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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강서비스'란 무엇인가 (Ⅱ·끝)

시론 '건강서비스'란 무엇인가 (Ⅱ·끝)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6.16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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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최근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산업화 정책의 하나로 추진하는 건강서비스활성화 정책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의협은 건강서비스와 진료의 개념 차이가 불분명해 의사 진료권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고 의사들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되고 있는 상황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현재 복지부는 의협의 반대에도 건강서비스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의협신문은 건강서비스활성화와 관련한 이슈와 최근 현황을 회원에게 소개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복지부가 주도한 건강서비스활성화 TF 회의에 참여한 안양수 의협 기획이사의 특별기고를 두 차례에 걸쳐 싣는다.                                                            - <편집자 주>

미국과 일본의 운영 형태

▲ 안양수(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다수의 건강관리회사들은 보험회사보다는 대기업 등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근래들어 대부분의 기업체들이 사원복지 차원에서 건강검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일 사업장의 경우 가까운 검진센터와  직접 접촉해서 검진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만, 은행과 같이 사업장이 전국 혹은 여러 곳에 분포해 있는 경우는 각 지역과  가까운 검진센터를 직접 접촉하기가 번거롭고 힘들기 마련이다. 이 경우는 자체 인원을 투여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그냥 비용만 부담하고 아웃소싱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이 경우 건강관리회사는 위탁자인 기업체를 대신해서 각 지역의 검진센터 등을 섭외하여 사원들이 편하게 검진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조율해주고 그 결과에 기초해 개별 상담 등을 진행하며  질환이 발견된 경우는 치료받을 병원에 대한 정보까지도 제공해 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라고 생각된다.

B2B의 또 다른 형태는 공공기관이 고객이 되는 경우다. 일본이 이와 같은 형태의 사업을 이제 막 시작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대구의 고혈압·당뇨병 관리 시범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하겠다. 이 경우 비용 부담은 정부 및 지자체 혹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하고 이용자는 각각 국민(저소득층 위주), 지역주민, 건보가입자가 된다. 건강관리회사는 위탁자들을 대상으로 건강검진 프로그램 및 건강군 또는 환자군에 대한 식이·운동·교육 등의 건강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형태는 미국의 경우와 유사하지만 다만 고객이 민영보험회사가 아니라 공공기관이라는 점만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B2C의 형태가 있을 수 있지만 비용대비 효과를 측정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한계 때문에 광범위한 B2C 시장은 형성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B2B형태의 서비스가 광범위하고 보편화되면 B2C시장도 확산될 가능성은 있다고 하겠다.

건강서비스 활성화 TF의 진행경과

당초 복지부는 6월 중 입법안 마련을 목표로 4월 중순부터 TF팀을 가동하기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대략적인 개념정리만 끝난 상태이며 이후로는 각 단체들의 의견을 들어 추진하기로 정하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건강서비스의 정의는 '사람들이 금연·절주·식이·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평가·교육·상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라 정하였고 건강관리회사의 의료기기, 의약품 등을 활용한 건강서비스 제공은 불가하다'고  정리했다. 개념적으로 의료서비스와 건강서비스를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건강서비스가 의료서비스에 부수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서로 긴밀하게 협조해야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여러 직업군 중에서 가장 양질의 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는 바로 의사이다. 따라서 의사를 배제하고 건강서비스 산업을 구축한다는 것은 본래 취지에 맞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단일보험체계 속에서는 건강서비스의 무분별한 허용은 자칫 비보험수가 개발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원내에 별도의 건강서비스(비보험)를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공간적으로 건보서비스와의 구별이 가능하면 의료기관도 자유롭게 건강관리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의 안을 보면 건강서비스의 세부 범위는 크게 5가지로 분류되어 있다. 첫째 건강개선 및 임신관리, 올바른 성문화  등을 위한 보건교육. 둘째 건강증진을 위한 금연·절주·식이·운동 등 생활습관의 개선을 유도, 지속하기 위한 상담, 평가 및  교육 등의 지원. 셋째 질환의 이해, 예방 및 적정한 관리를 위한  질병교육. 넷째 특정 질환의 개선·악화 방지를 위한 식이, 운동 등의 개선을 유도, 지속하기 위한 상담평가 및 교육 등의 지원. 다섯째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의 지속 치료와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기 위한 일정관리, 평가, 상담 등 질환 관리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중 첫째에서 셋째까지는 크게 이견이 없지만 넷째와 다섯째에 대해서는 제공방법, 제공 주체 등에 있어서 논란이 있다. 건강인에 제공되는 건강서비스와 달리 넷째, 다섯째의 경우는 질환자에게 제공되는 건강서비스이다. 이와 같은 질환자에 제공되는 건강서비스의 경우 치료 중인 환자에 의료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질환자에 대한 서비스는 의료기관의 사전의뢰를 의무화하도록 요구했다.

