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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낮춰라!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한없이 낮춰라! 자연에게도 사람에게도…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02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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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중(충남서산 김경중내과의원장·환경운동가)

올것이 왔다. 오전 진료를 보던 김 원장 진료실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이 충돌해 기름이 쏟아졌고 내일 쯤이면 만리포해변에 도착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김 원장은 우선 급한대로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현장에 가보도록 지시했다. 김 원장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다.

이튿날인 2007년 12월 8일 현장에 도착했다. 기름파도가 몰려드는 해변을 보니 지옥이 따로 없다고 생각했다. 함께 현장을 방문한 환경단체 사람들과 무작정 기름을 퍼나르기 시작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그것도 하필 내가 대표로 있는 지역에서 역사상 최대 환경재앙이 펼쳐지다니. 김 원장은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했다. 소득이 2만 달러가 넘어가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나라. 간척지에 골프장을 지으려는 나라. 아직도 개발논리가 우선인 나라. 올 것이 왔다고 밖에는 따로 해석할 수 없었다.

책임을 묻지 않는 분위기도 화가 났다. 이 사건의 이름이 '태안 앞바다'로 시작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었다. 사고를 낸 회사 이름을 따 '삼성 기름사고' 뭐 이래야 하는 것 아니냐. 이게 무슨 자연재해냐 태안사고게.

해변가를 하얗게 메우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그렇게 몇 달을 정신없이 보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기름때는 많이 벗겨졌고 자원봉사자들의 발걸음은 뜸해졌다. 손길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 가라앉은 기름들이 올 여름 다시 떠오를 우려는 남아 있지만 어느정도 안정감도 되찾아가고 있다.

현장에는 일부 종교단체들이 남아 마무리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 원장도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갯벌의 파괴정도, 질병 모니터링, 생태계 보전현황 등을 조사해 '백서'를 만드는 후속작업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현실로 돌아온 김 원장은 10여년째 몸담고 있는 환경운동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히 생각해보게 됐다. 나는 왜 환경운동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는가. 깨끗하게 정돈된 외국 어느나라에서 느꼈던 감동, 지식인으로서 지역사회에 책임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한 순간, 주변부터 청결해야 한다고 생각해 쓰레기줍기운동을 시작했던 일 등.

그리고 현재까지의 결론은 이렇다. 언제까지고 다른 사람들의 환경의식만 비판하며 이런 사고를 또 당할 수는 없지 않은가. 전문가도 없고 대안제시도 못하는 환경운동. 시민 없는 시민단체처럼 내가 몸담고 있는 환경단체도 변화가 필요한 게 아닐까. 이번 사고를 계기로, 나 김경중도, 환경운동도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10여년 전 의사로서 환경운동에 관심을 쏟기 시작하며 다짐했던 초심을 다시 떠올렸다. "자연 앞에서 자신을 더없이 낮추자. 허리를 굽히고 타인에 관심을 갖고 또 배려하자." 김 원장의 환경운동은 다시 시작되고 있다.

혹시 환경운동에 관심 있으신가요?

일단은 김경중 원장이 속해있는 환경운동연합과 같은 단체에 가입하는 것이 체계적인 활동에 도움이 된다. 환경운동연합의 경우 전국적인 조직이 갖춰져 있으므로 지역본부에 가입하면 된다. 가입조건이 없고 회비도 5000원부터 자유롭다. 일단 가입하고 나면 각종 환경행사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자신이 어떤 분야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를 찾아가면 된다. 특히 의사는 여러 면에서 환경운동과 결부되므로 가입권유 1순위 직업이다.

지난 겨울 태안 앞바다 봉사활동에 참여못해 '한'이 되신 분에게도 한마디. 현재도 기름때 제거작업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비전문가들이 모여야 할 만큼 급한 상황은 아니므로 다른 방법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김 원장은 조언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현지 주민들을 위한 성금을 보내는 일이다. 태안군청이나 환경운동연합을 통해 성금을 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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