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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선한 사마리안법'도입의 의미

시론 '선한 사마리안법'도입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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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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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수(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이사장)

응급환자의 생명을 최대한 살리기 위하여 일반인의 응급처치를 법적으로 보호하는 법안을 한나라당 안명옥 의원과 통합민주신당 김덕규 의원이 2006년 9월과 10월에 각각 발의하였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2008년 5월 22일 국회 본회에서 최종 통과됐다.

개정안을 요약하자면 일반인도 응급상황에서 필수적인 응급처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법적인 보호장치를 마련했으며 정부가 일반인에게 응급처치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권고할 수 있는 계기를 부여했다. 일반인에게는 엄격히 금지했던 제세동기의 사용을 허용한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러한 법안이 언론에서는 매우 작은 뉴스로 보도되었지만 의학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의미한다.

심폐정지 환자의 발생률은 선진외국과 커다란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선진외국의 심정지환자 생존률은 20~40%인 반면 국내 생존률은 2~5%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선진외국은 심폐정지를 목격한 일반인이 신속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할 수 있도록 선한 '사마리안법(Good Samaritan?s law)'으로 보장하고 직장이나 초·중·고 학교 등에서 교육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이러한 법률과 교육조항이 없었다. 또 치명적인 부정맥의 경우 심폐소생술보다는 제세동이 가장 효과적이므로 선진외국은 일반인도 자동제세동기(automated external defibrillator, AED)를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법(public accessed defibrillation, PAD)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많은 백화점·호텔·지하철·경기장·공항·학교·도서관 등과 선박·열차·항공기 등 격리된 공간에는 반드시 자동제세동기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또 심정지의 50~80%가 자택에서 발생하므로 심정지 발생의 가능성이 높은 고혈압·부정맥·심질환·협심증·당뇨 질환자의 가족들이 자동제세동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일반 할인매장에서도 자동제세동기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자동제세동기가 의료기기로 분류되어 일반매장에서는 판매할 수 없었다. 그러나 법 통과로 일반인도 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향후 시행규칙 등에 의하여 세부지침이 규정되겠지만 일반인에 의한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 사용이 급속히 확대되어 심정지에 의한 환자의 생존율이 매우 높아질 것이다. 교육기관에서 학생들에게 심폐소생술과 같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를 비롯하여 여러 필수적인 응급처치를 정기적으로 교육하면 더욱 많은 응급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선진외국과 같이 심정지 상황을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인 경찰·안전요원·보건교사·대중교통 운전자·승무원 등은 심폐소생술 및 응급처치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사회복지 및 의료계통의 직종이나 공공기관에 취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심폐소생술 교육이수증을 제시해야 하는 규정이 도입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일반인도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비롯하여 생활응급처치 등에 대한 교육과 실습을 받을 기회가 높아짐에 따라서 모든 의료인과 보건종사자들은 교육과정을 더욱 전문화해야 한다. 심정지 혹은 유사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의료인이나 보건종사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의료분쟁이나 의료사고로 악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또 모든 의료분야를 막론하고 치과학·한의학·위생학 등의 관련 기관들은 자동제세동기를 비치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도 지게 되었다.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들은 의료종사자에게 심폐소생술과 자동제세동기의 사용법에 대한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홍보하여야 한다. 또 대한응급의학회·대한심폐소생협회·대한재난응급의료협회 등 관련 전문학회들은 의료인과 의료종사자의 교육과 실습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관계자들이 신속히 전문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e-learning 과정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의료인들은 자신들이 심폐소생술을 직접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심폐소생술 방법은 매 3~5년마다 변하고 있으며 미국심장학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AHA)과 유럽소생학회(European Resuscitation Council, ERC)가 주도해 주요 내용을 세계적으로 표준화하고 있다. 아직도 과거 의대생 혹은 수련의 과정 때에 습득한 심폐소생술의 지식과 기술을 이용하여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면 환자보호자에 의해 곧바로 의료분쟁 혹은 의료사고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다.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을 포함해 의료인에게 기본적인 응급처치 만큼은 모든 의료인들이 정확히 인지하고 술기를 습득함으로써 불필요한 의료분쟁에 휘말리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할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하여 지난 4년간 국회에서 열심히 활동하였고 본 법안을 발의하고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신 한나라당 안명옥의원님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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