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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여행의 미학

오지여행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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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0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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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혁(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정책이사)
필자는 오지여행을 무척 좋아한다. 학생때부터 방학이면 친구들과 함께 알려지지 않은 곳들을 찾아 여러차례 전국을 누비고 다녔다. 요새는 교통여건이 구석구석 잘 발달되어 있어 과거처럼 비포장 산길로 몇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진정한' 의미의 오지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 더군다나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친환경 웰빙 바람을 타고 이제는 '오지'라는 사실마저도 하나의 관광상품이 되어 곳곳에서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사람의 손길이 거의 닿지 않는 때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곳곳에 감춰져 있는 것 같다.

오지를 찾아다니는 것. 이것은 유명한 관광지에서처럼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해 주는 것도 아니고 최신 리조트에서처럼 편안한 휴식을 보장해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잘 맞는 사람과 함께 가야 한다. 고생해서 찾아들어간 끝에 숨어있는 비경을 발견할 때마다 느끼는 신비로움은 여타의 여행과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몸에 스며들고, 함께했던 사람들과의 가슴 벅찬 추억을 만들어낸다.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멋진 오지여행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몇가지 있다면, 그중 한가지는 완벽한 계획이고 다른 한가지는 과감한 판단이다.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 힘들게 계획을 세우더라도 처음 방문하는 오지에서 부딪히는 상황은 출발 전 생각했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다. 아니, 거의 100% 그렇게 된다고 보아야 한다. 길이 생각보다 위험하거나, 기상이 변하는 경우 등이 대표적인 예다. 3년쯤 전에 필자가 지도상에 길이 나 있지 않은 산속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기로 결심했을 때다. 지도를 보며 등고선과 계곡 물길을 열심히 계산해 보니 대부분은 통과할 수 있겠는데 딱 한군데에서는 위험을 무릅쓰고 바위를 타거나 철길 터널을 따라 걸을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바위산을 넘기 위한 장비와 터널을 통과하는 열차시간표를 준비해 가기로 했다. 여객열차는 물론이고 일반인이 구하기 힘든 화물열차 통과시각까지 억지로 알아내서 갔었는데, 실제로 2분 차이로 단선철길에서 열차를 피하고선 안도의 한숨을 쓸어내렸다. 이어 이틀째 계속 계곡을 따라 진행하는데, 예보와는 다르게 날씨가 점점 흐려지는 것이었다. 당장 비가 내릴 것 같지는 않았지만, 물이 불어나면 피할 곳이 없어 보이는 이 계곡에서 빠져나가는데도 거의 하루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일정을 모두 포기하고 바깥으로 피신한 적도 있었다. 여행지로써 오지를 택하는 것은 힘든 일상 속에서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말로 표현하기 힘든, 온몸으로 느끼는 신비로운 추억은 또 다른 방식의 편안함과 정신적 재충전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번 여름에는 번잡한 관광지를 벗어나 동료끼리 가족끼리 모여 오로지 우리들만을 위한 장소에서 우리들만이 가질 수 있는 추억을 만들어 가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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