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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사회와 리스크 거버넌스
시론 미래사회와 리스크 거버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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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2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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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천(연세의대 예방의학 교수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장)

21세기는 우리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줌과 동시에 '위험 사회'를 경고하고 있다.

광우병, 조류독감, 유전자 변형식품, 기후변화, 자연재해 증가 등 지난 세기에는 막연했던 우려가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외에도 우리 인류가 그동안 과학기술의 발전과 풍요로움을 누리며 간과해 왔던 많은 문제들, 즉 물 부족·광범위한 대기오염·자원고갈·오존층 파괴·생물다양성 감소·비만·흡연 등 우리가 안고 있는 숙제들을 쉽게 열거할 수 있다.

우리와 우리 후손들을 위해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일은 앞으로 엄청난 도전이 될 것이다. 필자가 지난해 2월 일본 오사카 대학 초청으로 참여했던 세미나에서는 바로 이 문제들을 다루고 있었다. 기후변화 등 인류가 닥친 지구적 문제들을 풀어나가고 '지속가능한 사회(sustainable society)'를 이루기 위해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산업구조를 전환시키겠다는 야심찬 계획 아래 일본의 동경대학, 교토대학을 비롯한 많은 유수한 대학과 정부소속 연구기관들이 합심하여 2050년까지의 마스터 플랜을 만들고 있었다.

지속가능한 사회 모두 함께 고민해야

이제 지구사회(global society)에 리스크(risk), 즉 위험은 분명히 존재한다. 현대 사회의 과제는 이러한 위험의 본질과 규모, 불확실성 그리고 원인을 탐구하고 대비책을 세울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위험을 간과하거나 모르는 경우를 '위험 문맹(risk illiteracy)'이라고까지 부르기도 한다. 또한 위험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이나 지나친 우려도 바람직하지는 않다. 리스크에 내재하는 불확실성(uncertainty)을 어떻게 진단하고 다루어 나아가겠느냐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리스크에 대한 이해관계자(stakeholder) 간의 충분한 대화와 의사소통이다. 이해관계자는 제품의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 시민단체가 되며 경우에 따라 정부와 국민 모두가 될 수 있다. 이번 광우병 사태가 여기에 속하며 핵 폐기장 설치와 같은 심각한 문제들을 과거에도 겪어왔다. 위험에 대한 의사소통(risk communication)은 오랜 기간이 필요하고 단계별 접근이 유효하다. 전문가의 견해나 정부의 입장으로 일방적인 의사소통을 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국민의 생각과 위험에 대한 인식을 면밀히 살피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모두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리스크에 대한 대화와 의사소통 중요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에서 경제 11대 대국이 되었고 올림픽에서 10위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지구사회가 부딪치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함께 앞장서지 못한다면 소위 '세계 중심국가'로 인정받기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우리의 과학기술과 산업은 세계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나, 지구사회의 위험을 해결하기 위한 과학이나 사회의 노력은 미미하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인류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리스크 거버넌스(risk governance)'를 구축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이 분야가 학문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다.

수년간 방폐장(방사능 물질 폐기처리장) 사태와 이번 광우병 사태를 보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리스크 거버넌스를 구축하기 위한 리스크 과학의 발전이 시급하다고 느껴진다.

경제 11위 걸맞는 리스크 과학 발전 시급

절대 안전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리스크를 인정하고 연구할 수 있는 수준의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태들이 일과성으로 그쳐서는 안 되며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일정 수준의 해결점을 찾을 때까지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리스크 거버넌스는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책임 있는 그룹이 현재와 미래사회의 위험성과 불확실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는 체제를 말한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만이 가능한 일이며, 이러할 경우 모두가 안심할 수 있다.

즉, 과학적인 안전성 평가에 신뢰가 보태져야만 국민이 안심할 수 있다는 공식(안전+신뢰=안심)이 성립한다. 정부와 산업계가 이러한 원리와 원칙을 좀 더 미리 알고 대처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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