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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총선에 기대하는 것

4·9총선에 기대하는 것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4.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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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형규(대한전공의협의회장)

지난 주말 외출을 하다 보니 길거리에 색깔별로 옷을 맞춰 입은 사람들이 골목마다 줄 서 있는 게 보였다. 그들은 후보 이름을 적은 어깨띠를 두른 채 오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거나 유인물을 나눠주고 있었고 주민들은 무심하게 받아든 채 가던 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제18대 총선을 불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상황에서 전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선거가 며칠 남지 않다보니 접전 지역 후보자는 바짝 타들어가는 마음에 유권자들이 '걸어 다니는 표'로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정책없이 구호만 외치는 선거풍토나 금품수수·비방·흑색선전을 더한다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는 느낌까지 든다.

1980년대 말, 고등학교를 다닐 때 비록 투표권은 없었지만 선거 날 밤늦게까지 텔레비전 앞에서 결과를 기다렸었다. 덕분에 다음날 수업을 내내 졸면서 들었지만, 내 지역구에 누가 당선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득표율의 변화를 보면서 가슴 졸이면서 시청하곤 했다. 출구조사가 없던 만큼 끝까지 지켜봐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지금도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말이 통할만큼 선거의 판세를 읽기 쉽지 않지만 선거를 기대하거나 결과를 기다리는 재미는 확실히 줄어들었다. 선거에 대한 관심도가 현격히 낮아진 게 중요한 이유인 것 같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예상되는 이번 총선에서는 '관심이 없어서 투표를 안했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관심없다'는 식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도 있어 보인다.

초등학교 임원 선거만 해도 모두가 한 교실에서 모여 투표하면서 당락을 결정지었으나 성인이 된 뒤에는 기호식품 고르듯이 투표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결과에 대한 기대감으로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선거는 '국민 권리의 축제'가 아니라 '전쟁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낡은 개표 시스템은 미사일이 오가는 와중에 보병부대의 지원을 기다리는 것처럼 답답한 일이기도 하다.

시대가 달라지면서 선거의 개표 시스템도, 사람들의 선거에 대한 참여 정도도 달라지는 것을 감안한다면 조금이라도 빨리 개표 결과를 발표해서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는 것이 좋은 일일 수도 있다. 거기에 정확하기까지 하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갖춘 방송이라 하더라도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없다면 전파낭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무관심의 책임과 대책을 요구하기 전에 스스로의 관심과 참여를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무관심의 악순환을 끊을 기회는 이제 4년이 지나야 다시 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끝으로 의료계 선배님들이 이번 총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의사들의 아픈 현실을 낫게 해줄 것을 기대하면서 선배님들의 승전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날 아침 일찍 투표장으로 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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