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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수돗물바이러스 안전한가' 공청회

의협'수돗물바이러스 안전한가' 공청회

  • 김인혜 기자 kmatimes@kma.org
  • 승인 2001.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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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바이러스 안전한가' 의협 공청회

지난 달 초 환경부가 수돗물에서 무균성 뇌수막염이나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음을 시인한 후 국민들은 다시 수돗물의 안전성을 놓고 술렁이고 있다. 수돗물의 유해성 여부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정부의 바이러스 검출 시인 후 국민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청회는 의료계 주도로 수돗물 안전성에 관해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가 지난 14일 개최한 `수돗물 바이러스 안전한가' 공청회는 바이러스가 검출된 수돗물에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가로 공방을 이어갔다. 이미 국민의 신뢰를 상실했더라도 바이러스 위험이 있다는 환경부의 공식발표는 국민들에게 적지 않은 위기감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까지 지리하게 이어졌던 수돗물의 안전성 공방에 대해 정부는 이제 힘을 잃은 채 향후 대책마련을 고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공청회는 수돗물의 유해성 인정을 전제로, 위험의 근본 해결과 문제의식을 상기시켜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점에서 예년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수돗물의 유해성을 처음으로 제기한 김상종 교수(서울대 생명과학부)가 환경부와 연구결과를 놓고 반복적인 주장을 펴 구체적인 방역대책이나 정수처리, 환자 발병 대책 등의 대안 마련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유해성 인정' 복잡한 사연

이번 공청회의 핵심은 `수돗물에서 검출된 바이러스가 정말 안전한가'이다. 그러나 정답은 전혀 그렇지 않다로 굳혀졌다. 이미 환경부가 지난달 2일 수돗물에서 소아마비와 무균성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검출됐음을 공식 시인했다. 그렇다면 정부는 지금까지 고수해 온 수돗물 안전성 주장을 번복하고 왜 지금에서야 수돗물의 유해성을 인정한 것인가. 거기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얽혀있다.

지난 97년 서울대학교 김상종 교수(생명과학부)는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논문을 한국미생물학회에서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97년부터 3년간 서울 등 대도시 지역의 수돗물을 조사한 결과 수돗물이 병원성 바이러스에 오염됐음을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서울과 부산, 인천 등의 수돗물에는 엔테로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등이 1천 리터당 최고 29MPNIU(감염성단위)가 측정됐다.

특히 여주지역의 수돗물에서는 최고 335MPNIU나 확인된 것이다. 이 수치는 김 교수팀뿐 아니라 환경부에서도 실시한 동일한 조사에서도 확인된 수치로 WHO기준을 각각 30배와 335배나 초과한 것이다. 김 교수팀이 확인한 바이러스는 엔테로바이러스와 아데노바이러스, 폴리오바이러스, 콕사키바이러스 등으로 소아마비와 무균성 뇌수막염이나 수족구병을 일으키는 원인바이러스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수돗물에서 장관계바이러스(enteric virus)가 검출됐다는 것은 수돗물을 통해 장바이러스성 질환이 전파될 수 있다”는 것과 또한 “수돗물 속에 분뇨성분 및 각종 오염물질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즉 수돗물의 바이러스가 정수처리과정에서 제거되지 않고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정부 '물관리 총체적 실패'

이날 공청회에서 김상종 교수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수돗물이 결국 분뇨에 오염돼 있다”며 현재 정부의 물 관리 정책이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이라고 신날하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특히 수돗물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해 온 자신의 주장을 정부가 묵살했을 뿐 아니라 국제적 기준에 맞추어 실시한 세포배양법 연구결과를 허위인양 매도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교수는 허위사실유포로 형사 고발되기도 했으며 김교수와 환경부는 장기간 법정공방을 벌여왔다. 결국 환경부는 김상종 교수와의 공방을 계속하는 중에 자체 용역 연구 결과 수돗물에서 바이러스 검출을 확인, 위험성을 공식 시인하게 된 것이다.

