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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사의 처방권은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는가

시론 의사의 처방권은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는가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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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두륜 변호사

환자를 진찰하고 원외처방전을 발행한 의사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진찰료를 받게 된다. 이 진찰료 가운데는 처방료(외래 관리료)가 포함되어 있다. 처방료는 처방한 약품의 종류에 따라 산정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약품을 처방한다고 하여 의사들이 처방료를 더 많이 받는 것은 아니다. 또한 의사는 약을 처방만 할 뿐 약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므로 약을 많이 처방한다고 해서 의사 개인이나 그 의사가 소속된 병원이 이익을 얻는 것도 아니다.

반면 실무에서는 의사가 요양급여기준에 위반하여 약을 처방한 경우 진찰료 중에 처방료에 해당하는 부분이 삭감되고, 약값도 처방한 의사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주로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의 허가사항을 벗어나서 약을 처방한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연령 금기 또는 병용 금기 약품을 처방하였다는 이유이다. 형식적으로는 요양급여기준에 위반될지 몰라도 의학적 필요성이 있었고 환자가 원하여 해당 약품을 처방하였는데, 이를 부당청구로 보고 진찰료 삭감 및 약제비 환수를 한다면, 억울하지 않을 의사가 없을 것이다. 특히, 약제비가 의료기관이 아닌 약국에 지급되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느냐고 분통을 터뜨리는 의사들이 많다.

서울대병원 매년 원외처방 약제비 8억이상 환수

서울대학교 병원은 우리나라 최고의 의료기관이자,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공공 의료기관이다. 그런 서울대학교병원이 매년 원외처방 약제비로 8억원 이상이 환수되고 있다.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이 부분을 지적받고 있지만 그다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어떤 의사들은 계속 진료비와 약제비를 삭감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을 바꾸지 않고 있다. 현행 요양급여기준이 의료상식이나 임상현실과 괴리되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나 심평원은 건강보험은 한정된 재원을 바탕으로 적정 진료를 보장하는 것이므로 요양급여기준이 필요하며, 의학적으로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기준이 변경되기까지는 의사도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의약분업의 시행으로 잘못된 처방을 한 의사로부터 약값을 환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한다. 의사의 처방권에 대한 제한은 건강보험제도의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식약청 허가사항은 제한적·불완전…요양급여기준 최선의 진료와는 거리 멀어

건강보험 재정 안정을 위한 요양급여기준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요양급여기준은 우선 의학적으로 정당해야 한다. 의사는 환자의 치료를 위하여 임상의학수준에서 인정되는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요양급여기준에서 정한 진료의 수준은 최선의 진료와는 거리가 멀다. 법원 또한 의사가 환자에 대한 진료를 하는데 있어 요양급여기준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의사들은 식약청장의 허가사항을 참고로 할 뿐, 이에 구속되는 것은 아니다. 식약청장의 허가사항은 제한적이고 불완전하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단순히 FDA의 허가사항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문헌이나 의약품 정보집에 근거하여 약품에 대한 사용평가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보건복지부 고시나 식약청장의 허가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원외처방된 약값을 의사로부터 환수하는 것은 의사의 처방권에 중대한 침해행위가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는 요양급여기준이 부당하면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 기준을 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성모병원 의사들은 그러한 절차가 있는지 몰라서 임의비급여 진료를 하였던 것일까.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의학적 적절성 보다는 건강보험 재정을 우선 고려하기 때문에 의학적으로는 필요한 경우에도 좀처럼 승인이 되지 않는다는 의료계의 비판을 보건복지부나 심평원은 경청할 필요가 있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을 비롯한 30여개 대형병원들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부당 환수 약제비반환소송에서 다투어지고 있는 쟁점 사항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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