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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타깃'…명쾌한 결과 모호한 결론

'온타깃'…명쾌한 결과 모호한 결론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04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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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연구결과 '텔미살탄·라미프릴 동등, 병용은 부정적'
"그럼 어떤 약을 선택하라는 이야기냐"엔 의견 분분
'텔미살탄 정말 내약성 좋았나·병용은 왜 실패' 논란 불가피

ARB 계열 약물로는 처음으로 ACE 억제제 라미프릴과 동등한 효과를 보인 텔미살탄 대상의 연구 '온타깃(ON TARGET)'이 의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연구가 처음 발표된 미국 뿐 아니라 국내 학계에서도 전문가들은 "약물 효과를 보기 위해 매우 잘 짜여진 디자인"이라거나 "결과가 명확해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향후 고혈압치료에 있어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온타깃이 찍은 마침표 몇 개

일단 이 연구는 본래 목적인 '텔미살탄과 라미프릴이 동등한 효과를 보일까'에 대해 '그렇다'는 답을 내놨다. 이를 입증한 게 ARB 계열 약물로서는 텔미살탄이 최초이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 임상의 입장에서도 관상동맥질환 및 당뇨를 지닌 고위험군 환자에게 사용할 약물이 하나 더 늘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

두번째는 텔미살탄과 라미프릴을 병용해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RAS)을 이중으로 억제하면 '부작용만 늘고 효과는 차이가 없더라'는 결과다. 이는 고혈압 분야 뿐 아니라 신장 치료 쪽에서도 의문을 품었던 내용이니 만큼 명확히 '하지마라'는 결과가 나온 것에 의학계는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또하나 명백히 해결된 것은 ARB의 심근경색 유발 논란이다. 그간 여러 메타분석 결과를 통해 제기된 이 논란이 '온타겟'으로 완전히 불식됐다는 평가다. 주연구자 중 한 명인 피터 슬라이트(옥스포드 대학)는 심지어 'ARB 파라독스는 넌센스였다'고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할 정도다.

새롭게 제기된 의문 그리고 헛점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역시 '텔미살탄과 라미프릴 혹은 ARB와 ACE 억제제가 동등하다면 어떤 약을 써야 하나'다.

이에 대해선 정반대의 의견이 나온다. 일단 ARB에 호의적인 학자들이나 해당 제약사는 "효과가 같다면 부작용이 적은 ARB를 선택해야 한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세대 약인 ARB가 ACE 억제제를 '뛰어 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바라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의견을 가진 학자들은 "값싼 ACE 억제제로 시작했다가 '마른 기침' 등 문제가 생기면 ARB로 전환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주연구자인 살림 유수프 박사나 스티븐 니센, 그리고 온타겟에 대해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사설을 실은 존 맥머레이 등이 이런 의견을 밝혔다.

이들에게 온타깃의 결론은 "ACE 억제제는 정말 좋은 약이다. 그리고 싸기까지 하다"인 셈이다.

나라에 따라 다르지만 라미프릴은 텔미살탄 가격의 크게는 1/5 수준이다. 국내에서도 텔미살탄 80mg은 정당 1034원, 라미프릴 10mg은 740원이다. 600원대 제네릭도 있다.

두번째 논란거리는 텔미살탄쪽이 강조하는 '내약성' 문제다. 이 약이 라미프릴에 비해 정말 '안전한' 약이냐는 물음이다.

마른 기침의 경우 알려진 대로 텔미살탄군에서 적게 발생했지만 '저혈압'은 오히려 더 많았다.고령군에서 저혈압으로 인한 졸도(syncope)는 골절이나 뇌출혈 등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사용에 심리적 장애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를 방어하는 측에선 저혈압을 더 많이 야기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실제 '졸도'로 이어진 사례는 라미프릴 군에 비해 유의하게 많은 수준이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치열한 논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병용요법 효과쪽으로 눈을 돌리면 더욱 심각한 논란거리가 있다.

