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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함께 성장하는 봉사를 위하여

우리 모두 함께 성장하는 봉사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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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4.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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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근(전주 효정내과의원장)

지역 복지 기관 지원·교도소 의료 지원·해외 봉사 활동·류영근 원장의 의료 봉사는 작은 기관부터 큰 기관까지, 가까운 곳부터 먼 곳까지 구분 없이 이어진다. 봉사를 통해 나눔의 기쁨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봉사 현장의 근본적인 문제개선까지 봉사의 실제와 목표에 대한 류영근 원장의 진지한 고민을 들어보자.

낯선 곳에서 희망을 보다
"전주교도소 의료봉사는 전주교도소 의무과장이었던 대학 동기의 부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당시 저는 전문의를 취득하고 수 년간 임상 경험을 쌓아가고 있었고, 부탁을 했던 친구는 일반의였어요. 일반의로는 진료하기 힘든 환자들이 많으니 한번 와 달라 하는 거였죠. 실제 현장을 직접 보고나니, 정말 외부의 도움이 절실하더라고요."

교도소 의무과는 매년 정해진 예산으로 운영하게 되는데, 수감자 중 한 두 명이 중한 질환으로 집중 치료라도 받게 되면 나머지 수 백 명의 수감자들의 의료 환경은 급격하게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영치금을 넣어주는 가족이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실제 많은 수감자들은 가족의 개인적인 지원보다 후원회를 통한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수감자가 외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려면 5명 이상의 인력이 동행해야 하는 등 행정상의 문제로 인해 교도소 내 의료 개선은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또한 전주교도소는 장기복역 수감자가 많아 만성적인 내과 질환의 비율도 높은 편이다. 일반의 2명만으로는 의료 지원이 충분치 않는 것으로 보였다. 진료 시설도 미흡했다. 류영근 원장은 전주교도소를 찾을 때면 병원 내시경과 초음파를 가지고 가야 하는 실정이었다. 공부를 위해 미국에 들어갈 때는 잠시 찾지 못하는 미안함을 내시경을 기증하는 것으로 대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기증한 내시경이 구형으로 능숙한 전문의가 아니고는 오진의 위험이 있어 최근 전자내시경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마음과 마음으로 통하다
전주교도소 지원은 수년 째 계속해 온 일이지만, 류 원장의 처음도 쉽지는 않았다. 교도소라는 장소와 수감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없지 않았다.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하지만 교도소의 절박한 상황을 확인하고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그들도 류원장을 거리낌 없이 바로 받아 주지 않았다. 수감자들로부터 '관에서 보낸 사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몇 년이 지나면서 수감자들의 경계심이 풀렸고, 단골 환자와는 사적인 문제까지 이야기하는 사이가 됐다.

교소도 의무실에서는 진료하는 상황이라고 해서 다른 곳과 딱히 다를 것은 없다. 교도관이 진료현장에 모두 동행한다. 감시의 눈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심전도실이 유일하다. 수감자들이 속 마음을 터놓고 말하는 곳도 심전도실에서다. 심전도실에서 검사를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수감자가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류 원장의 짧은 기도에 눈물 흘리며 새로운 삶을 약속하던 모습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는다.

도네이션의 선한 영향력을 느끼다
류 원장의 전주교도소 지원활동은 제소자 지원 단체인 '전주 교도소 제소자 후원회(회장 유양자)'와 많은 부분 함께하고 있다. 전자내시경을 지원하는 것도 이 단체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전자내시경을 지원하는 작은 일에서도 도네이션의 미덕이 있어 마음이 따뜻해진다. 후원회 회원들은 한푼두푼 정성을 모아줬고, 의료기기 업체는 좋은 일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2000만원이 훌쩍 넘는 중고 전자내시경을 1000만원에 선뜻 내줬다. 도네이션의 선한 영향력을 느낄 수 있어서 그것이 더 감사하고 좋다고 말하는 류 원장. 이야기를 하는 순간 류 원장 얼굴에 더 없이 밝고 환한 웃음이 배어 나온다.

2003년부터는 전주의사회도 류 원장의 교도소 의료지원에 동참하고 있다. 류 원장이 매월 한차례 방문하고, 전주의사회는 분기에 한번씩 의료 지원에 나선다. 전주시의사회의 동참으로 지원이 절실했던 정신과, 안과, 피부과 등 분야별 전문 진료가 가능해졌다.

스스로를 돕는 근본적인 변화를 희망하다
류 원장은 전주 인근 복지 기관의 의료 개선에도 많은 애정을 쏟는다. 장애인 단체 시설인 '작은 예수의 집'은 전주의사회의 봉사 모임인 '사랑 나눔'과 함께 정기적으로 찾고 있다. 독거노인과 뇌졸중 환자가 생활하는 '사랑의 집', 출소자들의 사회 적응과 재활을 돕는 '사회복지후원협의회'가 그가 정기적으로 찾는 곳이다. 류 원장은 복지 이들 기관에서 희망을 읽는다. 몸이 덜 불편한 이들이 자신보다 좀더 힘든 이를 돌보면서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키우고 있다. 류 원장은 의료봉사도 이런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 스스로가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봉사의 진정한 목표라고 말이다.

봉사를 통한 예방의학 확대를 꿈꾸다
류 원장이 가장 오랫동안 지켜온 일은 해외 봉사활동이다. 1997년 몽골을 시작으로 11년째 의료봉사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영어 공부를 위해 미국을 찾은 것도 해외봉사를 보다 잘해보고자 하는 욕심에서다. 공부를 하던 1년 간도 류 원장은 조용히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현지 교회를 중심으로 봉사 그룹을 만들고 2차례 멕시코 의료 봉사를 다녀왔다.

류 원장은 해외봉사를 나설 때 마다 봉사의 단편적인 활동에 많은 고민을 해왔다. 예를 들어 콜레라가 상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서 의료 봉사를 해도 봉사단이 돌아가고 나면 현지인들의 콜레라는 다시 증가하는 봉사의 단편성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류 원장은 의료환경 교육에 대한 많은 생각을 발전시키고 있다. 콜레라가 많은 지역에는 물을 정화해서 먹는 법을 현지인들과 함께 고민하고, 그들의 생활 방식을 개선해서 종국에는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봉사가 그의 목표이다.

"일시적인 봉사의 반복은 의존성만 키울 뿐이에요. 며칠은 그들에게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그들의 자생력을 없애는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의료봉사라는 것이 아무리 많은 시간을 내도 보름에 불과하고, 한 팀이 다녀간 후에 다른 팀이 와서 다시 그 역할을 대신할 수는 있지만, 정말 그 사람들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교감이 필요해요. 그래서 봉사 네트워크를 강화하거나 한 지역에서 장기적으로 봉사를 벌이는 형태로 해외의료봉사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그리고 꼭 그 방법을 찾아서 결실을 맺고 싶은 바람입니다."

봉사로 삶의 정수를 누리다
류 원장은 인생은 기쁨을 나누고, 삶의 의미를 누리며 사는 것이라야 진짜라고 말한다.

매주 일요일 봉사라는 이름으로 찾는 곳이 많지만 봉사 현장에서 만나는 이들의 기쁜 마음과 기쁜 얼굴은 육신의 피곤에 견줄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단지 의료 봉사를 유지하고 지켜가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봉사의 대상인 이들을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류 원장. 그의 손으로, 그의 활동으로 국내 의료 봉사의 체질 개선까지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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