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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타산지우(他山之牛)?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타산지우(他山之牛)?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6.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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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수(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부회장)

요즘 온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광화문 앞은 연일 계속되는 촛불 시위로 떠들썩하고, 야당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이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에서 여러 가지 자료를 제시하고, 급기야 미국 도살장에 시찰단까지 파견했지만 도무지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정부에서 장관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두었음에도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여당이 참패하고 말았다. 바야흐로 민심은 광우병이나 변형 크로이츠-야콥-펠트 병에 대한 과학적인 사실이 아니라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질책을 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어려운 경제나 어지러운 정치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라는 선명한 주제를 만나자 한꺼번에 터져나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혁명 당시 국민들에게는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가 했다고 전해지는 다음과 같은 말이 널리 유표되어 있었다. "빵이 없어서 굶으면, 고기를 먹으면 되지 않는가?" 요즘 역사가들은 실제로는 이 말이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만들어진 선전물에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당시 여러 가지 자체 모순에 의해 한계점에 도달한 전제정치 체제에 대한 당시 프랑스 국민들의 분노에 이 말이 불을 붙이고 말았다. 국민들에게는 실제로 왕비가 이 말을 했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결국 마리 앙뜨와네뜨는 성난 국민들에 의해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고 말았다.

민심의 향방이 정확한 논거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오히려 확인되지 않더라도 감성을 자극하는 선명한 주제에 끌려 다니기 쉽다. 모든 상황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 대해 감성에 의지하여 직관적으로 판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의해 초래된 일련의 사태는 우리 의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효율적이고 건전한 공공보험의 확립 및 의료의 질적 향상을 위한 '당연지정제 폐지'와 이를 위한 '보완적 성격의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의료의 전문가인 의사들이 보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하지만 국민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사회적인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문가적인 시각에서의 근거를 가지고 무리하게 추진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최악의 경우 다음번 촛불집회 장소가 광화문 앞이 아닌 이촌동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협과 여러 지역 및 직역 의사회의 집행부들은 현 정부를 쩔쩔매게 만든 미국산 쇠고기를 타산지우(他山之牛)로 삼아 안팎의 여러 사업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협 회원들과 국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있는 정책들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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