건강서비스 산업의 문제점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경우는 엄청난 의료비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워낙 의료비가 비싸기 때문에 별도의 비용을 들여서라도 의료비를 절약할 수 있다면 비용효과적이다. 그러나 한국은 OECD국가 중 GDP대비 의료비를 가장 적게 쓰면서도 의료기관 이용률은 일본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하고 있는 나라이다. 즉 의료서비스에 관한 한 비용대비 최고의 효율성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이야기다. 적은 비용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지천에 널렸는데 과연 누가 별도의 비용을 부담하면서 가시적 효과도 확실하지 않은 건강서비스를 이용하려 하겠는가.

민영의료보험회사나 질환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회사의 경우도 철저히 수익지향적일 수 밖에 없다. 만약 10억원 상당의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 20억원 상당의 건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면 그 어떤 보험회사도 건강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으로 그 효용성을 평가하기 어려운 서비스의 특성상 당장 효용가치를 따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효용가치를 떠나서 건강서비스를 도입할 때 문제가 될 수 있는 또 다른 한가지는 바로 형평성의 문제이다. 건강서비스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저소득층이 이용하기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다. 결국 가진자만의 혜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저소득층을  위해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들이 예산을 마련해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돈많은 계층이 더 많은 서비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는 건 불문가지다.

또한 의료서비스와 건강서비스의 개념이 모호해서 보완적 관계여야 할 건강서비스가 자칫 의료서비스와 경쟁적 관계로 갈 우려도 존재한다. 그리되면 비용은 비용대로 지불하면서 건강서비스 뿐만이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효용가치에도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러한 여러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현재 10여개의 건강관리회사가 활동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사회에도 건강서비스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더구나 기업체와 같은 곳은 막대한 복지예산을 확보하고도 마땅한 용처가 없어서 고민을 하고 있는 지경이니 입법과 관계없이 건강관리회사들은 더욱 더 성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십년간 저수가 단일보험체제를 유지한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건강서비스 도입이 배보다 배꼽이 큰 사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건강서비스산업에 의료 서비스가 종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지도 모른다.

영화 '우아한 세계'에서 강인구(송강호 분)가 당뇨병을 진단받는 광경이 나온다. 의사가 '당뇨입니다. 처방전 드릴테니 약먹고  다음에 나오십시요'하고 멀뚱이 쳐다보자 같이 한참을 멀뚱이 바라보다가 화가 나 소리친다. "당뇨라고? 당뇬데 뭘 어쩌라고? 무슨 설명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설명이? 당뇨가 무슨 감기야?" 어쩌면 현 건강보험시스템의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욕구는 있고, 필요성도 느끼지만 돈이 되지 않아서 외면하는 건강서비스, 그 건강서비스가 활성화되면 수년내에 진료실 광경이 이렇게 바뀔 지도 모른다.

"당뇨입니다. 처방전 써드릴테니 약 잘 잡수시고, 당뇨에 대한 기본교육은 바로 옆방 상담실에서 잘 받으시고 다음에 나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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