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20:40 (토)
"바이토린 부정한다면 모든 스타틴을 부정하는 것"

"바이토린 부정한다면 모든 스타틴을 부정하는 것"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04 18:16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허승호 계명의대 교수 'ENHANCE 연구의 의미는?'

어젯밤 뉴욕증시는 오늘 아침 국내 주식시장을 뒤흔들지만 의학계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소한 바이토린 스캔들은 그랬다.

지난해 11월부터 바이토린은 미국 의학계의 뜨거운 감자였지만 국내 전문가들은 입을 다물고 있었다. "논문을 보지 않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논문을 보지 못한 것은 미국 의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가족형 콜레스테롤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도 경동맥 비후도(CIMT)는 줄지 않았다'는 한 줄 짜리 정보에 미국은 들끓었다.  바이토린 사용은 급감했고 관련 회사 주가도 동반 하락했다. 그렇게 4달이 흐른 후 ENHANCE라 불리는 이 연구의 최종 결과가 미심장학회에서 발표됐다. 논문이 공개된 만큼 국내에서도 비로소 토론과 의견표명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심장학회에 참석하고 귀국한 허승호 계명의대 교수(동산병원 심장내과)가 국내 전문가로서는 처음으로 이 연구에 대한 공식적인 의견을 표명했다. 바이토린의 국내 판매사인 한국MSD가 주선한 이 자리에서 그는 "ENHANCE 결과를 너무 '공격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그의 말이 국내 전문가들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공개 의견을 밝힌 것인 만큼 그와의 인터뷰를 지면에 반영한다. 그리고 허 교수는 미심장학회가 공식 브리핑과는 별도로 마련한 'ENHANCE 연구자 모임'에 참석한 유일한 국내 전문가이기도 하다. 아래는 허 교수와의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재정리한 것이다.

ENHANCE가 국내에서 이슈화되지 못했던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일단 공식 발표를 기다린 측면도 있고, 대상 환자가 일반적인 고지혈증 환자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본다. 내 경우도 가족형 콜레스테롤 환자는 전체 고지혈증 환자의 1%도 안된다. 때문에 그리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또 한 연구가 확립된 믿음을 흔들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다. ENHANCE는 분명 논란거리지만 LDL을 낮춰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바이토린은 연구에서나 내 경험상으로도 분명히 LDL을 크게 낮춘다.

가족형으로만 논의를 집중한다 해도, 바이토린은 LDL을 떨어뜨리고도 왜 CIMT를 개선하지 못한 것인가

일단 가족형의 경우 어린 나이부터 고용량 스타틴으로 강력한 지질 관리를 받는다. 그래서 임상연구 참가 당시 환자들의 CIMT가 이미 낮은 상태였다. 약을 투여해도 큰 효과를 보기 힘들었다는 이야기다. ENHANCE와 비교 가능한 연구가 ASAP인데, ASAP의 경우 기본 CIMT가 ENHANCE보다 높았다. 그래서 CIMT 개선이 가능했던 것이다. 물론 이것은 하나의 가능성에 불과하다.

또한가지, ENHANCE 환자중 19%는 연구 참가 당시 스타틴을 먹지 않았는데 이들에 대한 세부분석에서는 CIMT가 개선됐다. 결국 너무 낮은 '베이스라인' CIMT가 원인일 수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 사설도 19% 환자군을 언급하고 있는데, CIMT가 개선되지 않았다고 했다. 정반대의 해석 같은데?

미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슬라이드를 보면 일단 절대적으로 낮춘 것으로 돼 있다. P-Value가 표시돼 있지 않아 통계적 의미성은 알 수 없다.

바이토린이 LDL을 크게 낮추긴 했지만 결과를 보면 2년간 치료 후 평균 LDL이 141mg/dL로 비교적 높았다. 이것 때문에 CIMT에 영향이 없던 것은 아닐까

그런 이야기도 있다. 그렇지만 가족형은 원래 LDL이 잘 안떨어진다. RADIANCE-1 연구에서도 아토르바스타틴 20∼80mg 복용에도 불구, 4년후 LDL은 오히려 올라갔다. 하지만 LDL이 70이 됐다고 과연 CIMT가 줄었을까. 이것은 여전히 알 수 없는 일이다.

바이토린이 HDL을 개선하지 못한 것은 어떻게 보나

그것이 원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바이토린이 HDL을 올리는 약은 아니다.

미국심장학회도 그렇고 영국보건당국도 이 이슈를 가족형과 비가족형을 따로 나누어 바라보고 있지 않다. 이들은 일단 결론이 날 때까진 "에제티미브(바이토린에 포함된 성분)를 최후의 선택으로 놓자"는 분명한 의견을 피력했다. LDL을 낮추기 위한 대체제가 많은 상황에서 굳이 이 약을 쓸 필요가 있겠나

현장에서 느끼기에 LDL이 떨어지는데 이 증거를 무시할 수 없다. 치료에서의 유용성, 경험에 비추어 이번 연구 결과는 너무 부족한 자료다. 한 쪽 그룹에 300명짜리 연구에 불과하다. 3만명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톨세트라핍이나 아반디아와 같이 안전성 문제라도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곧 관련 학회들 차원에서 의견을 모으는 자리가 마련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논의 결과를 더 봐야 한다고 본다. 그러는 동안 처방 패턴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바이토린을 쓰면 LDL이 분명히 더 떨어지고 C-반응성 단백질이 감소한다. LDL과 C-반응성 단백질이 떨어진다면 심혈관계 질환이 감소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로 증명됐다.

이것을 '아니다'라고 한다면 모든 스타틴의 효과를 부정하는 것이다. 특수 집단의 결과가 확립된 증거를 능가할 수는 없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