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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의료 선진화와 규제 개혁

시론 의료 선진화와 규제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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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7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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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효(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장)

의료서비스산업은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고, 고용 흡수의 가능성이 가장 큰 미래지향형 산업으로, 정부가 적극적인 규제개혁과 경쟁촉진, 단계적인 시장개방 등을 통해 경쟁력강화를 유도하고, 관련 제도의 정비에 주력할 필요성이 크다.

의료서비스 선진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서 의료서비스 산업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하며, 의료기관들의 경쟁력 제고 노력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그 동안의 규제 위주 정책에서 탈피해, 규제의 질을 향상시키고 규제의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규제개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일이다. 과도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가 결국 의료시장의 경쟁 제한, 자본구조의 영세성, 국민 기대와의 괴리 심화 등 의료서비스산업의 경쟁력 기반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에 대한 의료서비스는 다른 일반적인 상품 및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사유재(private goods)이다. 다만 의료서비스의 특성에서 비롯되는 국민 및 소비자의 보호, 사취의 예방, 접근성 유지 증진, 공공의료 방향 제시 등을 위해 일반 상품 및 서비스와는 다르게 일정한 공공적 규제가 부과될 따름이다.

그런데 규제는 정부에게는 규제의 관리비용을 발생시키고 국민들에게는 규제의 준수비용을 발생시킨다. 따라서 규제 목표를 효과적·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없는 규제에 대해서는 마땅히 시장경쟁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으로 정비해야 하며, 이것이 결국은 국민 및 소비자 후생을 극대화하고 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길이 된다.

기존의 규제 중 가장 시대상황에 맞추어볼 때 가장 비합리적이고 비효율적인 규제의 예는 시장진입 제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첫째로, 양적인 시장진입 규제로 의료인의 복수의료기관 개설 금지조항(의료법 제30조 ②항)을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의사가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할 수 있는 장소적 범위 내에서만 의료기관의 개설을 허용함으로써 의사 아닌 자에 의하여 의료기관이 관리되는 것을 그 개설단계에서 미리 방지하기 위한 것(대법원, 2003도256)"이라는 규제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동 조항은 공익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규제 범위를 넘어선다. 의료기관 마다 의료기관을 관리하는 의사를 반드시 두도록 보완적인 입법조치를 통해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되, 개설자인 의료인이 직접 관리할 수 없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다른 의료인으로 하여금 관리책임을 맡도록 할 것이며, 향후 의료비 총량의 억제가 주요 정책목표가 될 경우, 요구증명(CON) 제도 등의 추가적 보완조치를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인의 복수 의료기관 개설금지의 철폐는 의료기관간의 경쟁을 강화하게 되고, 이는 결국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과 의료서비스의 평균비용을 낮추는 효과를 통해 전체적인 소비자의 효용을 증대시키게 될 것이며, 궁극적으로 의료산업의 활성화와 양질의 고용기회 창출 증진에도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의료인의 경우 의료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적법하게 자신의 브랜드를 가진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게 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시너지 효과를 추구할 수 있게 되고, 개인 의료기관간 M&A, 통합 등도 가능해져 결국 의료서비스산업의 합리적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의료인과 비영리법인만이 의료기관 개설자 자격을 얻는 질적 진입제한 규제(의료법 제30조 ②항)이다.  동 규제는 '의료의 공공성 확보'를 목표로 부과되고 있으나, 개인 의료인이 개설주체인 의료기관의 경우 명실상부하게 영리 의료기관의 행태를 보이고 있고, 의료법인 등 비영리법인 의료기관의 경우에도 세제상의 각종 혜택을 입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행태면에서는 영리인 개인 의료기관과 별다른 차별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규제목표와 현실의 괴리 현상이 극심하다.

의료기관의 영리성 추구 행태는 영리추구 동기의 강도 보다는 사회적 제약과 정책적 규제의 강도에 의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의료인이 개설주체인 개인병원이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 병원에 비해 영리추구 행태가 더 극심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의료기관의 법인격을 구별하지 않고 병·의원을 선택한다는 사실이 증명한다. 결국 영리법인이라 하더라도 국가의 공공보건정책의 틀 안에서 의료행위를 하도록 비영리법인과 마찬가지로 규제할 경우, 실제 의료행위는 비영리법인 정도의 일정한 공공성을 추구하도록 할 수 있는 것이다.

영리법인의 의료시장 진입을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조화라는 기본적 발전방향을 대전제로, 의료부문에 대한 자본투자의 활성화와 이를 통한 산업구조의 합리적 조정, 그리고 진입장벽의 제거를 통한 의료서비스시장의 경쟁 활성화 등의 순기능을 살리는 방향에서 검토해야 한다. 국공립 의료서비스 조직을 지속적으로 확충하면서, 비영리법인에 대한 지원 및 감독을 강화하고, 전체 의료서비스 조직에 대한 반사회적 시장행동의 적절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면서 영리법인을 허용하게 될 경우 의료체계의 공공성과 다양성·자율성, 그리고 효율성을 동시에 증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의 의료서비스산업은 짧은 시간에 양적으로 급성장해 왔으며, 전국민에게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지금은 질적 성장과 국제 경쟁력의 배양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쟁을 두려워 하고, 막연한 우려에 사로잡혀 허송세월할 시간이 없다. 국민·의료계·정부가 뜻을 모아 의료서비스산업의 선진화의 한 길에 나서야 할 때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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