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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홍보효과

드라마의 홍보효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4.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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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희(순천향대학 부천병원 산부인과)

연거푸 2년간 우리 의사들이 주인공인 드라마가 등장했다. 그것도 3D라고 불리우는 과의 현실을 다뤘다. 물론 드라마이기 때문에 멜로가 주를 이루면서 조금 과장된 모습을 보여 준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드라마의 홍보효과가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기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의사는 돈 많은 여자와 결혼한 다음 배신하는 역할로,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전혀 실천하지 않는 파렴치한 인간형으로 그려왔다. 드라마 속 의사의 모습은 사회가 의사를 돈 많이 벌고 돈을 위해서 존재하는 인물들로 바라본다는 것을 보여준다.

'뉴하트'가 시청률 30%를 넘기던 그때 내게 1년에 한번 정도만 왔으면 하는 환자가 왔다. 심한 자궁근무력증과 혈액응고 장애에 다음번 아기를 더 낳고 싶어하는 산모였다. 요즘 같은 시기에 대학병원에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을, 전공의가 부족해 중환자를 보기 겁이 나는 심정을 같은 의사들조차 이해할 사람이 없지만, 아이를 낳다가 죽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일반인은 더더욱 없다.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중환자실과 수술방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드레날린이 너무 많이 분비되어 내가 먼저 죽게 되지 않을까'하는 심정과, '산부인과를 선택한 내가 미쳤지'라는 쓸데없는 말을 혼자 되뇌이며 꼬박 하루동안 중환자실을 지키고 난 다음날, 구름처럼 환자의 보호자들이 왔다. 생전 처음보는 보호자들이 뭔가 의사가 잘못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에 찬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그중 한 보호자가 말했다.

"정말 뉴하트에서처럼 중환자실에서 계속 환자곁을 봐주시네요. 수고하십니다. TV에선 피가 없어 전공의 선생님꺼 뽑던데 살려만 주십시오."

정말 드라마틱하게도 드라마의 영향으로 아무리 열심히 의학적인 내용을 설명해도 왠지 석연치 않은 부정적인 눈빛을 보냈던 환자와 보호자들이 조금씩 이해하려는 시선을 보냈다. 고생도 많이 했지만, 정말 드라마처럼 환자는 좋아졌고 내게 고맙다며 케이크를 사주고 갔다. 정말 힘든 24시간 그리고 힘든 퇴원까지의 기간이었다.

이런 심정은 주치의로서 겪어 보지 않는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의사가 돈만 잘 버는, 그리고 의료사고를 덮으려고만 하는 비윤리적인 인간들로 비추어 지는 시선을 이런 드라마같은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국민에게 의사의 실제 업무와 현재의 의료 현실을 좀더 냉정하게 알리고 접근하는 일이 아닐까.

이제 투쟁이나 백마디 어려운 용어가 아닌, 새로운 매개체를 이용한 스스로의 홍보가 중요한 때라고 몸소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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