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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만두 파동'을 떠올리며
'불량만두 파동'을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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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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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중앙일보 기자)

딱 4년 전이다. 내가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을 맡기 직전에 발생했으니 기자로선 골치 아픈 태풍(?)을 피한 셈이었다. 바로 2004년 6월부터 한 달 가까이 전국을 휩쓸었던 '불량만두 파동'얘기다.

위생적으로 처리되지 않은 단무지 자투리를 이용해 만든 만두소가 일부 만두·호빵 제조업체에 공급된 것이 문제였던 그 사건은 당시 언론들이 '쓰레기 단무지'를 사용한 것으로 보도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국민들에게 불량만두에 대해 더욱 혐오를 느끼게 만든 것은 방송 뉴스의 화면이었다. 단무지 제조 공정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들이 노란 쓰레기통에 담겨 있는 모습이 '쓰레기 단무지'란 자막과 함께 하루 종일 되풀이돼 TV에 방영되면서, 불량만두에 대한 혐오감과 불신을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심었던 것이다.

식품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은 무섭게 증폭됐고, 연간 2130억원의 냉동만두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다. 더군다나 식약청이 발표한 18개 불량만두 제조업체의 실명까지 보도에 적시한 결과, 한 업체 사장은 "오명을 벗고 싶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기까지 했다. 그런데 문제가 됐던 18개 업체 중 9곳이 결국 혐의가 없는 것으로 최종 밝혀졌다.

그 불량만두 사건은 많은 기자들에게 큰 반성의 계기가 됐다. 특정식품의 안전 문제에 과민한 우리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사실 확인이 덜 된 보도나 과잉보도는 엄청난 불안을 야기할 수 있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손실이 얼마나 막대한가를 뼈저리게 느꼈던 것이다. 또 식품과 관련된 단 몇 십 초의 TV 화면이 얼마나 강렬한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하는지, 그 파급력이 얼마나 큰 것인지도 새삼 깨닫게 했다. 지난 4월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때 관련업계가 "방송에서 닭·오리의 살처분 장면 좀 그만 내보내달라"고 하소연했던 것도 그런 맥락이다.

이번 광우병 파동의 큰 계기가 됐던 MBC TV'PD수첩'의 보도 내용은 왠지 그 4년 전 일을 자꾸 떠오르게 한다. 도축장 검사대 앞에서 힘없이 주저앉는 소, 그것에 전기충격을 가해 억지로 일으키는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광우병에 걸린 소일 가능성이 높다는 방송 메시지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충격을 받았을까.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동물학대 및 불법적 도축 현장을 고발한다는 의미라면 좋은 자료 화면이었겠지만, 그걸 광우병과 연결시킨 것은 논리의 비약이었다. 장면 자체가 주는 충격을 생각한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논리만큼은 신중하게 다듬었어야 했다.

그런데 최근엔 그 방송분의 오역 논란까지 나왔다. 부모와 담당의사가'인간광우병(vCJD)' 때문에 숨진 것으로 거의 확신하고 있다 해서 다우너 소와 함께 큰 충격을 안겨준 미국 여성 아레사 빈슨의 사인(死因) 관련 보도 부분이 제작진의 고의적인 오역이었다는 주장 때문이다.

다름 아닌 그 프로그램의 번역·감수자로 참여했던 이의 주장이다. 사실 당시 방송분에서 빈슨 어머니 및 주치의와의 인터뷰를 보면 빈슨의 사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이 높다는 추정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얼마 전 빈슨의 죽음은 인간광우병과 무관하다는 것이 최종 확인됐다.

7월도 촛불과 함께 시작됐다. 종교계까지 나선 막막한 정국, 탈출구는 정말 없는 걸까. newsla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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