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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문화제(또는 집회)와 의사
촛불 문화제(또는 집회)와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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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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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한겨레신문 의료전문기자)

한 달 넘게 밤마다 서울 및 주요 도시 곳곳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반대하거나 또는 재협상을 촉구하는 촛불 문화제 또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많은 언론과 방송은 이 집회를 1987년 6월 항쟁과 견줄 정도로 집회는 수그러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87항쟁에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시위에 동참한 이른바 '넥타이 부대' 등이 '후원'세력이었다면, 요즘의 촛불 집회는 국민건강과 안전한 먹을거리를 요구하는 중ㆍ고등학생, 주부, 노인, 회사원 등이 주도하고 대학생들과 노동자들이 이에 결합하는 꼴이다. 집회를 주도하는 강력한 지도부라도 있었으면 경찰 등이 배후라도 캐내어 이들을 잡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집회 참여자의 거의 모두가 인터넷상에서 서로 토론을 하면서 정보를 나눈 뒤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이럴 형편도 안 된다. 이들 집회 참가자들은 집회에서 채집한 동영상과 사진을 다시 인터넷 사이트 카페나 토론방에 올리며, 서로를 독려하면서 그 힘을 모아가고 있다.   

이들의 집회 참여 독려는 기자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는지, '촛불 집회에 같이 가자!'는 전자우편이 여러 통 왔고 그 가운데 한 우편에는 '한 내과의사'가 참석한 뒤 쓴 글이 덧붙여져 있었다. 해당 토론방에 직접 들어가 글을 읽기 전에 먼저 수많은 덧글과 조회 수가 눈에 띄었다. 2일 저녁 7시 기준 67만여명이 이 글에 대해 조회를 했고, 7000개가 넘는 덧글이 있었다. 내용은 '이 시대의 참된 의사', '수고 많았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지 못해 죄송합니다' 등이 올라와 있었다.

지난 주말 전주에서 서울까지 올라와 촛불 집회에 참석해 시위에서 부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했다는 그 의사의 글은 누가 읽어봐도 의사로서의 안타까움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꽃 같은 학생들과 젊은이들이 부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물대포를 맞고 저체온증에 시달리거나 낙상을 당한 사람, 물대포를 얼굴 정면에 맞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귀의 고막이 찢어져 온 사람, 전경이 휘두르는 방패에 맞아 머리 쪽 피부가 찢어졌다는 어린 여학생, 그리고 혹시 다쳤을지도 모를 전경도 그에게는 모두 치료해야 할 환자였다. 그는 시위를 진압하는 현장을 보면서 "이 사람들(경찰 및 정부 당국자)은 정말 시민들이 다치고 심지어 죽는 것 정도로는 눈 하나 까딱 안 하는 사람이구나. 그러니까, 그렇게 당당하게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겠다고 하는구나. 기껏해야 몇 명 죽어나갈 뿐인데 왜 저렇게 흥분을 하는지 이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도 모를 수 있겠구나"라고 썼다. 한두 명 정도 광우병에 걸려 죽는 것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인 셈이다.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소중하게 느끼는 그의 마음이 읽혀졌다. 그의 글은 시위대가 자랑스럽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지금은 전주에 내려가 있겠지만 집회에서 다친 환자들을 걱정하는 그의 마음은 여전히 인터넷에 남아 있다.

이 글을 끝마칠 즈음, 한 인터넷 토론방에는 외과의사로서 지난달 31일과 이달 1일의 촛불 집회에서 다친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물대포 등 폭력적인 진압에 대한 분노를 적은 글이 널리 읽혀지고 많은 격려 덧글이 달려 있었다. '고생했다.' '존경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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