김 교수는 더욱이 바이러스에 오염된 물에 의한 2·3차 감염의 위험을 지적했다. 외국에서도 장바이러스에 오염된 수돗물을 통해 집단 질환이 발생한 사례는 보고되고 있으나 이들 나라에서는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돗물 1천리터에 0(제로) MPNIU을 고수하는 정책을 유지하며 안전대책 홍보와 정수처리 시설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는 것에 비해 우리 정부는 사실을 왜곡하기만 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조사결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자 초점은 수돗물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되는 질병은 무엇인지, 또 그 대책은 무엇인지로 부각되고 있다.

무균성 수막염 등 감염 우려

이날 공청회에서 `수돗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유발'을 발표한 이규만 교수(한림의대)와 신동천 교수(연세의대)는 공통적으로 장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무균성 수막염이나 수족구병 등에 감염된다고 밝히고 특히 면역력이 약한 노약자의 감염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특히 이규만 교수는 “바이러스는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인체에 침입한 후 증식하면서 감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적은 양으로도 감염위험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두 교수는 물에 의한 집단 감염여부에 관한 오염원을 추적하기 어려운 국내의 감시체계 미비가 무엇보다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 교수는 외국에서도 장바이러스 감염환자가 여름과 가을에 흔히 발생하나 체계적인 신고체계가 있어 방역·치료 대책을 세울 수 있으나 국내에서는 무균성 수막염이 매년 유행하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도 감염원 분석과 같은 정확한 역학 조사나 보고체계 등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주영수 교수(한림의대)도 “예전에 비해 엔테로바이러스감염이 늘었다”는 주위 개원의들의 문제제기가 있다며 수돗물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과의 연관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영미 연구관(국립보건원 바이러스부)도 `수돗물 바이러스 병원성'에 관한 주제발표에서 “보건원이 실시한 바이러스 역학조사는 99년부터 시작한 것이며, 환자로부터 바이러스를 검출해 연구한 것도 그 이후”라고 말해 정부 공신력의 한계를 시인하기도 했다.

효율적 관리대책 제언

이와 같은 전무한 국내 장바이러스 역학조사 실정에 대해 신 교수는 수질개선을 위해 각 정수장에서 병원성 미생물을 처리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식수 전량의 샘플을 통한 평가는 비용과 효율면에서 무리라고 지적하고 원수 일부에서 바이러스를 측정하는 일차 과정을 거쳐 일부 정수장의 바이러스를 측정하는 등 효율적이고 저렴한 관리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나 이날 공청회는 여성시민단체와 학계의 일부 관계자들로부터 해답없는 공청회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국립환경원 관계자는 “식수와 정수처리시설이 왜 엉망인지와 2차 감염 원인의 구체적 정의가 없다”고 지적했으며 여성시민단체 관계자는 “수돗물의 유해성으로 불안해 하는 시민들에게 정부와 의료계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이며, 또 국민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한다 등의 제시가 전혀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상종 교수는 “환경부도 인정했듯이 국내의 정수처리 수준이 미국의 70%에 불과하다”며 많은 비용을 들여서라도 지역별로 수돗물 바이러스를 검사해 각 지역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양을 공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동천 교수는 “김 교수의 주장은 비용면에서 무리이며, 정부는 공신력 있는 기구이므로 정부가 제시한 연구결과를 믿고 신뢰해야 한다”고 상반된 주장을 폈다.

참석자들의 지적대로 이날 공청회는 수돗물 바이러스는 안전하지 않다는 것만 확실히 밝혀졌을 뿐 어떤 구체적인 대책이나 현실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못했다. 그러나 오래 전부터 의혹이 제기돼 온 수돗물의 안전성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시점에서 의협주도로 수돗물 바이러의 유해성을 공론화 해 사회적 환기를 불러일으키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정수처리 단계부터 환자 관리 체계까지 모니터링 감시해야 하는 정책의 필요성이 제시되는 가운데 이날 공청회는 점차 주기성이 없어지고 있는 엔테로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유행 현상을 주목해 과학적 의료관리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식 확산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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