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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건강정보보호법'제정 필요하다
시론 '건강정보보호법'제정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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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7.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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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호(울산의대 예방의학)

'좋은 연구 자료가 없어 한국에서는 연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다. 연구 재원, 연구 인력 및 시설, 연구지원체계에 있어 우리나라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연구 자료의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연구 인프라는 크게 성장하였다. 1990년대 이후 국내에 구축되고 있는 건강보험자료, 암등록자료, 사망신고자료, 출생신고자료 등은 자료의 완전성(건강/질병 사건을 어느 정도 포괄하는가)이 확보됨에 따라 그 활용가치가 커지고 있다. 물론 2차 자료의 질병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가에 대한 의문이 존재한다. 하지만 2차 자료 정보의 정확성도 개선되어 왔다. 의사에 의하여 사망진단이 이루어지는 비율은 1990년도에 50% 미만이었지만 지금은 90%에 이른다. 암등록자료의 정확성을 나타내는 지표들도 개선되어, 주요 외국 수준에 다다르고 있다. 건강보험자료의 질병정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지만, 일부 중증질환의 질병정보는 상대적으로 믿을만하고, 질병정보의 정확성을 개선하기 위한 분석 방법도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개인식별자가 있다.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자료원을 연계할 경우, 연구자들은 세계적으로도 탁월한 연구성과를 도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구축되고 있는 한국인유전체역학코호트 자료(작년 현재 약 10만명 구축)를 암 발생, 질병 발생 및 의료이용, 사망 정보와 연계한다면,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연구성과를 얻을 수 있다. 다양한 병원 자료를 연계하는 임상연구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러한 국내 연구자료 기반의 우수성은 오히려 외국 연구자들에 의하여 적극적으로 평가되어왔다.

그런데, 2차 자료의 사용에는 법적·윤리적 책임이 따른다. 법적 규정들이 2차 자료의 연구목적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공공기관의 자료 처리 담당자가 개인정보를 임의로 타인에게 제공하는 것을 제한하고, 그에 따른 법적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있다. 또한 심심찮게 일어났던 공공기관의 개인정보 유출사고로 인해 일반 국민은 개인정보의 보관과 사용에 따가운 시선을 주고 있다. 국민은 자신의 개인정보가 자신의 동의 없이 사용되고, 그로 인해 자신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에 큰 우려를 보낸다. 연구자들은 개인정보의 연구목적 활용이 공익적 목적이라 이야기하지만, 일반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데 그리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국민의 개인정보는 보호되어야 한다. 또한 공익적 목적의 의학연구도 활성화하여야 한다. 연구목적 이외의 이유로 인한 개인정보의 유출 문제 때문에 연구목적의 자료 사용마저 제한되는 현재의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 개인정보 보호와 개인정보의 공익적 연구목적 활용이라는 두 개의 주요 과제를 원만히 해결하기 위하여 (가칭) '건강정보보호법'이 제정되어야 한다. 개인의 건강정보 보호를 위한 법안은 2006년도에 입법예고가 된 바 있고, 당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도 의원입법이 추진되었다. 하지만 다소간의 이견으로 법 제정은 무산되었다. 올해도 관련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법안에 대한 자그만 입장 차이보다 개인정보의 보호와 개인정보의 공익적 사용이라는 큰 틀에서 시급한 법 제정에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칭) '건강정보보호법'의 제정이 연구목적의 개인정보 활용을 제한하여 연구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러한 법적 규정이 마련되지 않고서는 일반 연구자가 질적으로 우수한 연구자료에 접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공익적 목적의 연구 취지를 가진 연구자들이 개인정보 침해의 가능성이라는 법적·윤리적 부담을 안고 연구를 수행하고, 해당 연구의 성과가 윤리적 문제로 인하여 저평가되는 상황을 지속시키기보다는, 연구수행에 있어서의 다소간의 절차적 복잡성을 감수하더라도 사회적으로 공인되고 윤리적으로 안전한 제도적 틀 내에서 보다 많은 연구자들이 보다 훌륭한 자료를 이용하여 공익적 목적의 연구를 수행하도록 해야한다. 또 그러한 연구의 결과가 사회적으로 정당하게 인정받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낫다.

의학계에서도 개인정보 활용과 관련한 준비가 필요하다.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연구 참여자의 동의,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 연구 참여 철회 권한의 명기를 의학연구의 필수적 과정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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