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0 06:00 (토)
김근태, 유시민, 그리고 전재희

김근태, 유시민, 그리고 전재희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21 09:29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정수(중앙일보 기자)

"능력 없고 부지런한 상관이 가장 피곤하다"는 우스개 소리가 허투루 들리지만은 않는 요즘이다. 그런데  취재력이나 필력이 뛰어나고 인간성 좋은 선배 기자들 중에도 데스크가 된 뒤로는 후배들의 존경을 잃고 갈등을 빚는 경우를 종종 본다. 개인의 전문적 능력이나 인품과 리더로서의 자질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또 리더의 단계나 조직의 성격, 주변 상황 등에 따라 가장 필요한 리더십의 요체도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한동안 '최고경영자(CEO)형 지도자'니 'CEO형 리더십'이란 말이 유행했다. 그런데 요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바로 'CEO형 리더십'의 한계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영적 리더십과 달리,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해 사회통합을 이룩해야 하는 정치적 리더십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데, 이 대통령은 그 차이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공무원 등을 상대로 '을'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약자의 마음을 잘 이해할 거라던 이 대통령이 지금까지 국민들에게 보여준 태도는 자신의 지시에 군소리 없이 복종하는 직원들을 거느리던 대기업 사장과 서울 시장 시절을 잊지 못한 것 같다. 국회의원이나 시장에 당선될 때도 '현대 신화의 주인공' 이미지 덕분에 다른 초보 정치인들에 비하면 비교적 쉽게 표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민심을 살피는 능력을 키우지 못한 이유일지 모른다.

대통령 뿐이랴. 지금과 같은 총체적 위기 상황에서는 각 부처 장관들도 정치적 리더십과 경영적 리더십의 조화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전문성을 갖춘 정치인 장관이 아무래도 관료 출신 보다 나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 출입을 하는 동안 두 명의 정치인 장관을 지켜봤다. 2004년 7월 사회부로 발령받았을 때, 마침  김근태 의원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부임해왔다. 평균 이상으로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강한 나였지만 김 의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호감이 있었다. '꾼'들이 득실대는 정치판에서 그래도 존경할 만한 인품을 가진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당내 기반이 비교적 튼튼한 정치인이 장관으로 왔다는 점에 대해 적지 않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몇 개월이 지나면서 그런 생각은 차츰 실망으로 바뀌었다. 김 전 장관의 지나치게 신중한 업무 스타일 때문이었다. 공무원들은 업무에 대한 장관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일을 추진하기 힘들다며 불평을 했다. 기자로선 국민연금 개혁 등의 현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만을 강조하며 방향만 제시할 뿐, 사람들을 힘 있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지 못하는 모습이 답답했다. 출입기자들 사이에는 "김 장관은 돌다리를 두드리다 결국 돌다리만 부수고 말 스타일"이라는 농담까지 오갔다.

유시민 전 장관은 오히려 반대의 경우다. 사실 국회의원이었던 그를 국정감사장에서 처음 봤을 때 '머리 좋고 말도 잘하는 진보 정치인'이라는 긍정적 이미지는 한순간에 날아갔다. 어느 의원의 말마따나 "옳은 소리를 싸가지 없게 하는" 것도 그랬지만, 국감장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을 경멸하듯 바라보는 그의 표정에선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복지부 장관으로 임명됐을 때, 공무원과 기자들은 이제 정책 문제보다 유 장관 발언에 매일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게 생겼다며 걱정했다. 그런데 의외로 그는 장관이 된 뒤 180도 달라졌다. 우선 다른 사람들을 무시하고 경멸하는 듯 보이던 눈빛이 거의 사라졌다. 또 수시로 공무원들과 격의 없이 열띤 토론을 벌이며 각종 정책들을 강력히 추진해 나갔다. 여러 문제로 인해 결국 장관직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국민연금법 개정 등은 그가 아니면 하기 어려웠을 거라는 평가가 많다.

전재희 의원이 복지부의 새로운 수장으로 내정됐다. 광명시장이나 당 최고위원 등과는 또 다른 성격의 리더 자리다. 그는 과연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newslady@joongang.co.kr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