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시론 DUR 유감(有感)
시론 DUR 유감(有感)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4.10 09:22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우철(서울강남병원장)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바로 의사의 권리 즉, 의권이다. 의사의 권리는 바로 진료권이며, 진료권이란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의사들이 의권 즉 진료권 수호를 주장하는 것은 의사들의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수많은 시간동안 진료를 위해 교육받고 수련 받은 전문가들이기 때문이다.

의료산업은 마치, 도로나 항만, 전력처럼 국가 기간 산업이고 다름 아닌 국민의 건강을 다루는 중요 업무이기 때문에 국가가 통제하려 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의료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변화하고 진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 논리만으로 통제하려 할 때 오히려 그 부작용이 더 커질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DUR(Drug Use Review)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밝힌 DUR의 목적은 의약품 처방 조제상 병용금기, 연령금기인 약품의 사용을 차단하여 부적절한 약물 사용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의협은 DUR이 실시간 진료 감시시스템을 장착하여 의사의 진료권을 제한하려 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즉, 진료와 처방 과정을 지원한다기보다는 약물 사용의 획일적 적용과 제한된 도구로 사용되어 의사의 전문성과 진료권을 위축시키게 될 것, 즉 의권을 침해할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일단 DUR 시스템이 구축되면, 머지않아 확대 개편되어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들의 처방을 제한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또 정부가 이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의도 역시 처방을 제한하여 의료비를 줄이겠다는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다.

의협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DUR은 정부안대로 시행되었다. 예상된 바이다. 과거 EDI가 도입될 때도 의협은 반대를 하였으나 지금은 EDI가 아닌 방식으로 청구하는 의료기관을 찾아보기 힘든 형국이다. 전국민 개보험이나 의약분업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사태의 연속은 결국 의료계가 정부 정책을 뒤쫓아 가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차제에 의협이 전향적인 자세로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정책을 역제안할 필요가 있다.

전향적 자세란, 전산과 망(網) 도입에 따른 청구, 요양급여 지급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이를 역제안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가 DUR을 통해 실시간진료감시를 하겠다고 나서면, 의협은 오히려 온라인 심사를 제안하는 것이다.

즉, 단지 병용 금기, 연령 금기뿐 아니라 현재 심평원의 심사 기준에 따른 심사 알고리즘을 개발해 온라인으로 스크리닝을 하는 것으로 심사를 대체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 프로세스를 ROMIS(Real time on line medical insurance screening system)라고 이름 붙여 지난 1996년 대한의사협회 정보통신망 학술대회에서 이를 제안한 바 있다. 물론 이 알고리즘의 개발은 심평원과 의협의 협의에 의해 만들어져야 한다. 의협은 이를 통해 부당한 심사를 견제할 수 있고, 요양기관은 보다 객관적 심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프로세스를 통해 의약분업 이후 환자들이 겪는 불편함을 줄이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바로 처방전달시스템 때문이다. 또, 병의원들은 진료에서 요양급여비 지급까지 수개월 이상 기다려야했던 것을 실시간으로 지급받아 경영구조를 개선할 수도 있다.

EDI 도입이 논의되었던 지난 1993년, 이 또한 무작정 반대할 것이 아니라 각 요양기관이 구입, 유지, 관리하고 있는 의료보험청구 프로그램을 심평원이 혹은 공단에서 개발하여 무상 제공하라고 요구했어야 한다. EDI란 결국 데이터 파일 양식을 표준화하고 그 표준에 의해 데이터를 송신하는 프로토콜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KT-EDI의 계약을 해지하고, Web-EDI 사용을 통해 청구 정보를 직접 심평원에 전달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하며, 차제에 웹 베이스의 청구프로그램을 개발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이 경우 요양기관은 매년 수백억 원 이상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의료전문가들이며, 이 나라의 모든 의료정보는 의사들로부터 생성되고 있다는 사실 말이다.

그러나, 정부가 DUR를 강행하겠다는 의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지금, 무조건 날을 세우고 반대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전향적으로 DUR 시행 조건을 걸고 우리가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즉, 줄 수 있는 것은 과감히 주고, 받아야 할 것은 정확하게 받아내야 하는 것이다.

의료 전문가 집단이 나서서 국민 건강을 위해 DUR의 범위를 정하고, 나아가 온라인 심사를 통해 심평원의 경상비를 줄여 주고 진료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정해 지키겠다는데 정부가 반대할 명분이 있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온라인 심사를 통해 요양급여비를 빨리 지급하는 것을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정부 의료정책을 뒤따를 것이 아니라, 주도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다가올 미래와 미래 환경을 정확하게 예측하여 정책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심평원이 쥐고 흔들고 있는 진료정보 역시 각각의 의료기관이 제공하고 있는 자료에서 추출된 것임을 상기해야 한다. 따라서 EDI를 통해 심평원으로 전달되는 정보를 의협이 동시에 소유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가 의료 정보의 원천 제공자인 의사와 요양기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정보로 창을 만들 때, 우리도 같은 정보로 방패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하지 않을 경우, 의료 전문가 집단은 늘 정부 정책에 따라 허둥대는 꼴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의협이 해야 할 일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