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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은 '심바스타틴'으로만 치료하라?
고지혈증은 '심바스타틴'으로만 치료하라?
  • 신범수 기자 shinbs@kma.org
  • 승인 2008.04.1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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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고지혈증약 평가해 대부분 '비싸다' 결론
심바스타틴 말곤 모두 '급여퇴출' 위기…제약사 반발 예상

심사평가원이 스타틴 약물 등 시판 중인 고지혈증 치료제들의 비용경제성을 평가해 그 결과를 8일 발표했다.

결과에 따르면 7가지 스타틴 성분 중 2개는 아예 평가대상이 되지도 못한다며 '급여제한'을 선언했고, 나머지 5개에 대해선 심바스타틴 1개 성분만 비용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나머지는 약효는 같으면서 비용만 높아 경제적이지 않다고 했다.

일단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이 결과는 확정적인 게 아니다. 이 안은 이번 달 내로 심평원내 약제평가전문위원회에 곧 상정된다. 여기서 약간의 '가감'이 있을 수 있으며 업체들이 의견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가히 '충격적'이다. 일단 7개 스타틴 성분 중 로수바스타틴(제품명 크레스토)과 피타바스타틴(리바로)은 급여가 제한된다. 다른 스타틴을 쓰다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문제가 있을 때 2차로 쓸 수 있게 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그러나 다른 스타틴으로는 안되고, 반드시 크레스토나 리바로만을 써야 하는 환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임을 감안하면, 이 조치는 사실상 크레스토와 리바로 두 약의 시장성을 99% 상실시킬 전망이다.

현재 고지혈증 약 중 이렇게 2차로 쓰이는 약물로는 '이지트롤'이 있다. 이 약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를 넘지 못한다.

▲"모든 스타틴은 동등하다." 가격이 천차만별인 약들의 효과가 같다면 당황스러운 쪽은 제약사일까 환자일까. 사진은 8일 심평원이 발표한 기등재약 평가사업 결과보고서 중 일부.

나머지 5개 성분도 '초토화'다. 일단 심바스타틴 성분의 약들은 변할 게 없다.

하지만 나머지 성분 즉 플루바스타틴(레스콜), 프라바스타틴(메바로친 등), 로바스타틴(제네릭 다수), 아토르바스타틴(리피토)은 심바스타틴보다 비용경제적이지 못해 급여제외 대상으로 분류됐다. 보험으로 처방 가능한 스타틴은 심바스타틴이 유일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나머지 스타틴 판매사들에게도 기회는 있다. 자신의 약을 '비용경제적'으로 만들면 된다.

하지만 당장 장기간 임상연구 결과를 추가할 가능성도, 심평원의 계산법을 뒤집을 가능성도 크지 않은 만큼 현실적인 방법은 단 한가지 뿐이다. 약값을 내리면 된다.

현재로선 심바스타틴과 동등한 수준의 비용경제력을 갖추기 위해 각 약마다 얼마를 더 내려야 하는지 알려져 있지 않다. 심평원 관계자는 "필요한 약가 인하폭은 약제평가전문위원회 회의에서 정해질 것이고, 이 후 업체들에게 '이 정도 선이면 급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구체적 수치를 통보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심바스타틴이 비용경제적인 이유에는 다수의 값싼 제네릭이 시판중이어서 성분의 평균가격을 낮춘 측면이 있기 때문에 아토르바스타틴이나 플루바스타틴과 같이 '오리지널'만 존재하는 경우엔 내려야 할 약값의 폭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회사들에게는 "특허가 끝나지 않아 비싼 약의 가격을 제네릭 수준으로 내리란 의미"가 되는 셈이다. 이를 쉽게 받아들일 제약사는 없을 것이므로 '행정소송' 등 격렬한 반발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런 일련의 조치 후 상당수의 약들이 '정리'되는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되나.

이에 대해 심평원은 느긋하다. 5개 스타틴 중 심바스타틴을 유일하게 '살려둔' 데는 '이 약만 있어도 된다'는 기본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유미영 심평원 약가재평가부 부장은 "스타틴들이 효과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고 보기 곤란한 상황이므로 비용 최소화 분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심바스타틴 1개 성분으로 모든 고지혈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이야기냐"는 질문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정리해 말하면 모든 스타틴의 효과를 '메타분석'한 결과, 종합적 심혈관계 예방 효과가 유사하게 나온 만큼 어느 약을 써도 차이가 없으며, 그렇다면 싼 약을 쓰도록 보험급여 목록을 정비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유 부장은 "정말 심바스타틴 만을 남겨둘 것인지 아닌지 모든 최종 결정은 내가 아니라 약제평가전문위원회가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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