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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제대로 알아야

시론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제대로 알아야

  • Doctorsnews kmatimes@kma.org
  • 승인 2008.08.0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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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은정 (대한산부인과개원의협의회 공보이사)

최근 일부 방송에서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과 관련된 부작용에 대한 내용이 방영된 바 있다.  적절한 전문가의 자문을 거치지 않은 채 보도가 되어, 이를 시청한 일반인들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에 대한 불안함을 문의하거나 부적절한 인식을 갖는 사례가 진료 현장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그 어느 것 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시판 중인 자궁경부암 백신 가다실은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Merck사에서 만들어져서 전세계적으로  약 70여개 국가에서 승인되어 접종 중이며,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 주 요인으로 밝혀진 '인 유두종 바이러스' (h-uman papilloma virus, HPV), 그 중에서도 암 발병의 70% 정도를 차지하는 고위험군 16,18형 바이러스와 콘딜로마 라고 불리는 생식기사마귀를 발병케 하는 저위험군 6,11형 바이러스를 98% 가까이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4가 백신으로, 실제는 상호 교차반응 등에 의해 자궁경부암 예방율은 80% 이상을 상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금년 후반기에는 GSK에서 '서바릭스'라는 약명의 2가 백신이 곧 발매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임상의사의 입장에서 암 예방 백신의 임상 적용은 암의 직접적인 원인을 과학적으로 규명할 수 있고, 그에 따른 백신을 만들고 사용함으로써 암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cancer prevention)에서 산부인과 뿐 만이 아닌 현대 의학의 일대 지각 변동일 수 있는 중요한 이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의 부작용 논란은 매우 안타까운 소모성 논란이라고 생각된다.

미국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하여 국내 언론에서도 문제 삼은 자궁 경부암 예방접종 후7802건의 이상반응은 특정 약물 투여에 의한 부작용과는 달리, 약물 투여 후 나타나는 모든 바람직하지 않은 의학적 현상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한 여성이 다음날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경우에도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의 이상반응으로 보고된다.

이상반응과 부작용은 다르며, 약물과의 인과관계가 밝혀진 경우에만 부작용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이다. 7802건의 이상반응은 대부분 주사부위 통증이나 일시적인 어지럼증 등 일반적인 백신 접종 후 흔히 나타나는 경미한 증상이었고, 국내에서 보도된 40여 건의 이상반응 또한 대부분 일반적인 다른 백신 접종 후에도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었다.

또한, 7802건의 이상 반응 중 7% 정도가 심각한 이상반응으로 보고되었으나 이는 다른 백신에 비해 절반 수준이었으며,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심각한 이상반응과 자궁경부암 백신 간에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미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발표된 방대한 임상자료에서도, 심각한 이상반응과 백신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현재까지 보고된 15건의 사망사례에 대해서도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환자의 신상정보가 확보된 10건에 대한 추가 분석 결과 백신접종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발견할 수 없었으며, 전세계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밝혀진 사망 사례(가다실 접종군 4건 발생 vs. 위약 접종군 3건 발생) 및 자살 사례(가다실 접종군 1건 발생 vs. 위약 접종군 2건 발생)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백신 접종과 관련된 사망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일반인들에게 인구통계학적으로 일어나는 빈도와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적인 근거에 기초하지 않은 보도나 기사는 진정성이 없으므로, 논란의 여지가 될 수 있고, 침소봉대 격이 되기 전에 전문가 집단이 정확한 사실을 확인시켜야 함을 우리는 이미 광우병 파동에서 고통스럽게 경험했다. 물론 그에 비할 만한 사항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다만, 임상 의사로서, 자궁경부암 백신을 접종하면서 좀 더 개선되었으면 하는 몇 가지 사항이 있다.

다수의 여성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소개하고 접종을 권유함에 있어서 가장 걸림돌은 백신의 가격이다. 병원에 입고가격이 워낙 높으니, 일반인들에게는 접종가격이 선뜻 선택되어지지 않는다. 수입원가의 문제라고도 한다. 그런 점에서는 단일 독점 품목 보다는 두 개의 약품이 서로 양질의 경쟁을 하면서 적절한 원가인하 요인을 생성해 내길 기대해 본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많은 나라에서 국가 예방 접종 항목으로 적용되고 있는 점이다. 호주의 경우는 전액지원, 미국의 경우는 주 정부에 따라 다르고, 캐나다는 일부 지원하는 등, 여성 건강에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국가 재정이나 건강보험재정이 그렇지 않아도 열악한 마당에, 예방적 의료 비용으로, 그것도 고가의 백신을 지원 요구하는 것이 아마도 가격대비 효율성이 없다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예방에 드는 비용이 암 치료에 드는 비용보다 경제적임은 아마도 약간의 자료조사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이 또한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진료실에서 겪게 되는 가장 많은 일반인들의 의문점 중 하나는  접종 연령의 문제이다. 이상적으로는 성관계 노출이전의 연령이 가장 좋으며, 9세에서 26세까지가 적정 접종 연령으로 식약청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의 연령대에서의 접종도 가능할 수 있고, 주치의와의 개별적인 상담에 따라서 접종여부를 정해야지 일률적으로 접종을 규정할 수는 없다.

자궁경부암은 세계적으로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여성암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매일 3명의 여성이 사망하는 심각하고 위험한 질환이다. 이러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러므로 우리 산부인과 의사들은 최근,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관련 이상반응에 대한 내용이 일부 방송에서 전문가의 조언이나 검토를 거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보도됨으로써 사실과 다르게 해석되어 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우려를 자아내게 된 점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여성 건강 주치의로써, 정확한 정보의 제공과 진료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일선에서 계속 노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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