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3-28 17:57 (목)
수퍼(Super)아줌마의 그 후
수퍼(Super)아줌마의 그 후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7.23 09:53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춘원(경기 성남 박춘원산부인과원장)

"엄마, 사랑해요."

평소 무뚝뚝하기만 하던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이 엄마가 아픈 기색을 보이자, 냉큼 엄마가 제일 듣기 좋아하는 말을 내뱉으며 엄마를 기쁘게 한다. 이제는 다 컸다고 뽀뽀 한번이 얼마나 인색한지, 자기 아쉬울때만 아주 큰 선물을 하는 양 뽀뽀하고 원하는 것을 얻는 녀석인데 오늘은 엄마가 많이 아파보이는 지 누워있는 내 뺨에 뽀뽀를 해주고 배를 쓸어주고 간다. 어느덧 아들이 훌쩍 커버린 느낌이다. 하지만, 여전히 고슴도치 엄마에서 못 벗어나는 엄마는 쎄쎄하며 배를 문질러주는 아들의 고사리같은 손에 세상을 다 얻은듯 자리에서 일어나 책상 앞에 앉는다.

지난 6월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무척 바빴다. 6월 첫날 성남시의사회가 주최한 성남시민건강걷기대회의 2부 사회를 맡아 전체적인 무대구상과 사회준비에 의상준비까지, 한두번 서는 무대도 아닌데 항상 긴장되는 것은 매한가지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무대매너와 아나운서 수준의 사회능력은 늘어간다! 축하무대를 꾸민 연예인을 압도했다는 주위 동료의사들의 기분좋은 평을 들으며 수퍼아줌마는 잠시 수퍼공주가 되어본다.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는 허전함을 달랠 겨를도 없이, 다시 수퍼아줌마의 할 일이 산더미다. 퇴근 후엔 이사할 집의 인테리어 담당자를 만나 의견을 나누어야 하고, 병원에선 새는 보일러 때문에 무너진 천정을 고치느라 병실 인테리어를 진행중이다. 에어컨·TV·가구·벽지 등을 고르는 와중에 일 잘 하던 간호사가 멀리 시집 간단다. 축하할 일이지만, 요사이 당직 간호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 걱정이다. 퇴근무렵, 아들이 다니는 학원에서 전화가 온다. 아들이 많이 아프단다. 엄마가 퇴근길에 데리러 갈테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고 아들에게 달려가는 엄마의 마음은 또다시 콩닥콩닥! 한학기에 한번 보는 아들의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는데 무슨 모임이 그리 많은지. 평소에 아이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엄마의 안타까움 때문에 모두 거절하고 만다. 그래도 아들이 " 엄마, 왜 그러셨어요? 저 괜찮아요. 모임에 가세요"하는 말에 왠지 모를 뿌듯함이란.

벌써 2008년의 반이 지나가고, 7월도 어느새 다 지나간다. 새로이 출범하는 정부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가 치솟는 유가와 불안정한 경제에 국민의 작은 꿈들은 더 작아져가는 것만 같고, 그와 더불어 우리 의사들의 삶도 힘들어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우리네 인생은 먼길을 떠난 여정과도 같으니, 어려울 때가 있으면 또 좋아질때가 있고 슬플 때가 있으면 기쁠 때가 있으리라는 굳은 믿음을 갖고 수퍼아줌마는 오늘도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