용은 잊어라"

온타겟 "ACE+ARB 병용은 잊어라"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3.3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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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요법 비해 추가이익 없이 이상반응만 증가
텔미살탄·라미프릴 대상 'ON TARGET' 연구
두 약제 1:1 비교선 동등한 심혈관계 효과 보여

고혈압약인 ACE 억제제에 ARB 약물을 병용하는 요법이 이상반응만 크게 증가시키고 임상적 이익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ACE+ARB 요법을 흔히 사용하고 있는 신장 치료분야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ARB = ACE 〉ARB+ACE'

30일 미국심장학회(ACC) 연례회의에 발표된 'ONTARGET' 연구에 따르면 ACE 억제제인 라미프릴과 ARB 약물 텔미살탄을 병용해 56개월간 치료한 결과, 안지오텐신 알도스테론 시스템(RAAS)을 2중으로 억제한 이 병용요법은 라미프릴 단독군보다 심혈관계 질환·심근경색·뇌졸중 등으로 인한 사망을 줄이지 못했다.

대신 저혈압과 이로 인한 졸도, 신장기능부전, 고칼륨혈증은 증가했다. 저혈압 증상은 병용군이 단독군보다 혈압을 2∼3mmHg 정도 더 낮췄기 때문이다. 이는 4∼5% 위험감소로 이어졌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셈이기도 하다.

하지만 ARB와 ACE를 단독으로 1:1 비교한 부분에서는 '텔미살탄이 라미프릴에 비해 열등하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목표가 달성됐다. 이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은 "HOPE 연구에서 라미프릴이 입증한 위약 대비 효과를 텔미살탄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라며 "두 약제가 동등하다는 자신감을 제공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고혈압 치료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ACE 억제제와 비교해 동등한 효과를 보임으로써 상대적으로 신세대 약물인 ARB의 입지가 굳어졌다는 설명이다.

무려 3만여명의 환자가 참여해 역사상 4번째로 큰 임상연구로 관심을 모았던 ONTARGET은 심부전 없이 혈관질환이나 당뇨가 있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했으며 그 결과는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온라인판도 게재됐다.

"예상했던 결과…신장 부작용은 논란의 종지부"

이 연구는 간략히 정리해 두가지 결론을 제공한다. 텔미살탄은 라미프릴과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는 것 그리고 두 약물의 병용은 라미프릴 단독에 비해 이익이 없다는 것.

첫번째의 경우, 그간 작은 연구들에서 어느정도 입증된 바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예상했던 결과'라고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ARB가 ACE 억제제만큼의 효과를 보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이를 확인해준 결과라는 의미다.다만 ARB가 '동등'을 넘어 ACE 억제제를 능가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은 실망감으로 돌아왔다.

병용요법의 실패도 눈여겨 볼 만하다. 발사르탄과 캡토프릴을 병용한 VALIANT 연구에서 ACE+ARB 병용요법의 무용성 논란이 일긴 했지만 여기에 종지부를 찍어준 결과로 볼 수 있다.

특히 병용요법이 신장손상은 14%, 신부전은 33%나 증가시켰다는 결과는 앞으로 신장치료 분야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공산이 크다. 현재 단백뇨가 심한 신장질환 환자에게는 ACE+ARB 병용요법이 흔히 처방되고 있다.

한 대학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대상 환자군을 따져봐야 겠지만 결과가 그렇다면 앞으로 병용처방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가 실제 처방이 이루어지는 '단백뇨가 심한 환자'를 대상으로 했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단 의미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연구논문에는 단백뇨에 관한 세부분석이 나와있지 않다.

긍정인가 부정인가…논란의 시작

이번 연구에서 관심을 모았던 또한가지는 ARB가 ACE에 비해 심근경색을 더 유발하는 것 아니냐는 'ARB 파라독스'의 결론 여부였다.

일단 연구에서 텔미살탄군은 라미프릴군에 비해 심근경색이 7% 정도 더 발생했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ARB 파라독스'가 메타분석에서 제기됐던 '가설'인 만큼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이런 결과가 나옴에 따라 앞으로 이 논란은 수면 밑으로 가라앉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ARB가 장점으로 내세워온 '뇌졸중'과 '당뇨예방' 효과도 더불어 흔들리게 됐다는 점이다. 텔미살탄은 라미프릴에 비해 뇌졸중을 약 9% 줄였지만 이 역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못했다. 새로운 당뇨발생은 오히려 텔미살탄이 12% 높았다.

심근경색이라는 오래된 혐의를 벗었지만 기존 장점에 새로운 의구심이 생긴 셈이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거리는 ARB와 ACE의 관계 설정이 될 전망이다.  두 약물이 동등하다면 과연 어떤 약을 쓰는 것이 합당하냐에 관한 문제다.

일단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은 ACE 억제제 쪽에 한 표를 던졌다. 논문과 함께 게재된 사설에서 존 맥머레이 박사는 "ARB의 1차가치는 마른기침 등 부작용으로 ACE 억제제를 못 먹는 사람에게 대체제로서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사들은 여전히 ARB를 선택할 것이지만 내약성과 가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효과가 같다면 비싼 ARB를 굳이 처음부터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좀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정배 관동의대 교수(제일병원 내과)는 "원칙적으로는 (존 맥머레이 박사의 말이) 맞지만 한국환자에게 상대적으로 마른기침이 더 흔하다는 사실 그리고 이로 인해 의사에 대한 불신과 내약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해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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