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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진정 복지국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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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6.16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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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섭(조선일보 논선위원)

다음달부터 치매·중풍 같은 노인성 질환자를 돌보기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행된다. 그동안 월 100만~200만원이나 되는 간병비가 월 40만~60만원으로 값싸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치매·중풍을 앓는 노부모를 모신 가족들에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건강보험·국민연금·산재보험·고용보험에 이어 5번째 사회보험이 시행돼 우리도 이젠 사회보험제도의 틀을 완비하게 됐다고 선전에 열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부 선전 문구를 보면 기쁨보다는 씁쓰레한 감정부터 앞선다.

2000년 빈곤층을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를 도입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정부는 '임금도 못한다'는 가난 구제를 나라가 책임지게 됐다고 선전했다. 마치 '퍼주기'할 것 같은 기세였지만, 국민들은 이내 실망했다. 대상자를 줄이기 위해 자녀들의 재산까지 합쳐 소득을 따지는 바람에 소득이 많은 것으로 조사돼 적잖은 사람들이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여전히 가난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초노령연금도 65세이상 노인들에게 꽤 큰 돈을 주는 것처럼 했지만 결국 월 8만원 용돈을 주는데 그쳤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기 마련인가.

이번 노인요양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보험혜택을 받을 신체 판정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어 대상자를 크게 줄여놓고 보험혜택 액수도 적게 만들었다. 정부가 예상하는 보험혜택 대상자는 고작 17만명으로, 전체 노인 500만명 중 0.31%에 그친다. 그나마도 정작 요양시설에서 혜택을 받을 사람은 6만여명이고, 나머지는 자택에서 간병 도움을 받도록 했다. 보험료는 전체 국민이 모두 내도록 하고서는 혜택받을 사람을 축소시킨 것이다.

더욱이 간병비 혜택도 요양시설에 있을 경우만 주고, 의사가 상주하는 요양병원은 제외했다. 같은 치매·중풍환자라도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 보험혜택 여부가 달라진다. 사실 병원에 있는 환자들은 시설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중증 환자인데 이들에게 보험혜택을 안준다니 불만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보험혜택을 받으면 요양 시설도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중하층 서민들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월 40만~60만원이라고 하지만, 월 수입이 200만원정도 가정에선 벅찬 금액이 아닐 수 없다. 이들 가정에선 매월 낼 돈이 없어 보험혜택마저 포기해야 하는 셈이다.

이처럼 모든 치매·중풍 노인에게 간병비를 지원할 것처럼 보이는 노인요양보험도 자칫하면 정부의 허장성세로 그칠 수 있다. 1인당 월 평균 2700원씩 내는 요양보험료로는 보험혜택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실속있는 사회복지 제도로 발전하려면 정부가 복지예산 확충에 나서야 한다. 또 지금처럼 국민들이 적게 내는 보험료로는 도저히 해결이 안된다. '적게 내서 적은 혜택을 받을지, 많이 내서 큰 혜택을 받을지' 국민들에게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정권은 2005년 복지예산이 경제예산을 처음으로 앞질렀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노동·관광 같은 엉뚱한 예산을 복지예산 항목에 붙여 복지예산이 많은 것처럼 눈속임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현 정부에 와서도 복지예산 착시현상을 불러와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과다한 복지예산이 성장의 걸림돌이라는 생각을 가지도록 만들었다.

복지예산 확충은 대통령 선거 때마다 정당들이 사회복지 공약을 통해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실현할 수 있다. 국민들도 사회복지 확충같은 생활 공약에 표를 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우리의 사회보장제도는 획기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다.  ds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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