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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모임 원더스, '불혹'이 되다

아름다운 모임 원더스, '불혹'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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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09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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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스(경희대 봉사 연합 동아리)

40년 전 아득했던 4월의 어느 날, 우연히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예과 2학년이던 이원용 학생이 한 가지 제안을 하게 된다. "현대의학과 한방을 연합해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보면 어떨까?" 그 제안은 '녹엽'이라는 근사한 이름으로 태어났고 후에 Western(서양의학), Oriental(동양의학), Nursing(간호학), Dentist(치의학)의 약자를 따서 만든 '원더스(WONDERS)'로 거듭났다. 이제 불혹을 맞은 원더스는 경희대학교를 대표하는 봉사 연합 동아리로 경희인상을 받는 등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원더스 동아리 회원.
동·서양 의학의 만남, 녹엽으로 태어나다
"현대의학과 동양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들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일 겁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거창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그저 현대의학과 한방이 어우러져서 의미 있는 연합 모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더불어 인간관계도 넓히고 말이지요."

40년 전을 회고하며 이야기를 풀어놓는 동수원병원 이원용 부장은 원더스의 창립멤버이자 OB 회장이다. 1968년 4월 23일 이원용, 백상규, 김효영 세 명의 학생이 함께 그야말로 우연한 계기로 경희대학교 봉사연합회 소속 '녹엽'이라는 작은 동아리를 만들었고 '원더스'로 그 이름을 개칭했다. 경희대학교를 대표하는 봉사 동아리로서 이제 그 나이 불혹을 넘긴 지금 와서는 말 그대로 우연이 필연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원더스는 무의촌과 경제적인 형편 때문에 진료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 활동을 해왔다. 동아리 의료봉사는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를 통해 학생들에게 더 큰 용기와 자부심을 주는 일이기에, 더욱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고 말하는 이원용 OB 회장. 그의 나이 이제 환갑을 넘겼는데, 평생 좋은 일만 해왔을 법한 얼굴에 미소 한 가득 담으니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원더스는 정기적으로 하계의료봉사, 동계의료봉사를 해왔습니다. 그 외에도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월계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무료 진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 같은 OB 멤버들은 후원에 주력하고 있지요."

이원용 OB 회장을 비롯해 원더스의 OB 멤버들은 학생들이 하는 의료봉사 활동에 든든한 조력자로서 많은 조언은 물론 실제적으로 장학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처음에 단 세 명으로 시작한 활동이 4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이원용 OB 회장은 젊은 친구들이 그저 대견하기만 하다. 선후배들이 어우러져 40년 동안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무의촌을 찾아가는 장기의료봉사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40년 추억거리,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지난 4월 26일 오후 6시 압구정동의 한 선상카페에서 원더스의 40주년을 기념하고 그간 함께 봉사해온 선후배들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하며 장기 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다지는 자리가 마련됐다.

"세상에 태어나서 특별히 한 일은 없지만, 이렇게 변함없이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하는 조직을 시작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보람이지요. 어디 가서도 굉장한 자랑이자 영광입니다."

오랜 시간 여러 가지 추억들을 겹겹이 쌓아온 원더스, 이원용 OB 회장은 자연스레 창립 멤버 백상규라는 이름 세 글자를 떠올린다.

"30주년을 함께했는데, 재작년에 저 세상으로 가게 되었어요. 다시금 세월이 참 많이 흘렀구나 하는 생각을 했지요. 40주년 기념식도 보고 갔으면 참 좋았을 것을…."

하릴없이 떠올리는 예과 2학년이던 때, 의료봉사를 하자고 모이기는 했지만 아직은 철없고 멋모르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엔 여자들에게 외박은 꿈도 못 꿨거든요. 별 수 있나, 의술을 아직 잘 모르고 남자 셋이 모여 힘쓰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강원도 원성군에 신평리라고 있는데, 덜컥 도와주겠다고 찾아가서는 땀을 뻘뻘 흘리며 밭 갈고 논 매고…. 이를테면 근로봉사였는데, 정말 재미있었지요. 그런 게 모두 좋은 추억입니다."  

원더스는 2005년 12월 그간의 의료봉사 활동을 인정받고 경희대를 대표하는 경희인상을 수상했다. 개인에게만 주어졌던 경희인상을 단체가 수상하게 됨으로써 또 하나의 이력을 낳은 셈이다. 지금까지 동아리에 과거 몸담았던 OB 회원과 현재 몸담고 있는 YB 회원들의 수만도 400여 명 정도. 그래서인지 몰라도 경희인이라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동아리라고 한다.

이제 세계로 눈 돌릴 때
원더스의 의료봉사 활동은 한의과, 치과 진료가 포함되어 있어 진료를 받는 환자들의 만족도가 더욱 크다. 내과 진료 외에도 혈당 체크와 건강교육, 시침과 뜸 시술에 이어 충치 치료는 물론 스케일링까지 하고 있다.

"원더스의 또 다른 창립 멤버 김호영 원장(호영 한의원)과 경희대의 정신적 지주 민병일 교수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아요. 학생들에게 지금까지도 큰 도움을 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죠."  

이제 원더스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싶다.

"OB 회원들과 협력해 의료 후진국 중 경희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는 지역을 물색해 해외의료봉사를 추진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같은 OB 회원들의 나이가 많아져서 그런지 자꾸만 노인병원에도 눈이 가네요."

이제 대한민국에 의료 환경이 제법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기에 학생들에게 더 큰 세상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원용 OB 회장. 서울 을지병원과 대전 선병원을 거쳐 동수원병원 마취과에서만 무려 17년을 지내온 이 회장에게 뜬금없게도 "왜 개인병원을 내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그저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라는 말이 주저 없이 돌아온다.

"의료인이라면 처음부터 봉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과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말이죠. 사실 생계 수단이나 재산 증식을 추구하는 요즘의 세태가 걱정스럽기는 합니다. 하지만 원더스의 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건강하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서 원더스가 앞으로도 계속 왕성하게 활동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고요."  

인터뷰를 위해 이원용 OB 회장을 찾은 날이 공교롭게도 5월 15일 스승의 날이었다. 간호사들이 스승 이원용 부장을 위해 준비해온 떡을 한가득 내오니 이보다 더 융숭한 대접이 없을 것 같다. 봉사하는 사람은 역시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모임, 원더스의 놀라운 역사가 흔들림 없이(不惑) 계속해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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