두 약제를 병용해 혈압을 2∼3mmHg 정도 더 떨어뜨렸는데 결과는 왜 부정적이었가 하는 점이다. 하란 크룸홀쯔(Harlan Krumholz·예일대 의과대학)는 "혈압이 질병을 예측하는 데 믿을 수 없는 지표라는 의미인가"라고 되물으며 "이 연구는 치료제의 이익을 관찰하기 위해선 반드시 결과(outcome)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고 했다.

아반디아에서의 '혈당', 바이토린에서의 '콜레스테롤'이란 지표가 최신 연구들을 통해 '신뢰성에 훼손'을 입고 있는 가운데, 혈압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단 신호탄인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정배 관동의대 교수(제일병원 내과)는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몇가지 가능성을 꼽았다.

첫번째는 혈압이 RAS, 교감신경, 체액량 등 요소에 영향을 받는데 약물이 지나치게 RAS를 억제해 나머지 요소가 '커지게'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혹은 병용요법이 환자의 신장기능을 크게 손상시켜 혈압강하 이익을 상쇄시켰을 수도 있다고 박 교수는 내다봤다.

논란은 논란, 판매는 급증할 듯

라미프릴을 사용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심하거나 ARB 약물 사용을 고려하고 있는 의사들에게, 텔미살탄은 훌륭한 대안이 됐다는 점에서 일단 판매 증진이 예상된다.

그리고 핵심은 적응증 추가다.  텔미살탄이 '고위험군 환자에서 사망률 감소'란 라미프릴의 적응증을 그대로 가져와 추가할 경우, 이 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폭이 급격히 증가한다.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ARB 들과의 명백한 차별점이기도 하다.

'본태성 고혈압'이란 적응증 딱 한 개만을 가지고 있어 이 분야에서 ARB 중 '최하위권'이던 텔미살탄이 일시에 '수위권'으로 업그레이드 되는 셈이다<각 제품 적응증 비교 아래 표 참조>.

또 국내에서 텔미살탄은 개발사인 베링거인겔하임 뿐 아니라 GSK가 함께 팔고 있어 두 회사의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도 시장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판 중인 ARB 약물 적응증 현황

약물

적응증

관련 제품

발살탄(valsartan)

1.고혈압
2.ACE 억제제에 불내성인 심부전 (NYHA class II~IV)
3.심근경색 후 사망 위험성 감소 - 증상, 증후 혹은 방사선학적으로 좌심실 부전 및/또는 좌심실 수축 기능 부전을 가진 임상적으로 안정된 환자에서의 심근경색 후 사망 위험성 감소 

디오반 등

이베살탄(irbesartan)

1.고혈압
2.고혈압 치료요법으로서, 고혈압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신질환

아프로벨 등

칸데살탄(candesartan)

1.고혈압
2.심부전 : 좌심실수축기능이 손상된(NYHA class Ⅱ-Ⅳ, 좌심실박출율 40% 이하) 심부전 환자 중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
-ACE 억제제에 대한 추가요법이 필요한 경우
-ACE 억제제에 내약성이 좋지 않은 경우

아타칸 등

로살탄(losartan)

1.고혈압
2.고혈압의 치료요법으로서, 고혈압을 가진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신질환 

코자 등

올메살탄(olmesartan)

고혈압

올메텍 등

에프로살탄(eprosartan)

고혈압

테베텐 등

텔미살탄(telmisartan)

고혈압

미카르디스 등

텔미살탄이 추가할 것으로 보이는 라미프릴의 적응증

심혈관 질환, 뇌졸중 또는 말초혈관성 질환의 임상적 증거를 가지고 있는 55세 이상의 환자에서 심근경색, 뇌졸증,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성 또는 혈관재생술의 필요성 감소.

다음의 임상 증상 중 하나 이상을 가지고 있는 55세 이상의 당뇨 환자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위험성 또는 혈관재생술의 필요성 감소 : 고혈압(수축기 혈압이 160mmHg를 초과하거나 이완기 혈압이 90mmHg를 초 과하는 경우), 높은 총콜레스테롤치(5.2mmol/l 초과), 낮은 고밀도지단백질치 (0.9mmol/l 미만), 흡연자, 미세알부민뇨증 또는 과거 혈관질환의 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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